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로수길 레트로 감성, 푸짐한 반찬에 놀라는 서울대입구역 냉삼 맛집 기행

어느 날 문득, 어릴 적 엄마가 구워주던 냉동 삼겹살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번쩍이는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 얇게 썰린 삼겹살이 순식간에 노릇하게 익어가는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푸짐하게 차려진 엄마표 반찬들. 그 기억을 따라 서울대입구, 샤로수길 한복판에 자리 잡은 냉삼 전문점을 찾았다.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외관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했다. 테이블마다 놓인 알루미늄 호일이 깔린 불판과 동그란 스테인리스 테이블, 정겨운 분위기가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벽 한쪽에는 촌스러운 듯 정감 가는 벽지가 붙어 있었고, 테이블 간 간격은 좁았지만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들 저마다의 이야기꽃을 피우며 냉삼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냉동 삼겹살 1인분에 200g, 가격은 12,000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꽤나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냉삼을 주문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밑반찬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커다란 쟁반 위에 놓인 반찬 가짓수가 무려 15가지. 마치 백반집에 온 듯한 푸짐함에 입이 떡 벌어졌다.

알록달록한 포트메리온 그릇에 담긴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갈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젓갈, 김치, 샐러드, 나물 등 종류도 다양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매일매일 바뀐다는 오늘의 반찬이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집밥 같은 반찬들은 엄마의 손맛을 떠올리게 했다.

고기가 나오기 전에 밑반찬들을 하나씩 맛봤다. 짭짤한 젓갈은 흰 쌀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고, 아삭한 김치는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특히 좋았던 건, 시원한 물김치였다. 살얼음이 동동 뜬 물김치는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줬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냉동 삼겹살이 등장했다. 얇게 썰린 냉삼은 핑크빛 자태를 뽐내며 은박지 위로 쏟아졌다. 함께 나온 큼지막한 새송이버섯과 팽이버섯, 그리고 김치까지 불판 위에 올리니 순식간에 푸짐한 한 상이 완성되었다.

냉동 삼겹살과 버섯, 김치가 올려진 불판
냉동 삼겹살과 버섯, 김치가 올려진 불판

지글지글 익어가는 냉삼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황홀하다. 얇은 냉삼은 금세 노릇노릇하게 익어갔다. 잘 익은 냉삼 한 점을 집어 들고 쌈장에 콕 찍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얇지만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상추에 깻잎을 올리고, 파채와 구운 김치, 마늘, 쌈장까지 듬뿍 넣어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특히 이 집의 파채는 참기름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특징이었다. 파채의 알싸한 맛과 냉삼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기본 서비스로 찌개와 계란찜 중 하나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된장찌개와 계란찜을 선택했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는 우렁이가 듬뿍 들어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특히 마른 새우와 꽃게, 버섯 등이 들어가 해물 된장찌개와 우렁 된장찌개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맛이 일품이었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와 계란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와 계란찜

몽글몽글한 계란찜은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뜨거운 뚝배기에 담겨 나와 먹는 내내 따뜻함을 유지했다. 특히 계란찜 위에 뿌려진 깨소금이 고소함을 더해줬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주문했다. 볶음밥 가격은 3,000원. 저렴한 가격에 비해 퀄리티가 훌륭했다. 김치와 날치알이 듬뿍 들어간 볶음밥은 톡톡 터지는 식감과 매콤한 맛이 조화로웠다. 특히 코다차야 스타일로 만들어져 더욱 먹음직스러웠다.

김치와 날치알이 듬뿍 들어간 볶음밥
김치와 날치알이 듬뿍 들어간 볶음밥

볶음밥 위에는 계란 프라이가 무려 두 개나 올려져 나왔다. 반숙으로 익혀진 계란 노른자를 톡 터뜨려 볶음밥과 함께 비벼 먹으니, 고소함이 두 배가 되었다. 볶음밥을 주문하면 김치와 콩나물, 무생채 등 세 가지 반찬이 추가로 제공된다. 볶음밥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이곳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분위기뿐만 아니라,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주인 할머니는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반찬이 부족한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채워주셨다. 직원들도 항상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사람이 많아 다소 시끄럽다는 것이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탓에 옆 테이블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들려왔다. 조용하고 오붓한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다. 또한, 바닥이 조금 미끄러워서 걸을 때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재방문 의사가 충분히 있는 곳이다. 푸짐한 밑반찬과 질 좋은 냉삼,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특히, 냉삼을 시키면 백반을 먹는 듯한 푸짐한 밑반찬 구성은 다른 냉삼집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이었다. 서울에서 냉삼이 생각날 때, 주저 없이 이곳을 찾을 것 같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주인 할머니께서 건네주신 조지아 커피 한 캔은 기분 좋은 마무리였다. 차가운 캔 커피를 손에 쥐니, 어릴 적 동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던 추억이 떠올랐다.

샤로수길에서 맛있는 냉삼을 먹고 싶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푸짐한 밑반찬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냉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람이 많은 시간대를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전화로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양한 밑반찬 클로즈업
다양한 밑반찬 클로즈업

샤로수길 맛집 탐방은 언제나 즐겁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맛집을 방문하게 될까? 새로운 맛집을 찾아 떠나는 설렘을 안고, 오늘도 행복한 미식 생활을 이어가야겠다.

테이블 전체 샷
테이블 전체 샷
계란찜, 찌개, 파채 클로즈업
계란찜, 찌개, 파채 클로즈업
고기 굽는 모습
고기 굽는 모습
불판에 올려진 고기, 김치, 버섯
불판에 올려진 고기, 김치, 버섯
푸짐한 테이블 전체 샷
푸짐한 테이블 전체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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