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 그중에서도 강북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수유동으로 향했다. 화려한 강남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이 동네에는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기사식당이 하나 있다. 바로 ‘진미기사식당’이다. 택시 기사님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소박한 공간은 이제 입소문을 타고 동네 주민은 물론 나처럼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까지 사로잡는 맛집으로 거듭났다. 4.19 혁명 기념도서관 인근, 붉은 벽돌 건물에 자리 잡은 이곳은 간판에서부터 오랜 연륜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겹고 활기찬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왁자지껄한 소리, 갓 지은 밥 냄새, 익숙한 반찬 냄새가 뒤섞여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한 기분이 들었다. 식당 한쪽 벽면에는 TV 방송에 출연했던 장면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이곳의 오랜 역사와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살펴보니, 찌개, 볶음, 구이 등 다양한 한식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기사식당답게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이 인상적이었다. 고민 끝에 나는 이 집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제육볶음을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테이블에는 작은 솥이 하나씩 놓였다. 바로 이 집의 자랑인 솥밥이다. 갓 지은 따끈한 솥밥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볼거리였다.

진미기사식당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푸짐한 셀프 반찬 코너다. 깍두기, 파김치, 어묵볶음, 콩나물무침 등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나는 쟁반에 먹을 만큼만 조금씩 담아왔다. 특히 잘 익은 깍두기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육볶음이 나왔다. 붉은 양념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제육볶음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돼지고기와 양파, 파 등 신선한 채소들이 함께 볶아져 풍성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하며 식욕을 더욱 돋우었다.

갓 지은 솥밥을 열어보니 윤기가 좔좔 흐르는 밥알이 모습을 드러냈다. 밥을 그릇에 덜어 제육볶음을 듬뿍 올려 한 입 크게 맛보았다.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돼지고기는 잡내 없이 부드러웠고, 신선한 채소들은 아삭한 식감을 더했다. 밥과 제육볶음, 그리고 반찬들을 번갈아 가며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솥밥의 밥맛은 정말 최고였다. 찰기 있으면서도 고슬고슬한 밥알은 그냥 먹어도 맛있었고, 제육볶음 양념에 비벼 먹으니 더욱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식사를 하면서 나는 문득 이곳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는지 알 수 있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푸짐한 인심과 변함없는 맛,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가 이곳만의 매력이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가 차려주시던 따뜻한 밥상처럼, 진미기사식당은 소박하지만 든든한 한 끼를 선물해 주는 곳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솥에 남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먹었다. 구수한 숭늉은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는 역할을 했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정말 착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런 가격으로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진미기사식당은 맛, 가격, 분위기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특히 혼자 와서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이 많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혼자서도 부담 없이 푸짐한 집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큰 장점인 것 같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식당 내부가 다소 어수선하고 깔끔한 느낌은 아니었다. 또한,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은 푸짐한 음식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위생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마저도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느껴졌다. 완벽하게 깨끗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쾌감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다음에 수유동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진미기사식당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제육볶음 외에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특히 칼칼하고 화끈하게 맵다는 오징어볶음과, 남자 사장님이 추천했다는 이면수 구이가 궁금하다.
진미기사식당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따뜻한 정과 푸근한 인심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이 서울 강북, 특히 수유동에서 저렴하고 푸짐한 맛집을 찾고 있다면, 진미기사식당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