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날, 39번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던 중,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오늘은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멀리서 ‘밥보다국시’라는 정겨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따뜻한 집밥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름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핸들을 꺾었다. 이곳이 바로 아산에서 숨겨진 맛집으로 소문난 곳, 윤향숙 밥보다국시였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게를 향해 걸어가는데, 낡은 듯하면서도 정감 있는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커다란 파란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적힌 ‘밥보다국시’라는 글씨가 왠지 모르게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가게 옆에는 작은 컨테이너 박스가 눈에 띄었는데, 자세히 보니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식사 후 저렴한 가격에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내부가 인상적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어죽 칼국수, 콩국수, 맑은 칼국수 등 다양한 국수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어죽 칼국수와 콩국수가 이 집의 대표 메뉴라고 하니, 둘 다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고민 끝에 어죽 칼국수와 영양 콩국수를 주문했다. 메뉴판 옆에는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메뉴 설명이 적혀 있어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
주문을 마치자, 직원분께서 시원한 물과 함께 김치를 가져다주셨다. 김치는 먹기 좋게 잘려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테이블 한쪽에는 냅킨과 함께 후추, 소금 등의 양념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죽 칼국수가 나왔다.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식욕을 자극했다. 붉은 빛깔의 국물 위에는 깻잎이 듬뿍 올려져 있었고, 칼국수 면과 함께 밥알도 함께 들어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보니, 면발이 쫄깃쫄깃해 보였다.
한 숟가락 국물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진한 들깨 향과 함께 살짝 매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곱게 간 추어탕을 먹는 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비린 맛은 전혀 없고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깻잎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풍미를 더했고, 칼국수 면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 입안에서 착 감겼다. 면을 다 먹고 난 후에는 밥알을 국물에 말아 먹으니, 든든하면서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함께 주문한 영양 콩국수도 곧이어 나왔다. 뽀얀 콩 국물에 초록색 클로렐라 면이 담겨 있었고, 그 위에는 삶은 계란 반쪽과 토마토 한 조각이 올려져 있었다. 콩 국물 위에는 검은깨가 뿌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콩국수는 얼음이 들어있지 않아 살짝 아쉬웠지만, 한 입 맛보는 순간 그런 아쉬움은 싹 사라졌다. 콩 국물은 정말 진하고 고소했는데, 서리태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면은 클로렐라를 넣어 만들어서 그런지 쫄깃하면서도 소화가 잘 되는 느낌이었다. 콩국수에는 원래 소금을 넣어 먹는다고 하지만, 콩 국물 자체가 워낙 맛있어서 아무것도 넣지 않고 그대로 먹어도 훌륭했다.
어죽 칼국수를 먹으면서 살짝 매운 기운이 올라올 때쯤, 시원한 콩국수를 한 입 먹으니 매운맛이 싹 가라앉았다. 어죽 칼국수와 콩국수의 조합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마치 뜨거운 탕과 시원한 냉탕을 번갈아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정신없이 국수를 먹고 있는데, 직원분께서 면사리를 더 가져다주시겠다고 하셨다. 콩국수는 사리 추가가 무료라고 하니, 인심도 정말 후한 것 같았다. 배가 불렀지만, 맛있는 콩국수를 더 먹고 싶은 마음에 사리를 추가해서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입구에 손소독제와 함께 개별 포장된 비말 차단 마스크가 비치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요즘처럼 위생에 신경 써야 할 때, 이런 세심한 배려가 더욱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옆에 있는 커피 컨테이너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했다. 가격은 2,000원으로 정말 저렴했는데, 맛도 나쁘지 않았다.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가게 앞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윤향숙 밥보다국시는 맛도 맛이지만, 친절한 서비스와 깨끗한 위생 상태가 더욱 인상적인 곳이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직원분들의 모습에서 철저한 청결 관리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사장님과 직원분들 모두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어죽 칼국수는 성인이 먹기에도 살짝 매운 편이었는데, 아이들이 먹기에는 더 매울 것 같았다. 그리고 콩국수는 얼음이 없이 나와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은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었다.
윤향숙 밥보다국시는 온양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지만,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아산의 숨겨진 맛집이었다. 다음에도 이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러 어죽 칼국수와 콩국수를 맛봐야겠다. 그때는 굴 칼국수도 한번 먹어봐야지.
참고로, 윤향숙 밥보다국시는 월요일이 휴무라고 한다. 그리고 4월 중순에 근처 수소차 충전소 쪽으로 이전한다고 하니, 방문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윤향숙 밥보다국시에서 맛보았던 어죽 칼국수와 콩국수의 여운을 느꼈다. 맛있는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오늘 나는 윤향숙 밥보다국시에서 맛있는 국수 한 그릇과 함께 따뜻한 행복을 가득 담아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