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깊이가 녹아든, 인천 노포에서 맛보는 특별한 복어요리 맛집

오래된 것들이 주는 편안함과 깊이를 사랑하는 나에게, 70년 넘는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노포의 존재는 그 자체로 커다란 위로다. 낡은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곳. 인천, 그 중에서도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동인천에는 그런 매력을 지닌 식당들이 숨어있다. 오늘 내가 찾은 곳은 3대째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복요리 전문점, 송미옥이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왔을 법한, 혹은 아버지의 젊은 시절 추억이 깃들어 있을 법한 공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인테리어는 묘하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복사시미, 복중탕, 튀김 등 다양한 복요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민 끝에 이곳의 시그니처라는 복중탕과 튀김을 주문했다.

송미옥 메뉴판
송미옥의 메뉴판. 복어요리 전문점다운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젓가락이 닿는 순간, ‘아, 여기는 정말 내공이 있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나하나 맛깔스럽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섬세함이 느껴졌다. 특히 볶음김치는 젓가락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는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중탕이 모습을 드러냈다. 뽀얀 국물 위로 미나리와 버섯이 듬뿍 올려진 모습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코를 찌르는 강렬한 향은 없었지만, 은은하게 풍기는 된장의 구수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복중탕
미나리와 버섯이 듬뿍 올려진 복중탕.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된장 베이스의 국물은 깊고 시원하면서도, 전혀 텁텁하지 않았다. 복어 특유의 담백함과 된장의 구수함이 어우러져, 정말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맛’을 만들어냈다. 마치 오랜 시간 끓여낸 사골 국물처럼, 깊은 맛이 느껴졌다. 나주에 곰탕이 있다면, 인천에는 복중탕이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중탕
뽀얀 국물 위에 올려진 미나리와 버섯이 먹음직스럽다.

복어 살은 어찌나 쫄깃하고 탱탱하던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듯한 식감이 정말 즐거웠다. 특히 미나리와 함께 먹으니, 향긋한 미나리 향이 복어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90세가 넘은 할머니도 맛있게 드신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니,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임에 틀림없다.

이어서 나온 튀김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튀김옷은 어찌나 바삭한지, 입에 넣는 순간 ‘바사삭’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튀김 속 재료는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고, 특히 버섯과 미나리를 함께 튀겨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튀김을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고소함만 남았다.

튀김
바삭한 튀김옷이 인상적인 튀김. 버섯과 미나리를 함께 튀겨낸 것이 특징이다.
튀김
갓 튀겨져 나온 따끈한 튀김은 맥주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따뜻한 히레사케 한 잔과 함께 복어회를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튀김에 시원한 맥주 한 잔 곁들이는 것도 정말 훌륭한 선택일 것 같다. 다음번 방문에는 꼭 튀김과 맥주를 함께 즐겨봐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식사는 맛있게 하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그 따뜻한 인사에,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송미옥의 감사함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정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최근 리모델링을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옛스러움이 느껴지는 공간. 낡은 테이블과 의자,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들이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겉모습은 허름할지라도, 맛과 서비스는 절대 허술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노포’ 특유의 분위기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곁들임 소스
톡 쏘는 맛이 매력적인 곁들임 소스. 복어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송미옥은 분명 가격대가 있는 곳이다. 누군가는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단순히 ‘음식’이 아닌 ‘가치’를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70년 넘는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장인 정신, 변함없는 맛, 그리고 따뜻한 서비스. 이 모든 것들이 가격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40대 이상, 혹은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는 평이 많다. 하지만 나는 젊은 세대 역시 충분히 이곳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화려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식당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에서 오래된 식당을 찾는다면, 옛것이 그리울 때 방문하면 좋을 곳이다. 송미옥 주변은 오래된 곳들이 많아, 인천 사람이라면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반가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인천에서 애정하는 노포 중 하나로, 복중탕만 먹지 말고 가끔 튀김도 먹고, 복회도 따신 히레사케와 한잔 해야 한다.

밑반찬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 하나하나 맛깔스럽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섬세함이 느껴진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계단 시설이 많아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서비스가 다소 아쉽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어쩌면 바쁜 시간대에 방문하면 서비스가 다소 미흡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음번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방문하고 싶다. 부모님께서도 분명 이곳의 깊은 맛과 정겨운 분위기를 좋아하실 것 같다. 특히 된장 베이스의 복중탕은 어르신들의 입맛에 딱 맞을 것이다. 귀한 분을 모시고 식사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인천에서 맛보는 특별한 복요리. 70년 전통의 깊은 맛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 송미옥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인천의 역사를 담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오늘, 나는 그 공간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인천 맛집을 찾는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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