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이 쏜살처럼 흘러, 10년도 훌쩍 넘은 기억 속의 맛집을 다시 찾게 되었다. 영통동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닐리, 그 이름만으로도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곳이다. 낡은 벽돌 벽에 붉은색으로 새겨진 “nilli CUOCO since 1998” 문구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시절의 설렘을 다시 느껴보고자, 용기를 내어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는, 예전의 아늑했던 분위기는 그대로 간직한 채 더욱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테이블마다 놓인 작은 꽃병이 소소한 행복을 더하는 듯했다.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테이블 간 간격이 다소 좁은 탓에 약간은 소란스러웠지만, 활기찬 분위기가 오히려 식사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파스타, 피자,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예전에는 까르보나라만 고집했던 나였지만, 오늘은 왠지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고민 끝에, 닐리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빼쉐와 고르곤졸라 피자를 주문했다. 런치 타임에는 음료와 마늘빵이 제공된다는 문구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주문 후,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직접 담근 듯한 오이 피클이 나왔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직원분들은 분주한 와중에도 친절함을 잃지 않고 물이 비워질 때마다 채워주시는 세심함이 돋보였다.
잠시 후, 런치 서비스로 제공되는 마늘빵이 나왔다. 바삭하게 구워진 빵 위에 마늘 소스가 듬뿍 발려 있어, 향긋한 마늘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한 식감과 함께 달콤한 마늘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갓 구워져 나와 따뜻함이 느껴지는 마늘빵은, 정말 훌륭한 에피타이저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빼쉐가 테이블에 놓였다. 붉은 토마토 소스에 각종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빼쉐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홍합, 조개, 새우 등 신선한 해산물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고,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국물 한 스푼을 떠먹으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해장용으로도 손색없을 만큼 얼큰한 국물은, 정말 일품이었다. 면발은 탱글탱글했고, 해산물은 신선해서 씹는 맛이 있었다. 특히, 매콤한 국물이 면발에 잘 배어 있어, 먹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어서 고르곤졸라 피자가 나왔다. 얇게 구워진 도우 위에 고르곤졸라 치즈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신선한 루꼴라와 달콤한 꿀이 뿌려져 있었다. 쌉쌀한 루꼴라와 짭짤한 고르곤졸라 치즈, 그리고 달콤한 꿀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피자 한 조각을 들어 꿀에 찍어 먹으니, 입안에서 다채로운 맛이 폭발했다. 얇고 바삭한 도우는 씹을수록 고소했고, 고르곤졸라 치즈의 풍미는 깊고 진했다. 루꼴라의 신선함은 느끼함을 잡아주었고, 꿀의 달콤함은 모든 맛을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닐리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변치 않는 맛과 친절한 서비스는, 닐리가 왜 오랫동안 사랑받는 맛집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게가 다소 좁아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았고, 그로 인해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또한, 빠네의 맛은 평범했고, 피자의 재료가 다소 부실하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가격 대비 훌륭한 맛과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닐리를 나서며, 다음에는 딸아이와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딸아이도 분명 닐리의 까르보나라와 마늘빵을 좋아할 것이다. 닐리는,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나누기에 좋은 곳이다.
영통에서 파스타가 생각날 때, 나는 주저 없이 닐리를 찾을 것이다. 그곳에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 소중한 추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