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아래 숨겨진 보석, 파쪼쿠치나: 수유 맛집에서 찾은 이탈리아의 향기

어느덧 완연한 가을, 붉게 물든 단풍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풍경을 벗 삼아, 오래전부터 벼르던 수유의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파쪼쿠치나’로 향했다. 북한산 자락의 정기를 받으며 자리 잡은 이곳은, 겉보기에는 소박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온몸을 감싸 안는 듯했다.

레스토랑 내부는 아늑한 공간에 테이블이 몇 개 놓여 있는 작은 규모였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옆 테이블의 이야기가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오히려 그 소음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벽면에는 여사장님의 취향이 묻어나는 듯,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진들이 갤러리처럼 걸려 있었다. 붉은 벽돌과 짙은 나무색 가구들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따스한 분위기는 마치 오래된 팝 음악을 듣는 듯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천장에는 은은한 빛을 발하는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공간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는 듯했다.

파쪼쿠치나 내부 인테리어
따뜻한 색감의 조명과 아늑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파쪼쿠치나 내부

자리에 앉자, 메뉴판과 함께 따뜻한 물수건이 나왔다. 메뉴판을 펼쳐 보니, 다양한 파스타와 피자, 그리고 스테이크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수제 버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지만, 오늘은 파스타와 피자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잠시 고민 끝에,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크림 베이컨 파스타와 써니사이드 피자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식전 빵이 나왔다. 따뜻하지 않아 아쉬웠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에 달콤한 블루베리 잼을 발라 먹으니, 입맛이 돋아나는 듯했다. 빵을 음미하며 창밖을 바라보니,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더욱 따스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림 베이컨 파스타가 나왔다. 접시 가득 담긴 파스타 위에는 잘게 썬 파슬리가 솔솔 뿌려져 있었고, 고소한 크림소스 향이 코를 자극했다.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한 입 맛보니, 진하고 부드러운 크림소스와 짭짤한 베이컨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면은 알맞게 삶아져 쫄깃했고, 크림소스는 느끼하지 않고 고소했다. 특히, 베이컨은 큼지막하게 썰어져 있어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느끼한 맛을 잡아주기 위해 할라피뇨를 곁들여 먹으니, 더욱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크림 베이컨 파스타
진한 크림소스와 베이컨의 풍미가 가득한 크림 베이컨 파스타

파스타를 맛보는 동안, 써니사이드 피자가 나왔다. 화덕에서 갓 구워져 나온 피자는 노릇노릇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피자 위에는 반숙 계란이 톡 올려져 있었고, 신선한 루꼴라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피자 한 조각을 들어 올리니, 쫄깃한 도우와 녹아내리는 치즈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한 입 베어 무니, 고소한 치즈와 짭짤한 햄, 그리고 촉촉한 계란 노른자가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선사했다. 특히, 화덕에서 구워진 도우는 쫄깃하면서도 바삭했고, 은은한 불 향이 풍미를 더했다. 간이 완벽하게 맞아, 질릴 틈 없이 계속해서 손이 갔다.

써니사이드 피자
반숙 계란과 루꼴라의 조화가 일품인 써니사이드 피자

식사를 하는 동안, 잔잔하게 흐르는 재즈 음악은 분위기를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어주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북한산의 풍경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은은한 음악이 어우러져 완벽한 식사 시간을 선사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테이블이 6개밖에 없는 작은 규모라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차 공간이 협소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수할 만큼 음식 맛은 훌륭하다.

다만, 몇몇 방문객들은 홀 서비스에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주문 누락이나 다소 무뚝뚝한 응대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후기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사장님은 시크한 듯 보이지만, 오히려 소탈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졌다.

메뉴에 햄버거가 사라진 점은 아쉬웠지만, 스테이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메뉴인 듯했다. 묵직한 풍미를 자랑하는 스테이크는 이곳을 방문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메뉴라고 한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스테이크를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스테이크
다음 방문을 기약하게 만드는 스테이크의 비주얼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무심한 듯 “가세요”라고 짧게 대답했지만, 왠지 모르게 따뜻함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쌀쌀한 가을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하지만, 뱃속은 따뜻한 음식으로 가득 차 있었고,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파쪼쿠치나는 화려한 인테리어나 완벽한 서비스는 아닐지 몰라도, 정성이 담긴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로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다. 북한산 등반 후, 혹은 수유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는다면, 파쪼쿠치나를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프런 파스타
오일 파스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프런 파스타

파스타의 면은 혀끝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듯했고, 소스는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마치 이탈리아 어느 골목길 작은 식당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곳의 음식들이 획일적인 이탈리안 스타일을 따르기보다는, 파쪼쿠치나만의 개성이 묻어난다는 점이었다.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미국식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깝다는 평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엘비스 버거
파쪼쿠치나의 또 다른 인기 메뉴, 엘비스 버거

문득, 예전에 맛보았던 엘비스 버거가 떠올랐다. 큼지막한 번에 육즙 가득한 패티, 그리고 신선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 엘비스 버거는,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맛이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파쪼쿠치나, 그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추억을 선물하는 공간이었다. 북한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파쪼쿠치나에서의 특별한 식사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
묵직한 토마토소스의 풍미가 느껴지는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

마지막 한 입까지, 음식에 대한 만족감은 변함없었다. 어쩌면 나는 맛있는 음식을 통해, 잠시나마 현실의 무게를 잊고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파쪼쿠치나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 문득 파쪼쿠치나의 사장님이 궁금해졌다. 과묵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분은, 어떤 마음으로 이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을까. 아마도, 맛있는 음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아닐까.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파쪼쿠치나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수유 지역 맛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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