진주, 그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레는 곳. 섬진강 줄기가 굽이쳐 흐르는 풍요로운 땅, 예로부터 예술과 문화의 향기가 짙게 배어있는 역사적인 도시다. 이번에는 진주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깊은 맛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났다. 목적지는 단 하나,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주 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온 하연옥 본점.
사실 냉면은 내게 특별한 음식이다. 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시장에 가면, 늘 냉면 한 그릇을 함께 나누어 먹곤 했다. 쨍하게 차가운 육수와 쫄깃한 면발, 그리고 그 위에 얹어진 소박한 고명이 어린 내 입맛을 사로잡았었다. 할머니는 늘 “이 맛이 바로 고향의 맛”이라며 웃으셨다. 그래서일까, 냉면을 먹을 때면 늘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가 떠오르곤 한다. 진주에 도착하기 전부터, 하연옥에서 맛볼 냉면은 어떤 추억을 불러일으킬지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연옥 본점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Since 1945’라는 문구였다.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위엄이 느껴졌다. 가게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평일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하연옥의 마스코트처럼 느껴지는 국화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소박하지만 정갈하게 놓인 국화 화분은,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이곳을 지켜온 하연옥의 정신을 보여주는 듯했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가게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넓고 깔끔한 홀에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에 빠졌다. 진주냉면의 양대 산맥인 물냉면과 비빔냉면, 그리고 하연옥의 또 다른 자랑인 육전까지,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물냉면과 육전을 함께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역시 진주 물냉면이었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냉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맑고 투명한 육수 위로 육전, 배, 계란지단, 실고추, 절인 오이 등 다채로운 고명이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마치 정성껏 만들어진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육수와 함께 맛을 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한 해물 육수의 풍미! 멸치와 다시마를 오랜 시간 동안 정성껏 우려낸 육수는, 깔끔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자랑했다.
하연옥 물냉면 육수의 비밀은 바로 ‘해물’에 있었다. 흔히 냉면 육수라고 하면 쇠고기나 닭고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진주냉면은 멸치, 다시마, 새우, 홍합 등 다양한 해산물을 사용하여 육수를 낸다. 덕분에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간혹 해물 육수 특유의 비린 맛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연옥의 육수는 전혀 비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해산물의 잡내를 완벽하게 제거한 덕분일 것이다.

면발 역시 훌륭했다. 일반적인 냉면 면보다 조금 더 굵고 쫄깃한 면발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면발의 쫄깃함은 오랜 시간 동안 숙성시킨 덕분이라고 한다. 하연옥에서는 메밀가루와 전분, 그리고 약간의 해초 가루를 섞어 면을 만든다. 해초 가루는 면발에 은은한 바다 향을 더하고, 쫄깃함을 더욱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냉면 위에 듬뿍 올려진 고명들은 시각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맛의 풍성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육전은 하연옥 냉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얇게 저민 소고기에 계란 옷을 입혀 부쳐낸 육전은,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육전의 고소함은 시원한 육수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입안에서 황홀한 풍미를 선사했다. 육전 외에도 아삭한 배, 톡톡 터지는 식감의 실고추, 부드러운 계란지단 등이 냉면의 맛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냉면을 맛보는 동안, 함께 주문한 육전이 나왔다. 넓적한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인 육전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 있었다. 얇게 썬 소고기에 계란물을 입혀 노릇하게 구워낸 육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육전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냉면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된다. 시원한 냉면과 따뜻한 육전의 조화는, 마치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는 것과 같은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하연옥에서는 냉면을 주문하면, 따뜻한 선지국이 함께 제공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선지국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선지국 안에는 선지, 콩나물, 무, 대파 등 다양한 재료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선지는 부드럽고 쫄깃했고, 콩나물은 아삭한 식감을 더했다. 선지국은 냉면을 먹는 중간중간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겨울에 방문하면, 차가운 냉면과 따뜻한 선지국의 조화가 더욱 만족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하연옥에서는 냉면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갈비찜, 곰탕, 국밥 등 식사 메뉴는 물론, 육회, 갈비살 등 안주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돌판 소갈비는 하연옥의 인기 메뉴 중 하나다. 뜨겁게 달궈진 돌판 위에 올려진 소갈비는,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소갈비는 부드럽고 촉촉하며,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식감을 선사한다.
하연옥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푸짐한 밑반찬이다. 샐러드, 겉절이, 깍두기, 나물 등 다양한 밑반찬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특히 과일 샐러드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사용하여,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자랑한다. 샐러드 위에는 딸기, 사과, 배 등 제철 과일이 듬뿍 올려져 있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 밑반찬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데, 언제 방문해도 신선하고 맛있는 반찬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하연옥의 장점이다.

하연옥은 넓은 매장과 넉넉한 좌석을 갖추고 있어, 단체 손님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하연옥에는 가족 단위 손님은 물론, 회사 회식이나 동창회 등 단체 모임으로 방문하는 손님들도 많다. 넓은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자가용을 이용하는 손님들도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하연옥 직원들은 친절하고 싹싹한 서비스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주문을 받거나 음식을 서빙할 때, 손님들에게 먼저 다가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문득 하연옥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양,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까지,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연옥은 단순한 냉면 맛집이 아닌,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진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하연옥 본점에 방문하여 진주냉면의 진수를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시원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 그리고 푸짐한 고명이 어우러진 진주냉면은, 잊을 수 없는 맛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하연옥에서 맛있는 냉면을 즐기면서, 진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를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 분명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연옥에서의 식사는, 내게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이었다.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냉면의 맛,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기에 더욱 소중했다. 진주를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하연옥에서 맛보았던 냉면의 맛은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다. 언젠가 다시 진주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하연옥을 찾아 그 맛을 음미하고 싶다. 그 때는 비빔냉면과 갈비찜에도 도전해봐야겠다. 진정한 진주 맛집 순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진주역 앞에서 옅은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맛있는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하연옥의 냉면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진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하연옥에서의 추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진주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때는 또 어떤 새로운 맛과 추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진주, 그리고 하연옥.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