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터줏대감, 일미락에서 맛보는 감동의 숙성 돼지 맛집 순례기

어스름한 저녁,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목동의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 오늘 저녁은 벼르고 벼르던 일미락 방문. 10주년을 맞이했다는 이곳은, 이 동네 요식업을 일으켰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곳이라고 한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한 기분.

멀리서부터 한눈에 들어오는 ‘一味樂’이라는 큼지막한 한자 간판. 은은한 조명이 감싸 안은 듯한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가게 앞에는 웨이팅을 위한 의자들이 놓여 있었지만, 다행히 이른 시간이라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일미락 외부 간판
따뜻한 조명이 감싸는 ‘일미락’ 간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보다 훨씬 더 멋진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옥의 멋을 살린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무 소재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아늑한 느낌을 더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다른 손님들의 방해 없이 오롯이 식사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정독했다. 일미락의 대표 메뉴는 단연 숙성 삼겹살과 목살. 특히 발효 목살이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소식에, 고민할 것도 없이 발효 목살 2인분을 주문했다. 고추장 삼겹살과 돼지갈비도 궁금했지만, 오늘은 숙성 고기의 진수를 느껴보기로 했다.

주문을 마치자, 곧바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갓김치, 파김치, 배추김치 등 종류도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흑색 돌판 위에 가지런히 놓인 3가지 소금(트러플 오일, 와사비, 쌈장, 멜젓). 고기의 풍미를 더욱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한 흔적이 엿보였다.

일미락 밑반찬
다채로운 밑반찬과 곁들임 소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발효 목살이 등장했다. 선홍빛 색깔이 감도는 두툼한 목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직원분께서 능숙한 솜씨로 무쇠 팬 위에 고기를 올려주셨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일미락의 또 다른 장점은 직원분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준다는 점이다.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앉아서, 전문가의 손길로 구워지는 고기를 감상할 수 있었다. 섬세한 손놀림으로 육즙을 가두며 구워지는 목살은 점점 황금빛으로 변해갔다.

“이제 드셔도 됩니다.”

직원분의 말에,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잘 익은 목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가장 먼저 트러플 오일에 살짝 찍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미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숙성 과정을 거친 덕분인지,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은은한 발효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트러플 오일의 풍미는 목살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혀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진정한 ‘미미(美味)’로구나!

일미락 발효 목살 구이
무쇠 팬 위에서 익어가는 발효 목살

다음으로는 와사비를 살짝 올려 먹어봤다. 톡 쏘는 와사비의 알싸함이, 기름진 목살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줬다. 쌈장과 멜젓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짭짤한 쌈장은 고기의 감칠맛을 더했고, 쿰쿰한 멜젓은 제주도에서 먹었던 흑돼지 구이를 떠올리게 했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밑반찬들도 곁들여 먹었다. 특히 잘 익은 갓김치는,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고기와 함께 먹으니, 입안이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목살 2인분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삼겹살 1인분을 추가했다. 직원분께서 불판을 갈아주시는 세심함에 감동했다. 역시 기름기가 많은 부위라, 불판을 따로 사용하는 것이 맛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삼겹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쫀득한 껍데기와 부드러운 살코기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특히 멜젓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다. 짭짤하면서도 쿰쿰한 멜젓은, 삼겹살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줬다.

다양한 곁들임과 함께 즐기는 삼겹살
다채로운 곁들임과 함께 즐기는 삼겹살

고기를 다 먹고 식사 메뉴를 고민했다. 갱시기칼국수와 갈치속젓비빔밥도 끌렸지만, 오늘은 된장술밥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뜨끈한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술과 함께 끓여낸 된장술밥은 추운 날씨에 얼어붙었던 몸을 녹여주기에 충분했다.

된장술밥 안에는 두부, 애호박, 버섯 등 다양한 재료들이 듬뿍 들어 있었다. 특히 푹 익은 김치의 시원한 맛이 더해져,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술 때문에 살짝 걸쭉해진 국물은, 밥알 하나하나에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섰다. 계산대 옆에는 작은 트리가 놓여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따뜻한 분위기에, 덩달아 기분도 좋아졌다.

크리스마스 장식
가게 한 켠을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

일미락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고기의 퀄리티는 물론, 서비스와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왜 이곳이 10년 동안이나 사랑받아왔는지, 직접 경험해보니 알 수 있었다.

다만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라는 점은 아쉬웠다. 둘이서 10만원 가까이 나왔으니, 자주 방문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특별한 날, 혹은 맛있는 고기가 간절할 때, 일미락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목동에서 제대로 된 고기를 맛보고 싶다면, 일미락을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일미락 외부 전경
골목길에 위치한 일미락 외부 모습

총평:

* 맛: 숙성된 돼지고기의 풍미가 일품. 특히 발효 목살은 꼭 먹어봐야 할 메뉴.
* 가격: 다소 비싼 편이지만, 퀄리티를 생각하면 납득할 만함.
* 분위기: 한옥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함.
* 서비스: 직원분들이 친절하고,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서비스가 만족스러움.
* 재방문 의사: 100%.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

꿀팁:

* 저녁 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
* 다양한 종류의 맥주와 와인을 판매하고 있으니, 고기와 함께 즐겨보는 것도 좋음.
* 식사 메뉴로는 갱시기칼국수와 된장술밥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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