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궁 담벼락 아래, 추억을 맛보는 운멜로에서 즐기는 파스타 맛집 기행

화성행궁의 고즈넉한 풍경을 벗 삼아,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이미 소문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운멜로’, 이 동네에서는 꽤나 유명한 파스타 전문점이라고 했다. 낡은 벽돌 건물이 주는 따뜻함, 그 위로 드리워진 담쟁이넝쿨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입구에 들어서자 예상대로 웨이팅이 있었다. 평일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잠시 망설였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침 날씨도 선선하여 테라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운멜로 외부 전경
정겨운 분위기를 풍기는 운멜로의 외관. 낡은 벽돌과 담쟁이 넝쿨이 인상적이다.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은은한 조명 아래 놓인 테이블과 의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한 분위기였다. 기다리는 동안 가볍게 맥주와 감자튀김, 치즈 플레이트를 주문했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켜니, 기다림의 지루함도 잊혀지는 듯했다. 짭짤한 감자튀김과 고소한 치즈는 맥주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테라스 자리는 식사는 불가능했지만, 간단한 안주와 술을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공간은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벽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은은한 조명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은 넉넉했고,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방해 없이 오롯이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파스타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은 ‘풍기 크레마 리조또’와 ‘판체타 로제 파스타’를 주문했다. 풍기 크레마 리조또는 트러플 오일이 들어간 크림 리조또로, 운멜로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했다. 판체타 로제 파스타는 로제 소스에 판체타(이탈리아식 베이컨)가 들어간 파스타였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식전 빵이 나왔다. 설탕을 뿌려 구운 식빵 조각이었는데, 달콤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빵 위에 살짝 뿌려진 허브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풍미를 더했다.

식전빵
달콤함이 입맛을 돋우는 식전빵.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요리가 나왔다. 풍기 크레마 리조또는 부드러운 크림소스에 버섯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매력적인 음식이었다. 한 입 맛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트러플 오일의 풍미는 정말 황홀했다. 밥알의 식감도 톡톡 터지는 듯 살아있었고, 크림소스의 깊은 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버섯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만족할 만한 맛이었다. 느끼할 수도 있는 맛을 살짝 매콤한 맛이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풍기 크레마 리조또
풍부한 버섯 향과 트러플 오일의 풍미가 일품인 풍기 크레마 리조또.

판체타 로제 파스타 역시 훌륭했다. 로제 소스의 부드러움과 판체타의 짭짤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파스타 면의 익힘 정도도 완벽했고, 소스가 면에 잘 배어들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판체타의 쫄깃한 식감은 파스타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풍기 크레마 리조또가 훨씬 인상 깊었다.

판체타 로제 파스타
로제 소스와 판체타의 조화가 돋보이는 판체타 로제 파스타.

식사를 하는 동안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테이블을 꼼꼼하게 살피며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봐 주었고, 피클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채워주었다.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주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전체적으로 음식의 양은 살짝 아쉬웠다. 둘이서 파스타 2개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맛과 분위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가격대는 15,000원에서 20,000원 사이로, 일반적인 파스타 전문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디저트를 주문했다. 티라미수를 시켰는데, 촉촉한 시트와 부드러운 크림의 조화가 훌륭했다. 커피와 함께 먹으니, 입안 가득 달콤함이 퍼지면서 기분까지 좋아지는 듯했다.

은은한 조명
따뜻한 분위기를 더하는 은은한 조명.

운멜로는 수원에만 5개의 매장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화성행궁 본점을 시작으로, 타임빌라스 수원점에도 운영 중이라고 한다. 특히 5만 원 이상 주문 시, 운멜로 전용 다락방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미리 예약하고 다락방에서 특별한 식사를 즐겨보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화성행궁 주변은 은은한 조명으로 물들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했다.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고, 모든 것이 완벽한 저녁이었다.

운멜로는 맛있는 음식과 아늑한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곳이었다. 데이트 장소로도 좋고,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다만, 주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아쉬웠다.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주차 공간이 협소하여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봐야겠다. 특히, 닭가슴살 스테이크가 맛있다는 평이 많으니, 다음 방문 때는 꼭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칵테일도 맛있다고 하니, 칵테일과 함께 분위기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운멜로 간판
세련된 글씨체의 운멜로 간판.

화성행궁 맛집 ‘운멜로’, 맛있는 파스타와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기다림이 조금 길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나 역시 조만간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그땐 꼭 다락방을 예약해서 더욱 특별한 시간을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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