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줄기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달리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드넓은 차밭과 굽이치는 강물, 그리고 그 풍경 속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 하동 악양.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멸치국수 한 그릇을 위해, 나는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소박한 간판이 정겨운 “악양국시방”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낡은 듯 정감 있는 외관이 눈에 띈다. 건물 앞에는 아기자기한 화분들이 놓여 있어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푸른색 건물 외벽과 가지런히 놓인 화분들이 어우러져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 설레는 마음으로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벽면에는 방문객들의 추억이 담긴 낙서들이 가득했고, 한쪽 벽면에는 메뉴 사진들이 붙어 있어 침샘을 자극했다. 은은하게 풍기는 멸치 육수 향은, 내가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려주는 듯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훑어봤다. 국수 종류도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우엉김밥’이었다. 멸치국수와 우엉김밥의 조합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잠시 고민하다 멸치국수와 우엉김밥, 그리고 비빔국수까지 주문했다. 혼자 왔지만, 이 맛있는 음식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주문 후,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간단한 밑반찬이 나왔다. 멸치볶음, 김치,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나물 무침. 소박하지만 정갈한 모습에, 이곳의 음식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특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멸치볶음은, 멸치국수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드디어 멸치국수가 나왔다. 뽀얀 멸치 육수 위로 김 가루와 송송 썰린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진하고 깊은 멸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흔히 먹던 멸치국수와는 차원이 다른, 제대로 우려낸 육수였다. 면발은 어찌나 쫄깃한지, 후루룩 넘어가는 식감이 예술이었다.

곧이어 나온 우엉김밥은, 겉모습부터 남달랐다. 큼지막하게 썰린 우엉이 밥보다 더 많이 들어있었고, 참기름 향이 코를 자극했다. 한 입 베어 무니, 아삭아삭한 우엉의 식감과 짭짤한 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멸치국수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다. 밖에서 흔히 사 먹는 김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성이 가득 담긴 김밥이었다.
마지막으로 비빔국수가 나왔다. 붉은 양념장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게 했다. 젓가락으로 비비는 순간, 매콤한 향이 코를 찔렀다. 한 입 맛보니,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면발도 쫄깃쫄깃해서 씹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함께 나온 따뜻한 멸치 육수와 함께 먹으니, 매운맛이 중화되면서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사진 속 비빔국수는 큼지막한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겉절이처럼 보이는 채소가 면 위에 듬뿍 올려져 있어 신선함을 더한다. 젓가락으로 면을 집어 올리는 모습은 그 쫄깃함을 더욱 강조하는 듯하다.
정신없이 국수와 김밥을 먹어 치웠다. 워낙 양이 많아서 배가 불렀지만,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맛이 훌륭했다. 특히, 이곳의 국수는 멸치 육수에 조개가 들어가 시원한 맛을 더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국물 맛이 더욱 깊고 깔끔하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나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장님의 친절한 미소와 따뜻한 인사에, 이곳의 음식 맛이 더욱 깊게 느껴졌다.
악양국시방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정(情)을 나누는 공간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하동에 다시 오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다른 국수 메뉴와 매운 김밥에도 도전해봐야겠다. 특히 검은콩국수는 오이채와 깨소금이 듬뿍 뿌려져 나와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라고 하니, 다음 방문 때는 꼭 맛봐야겠다.

하동 악양은,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다. 만약 하동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악양국시방에서 맛있는 국수 한 그릇을 맛보길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동 여행 중 만난 최고의 국수 맛집이었다.
가게를 나서 섬진강변을 따라 걸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 맛보았던 멸치국수의 여운을 곱씹었다. 따뜻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 그리고 아삭한 우엉김밥의 조화는,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악양에서의 맛있는 추억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악양국시방의 따뜻한 멸치국수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섬진강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섬진강 바람을 맞으며, 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언젠가 꼭 다시 이곳에 돌아와, 악양국시방의 국수를 맛보리라. 그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맛있는 추억을 나누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