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팔순을 바라보시는 아버지께서 며칠 전부터 한 식당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하셨다. 붓글씨를 배우러 다니시는 안양문화원 앞에 기가 막힌 밥집이 있다는 것이었다. 당신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익히 아는지라, 그 칭찬이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다. 결국 아버지 생신을 맞아 온 가족이 그 ‘다연밥상’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만안구 119 안전센터 바로 앞에 자리 잡은 다연밥상은, 간판부터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커다란 글씨로 적힌 상호와 전화번호가 정겹다. 낡은 외관은 자칫 스쳐 지나치기 쉬울 정도였지만, 왠지 모를 따스함이 느껴졌다. 주차 공간이 따로 없어 근처 골목에 조심스레 차를 대고 안으로 들어섰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였지만 다행히 테이블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내부는, 왁자지껄한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벽에는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가정식 백반을 비롯해 삼겹살, 오삼불고기, 부대찌개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두신 듯, 망설임 없이 가정식 백반을 주문하셨다. 가격은 단돈 8,000원.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가격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잠시 후, 상상 이상의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쟁반 가득, 10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반찬들이 빈틈없이 놓였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붉은 빛깔의 김치,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두부조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계란찜, 짭짤한 가자미 구이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긴, 집밥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밥 또한 일반적인 흰쌀밥이 아닌 잡곡밥으로 제공되어 더욱 건강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따뜻한 밥상과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다.
젓가락을 들어 가장 먼저 두부조림을 맛보았다. 간이 딱 맞게 배어 든 두부의 촉촉함과, 은은하게 퍼지는 양념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이어서 맛본 김치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계란찜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마치 푸딩을 먹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파 송송 썰어 넣은 모습이 정갈하다.

어머니는 가자미 구이를 드시더니, “비린내 하나 없이 정말 잘 구웠네.” 하시며 감탄하셨다. 아버지 역시 묵묵히 밥을 드시면서도, 연신 “음, 맛있어.” 라는 말씀을 되뇌셨다. 어찌나 맛있게 드시는지, 보는 내가 다 흐뭇했다. 콩나물, 시금치 등 나물 종류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밥에 슥슥 비벼 먹으니 꿀맛이었다.

뿐만 아니라, 뜨끈한 숭늉이 셀프 코너에 마련되어 있어, 식사 중간중간 입가심으로 마시니 속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숭늉은 언제나 옳다.
반찬이 부족하면 푸근한 인상의 이모님께서 친절하게 리필해주셨다. “더 필요한 거 없냐”며 살뜰히 챙겨주시는 모습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이었다.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입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아버지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다연밥상에서는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시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역시 아버지가 인정한 맛집은 달랐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몇 반찬은 내 입맛에는 조금 평범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굳이 많은 가짓수의 반찬을 내기보다는, 몇 가지라도 정말 맛있는 반찬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퀄리티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다연밥상에서는 가정식 백반 외에도 삼겹살과 부대찌개도 인기 메뉴인 듯했다. 다음에는 부대찌개를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햄과 야채가 듬뿍 들어간 부대찌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니 더욱 기대감이 커진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아버지께서는 “역시 내 입맛에는 여기가 최고야.”라며 만족스러워하셨다. 그 모습을 보니, 다연밥상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8,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고 따뜻한 집밥을 맛볼 수 있는 곳. 안양에서 엄마 손맛이 그리울 때, 혹은 푸근한 밥상이 생각날 때, 다연밥상을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한다.

참고로, 다연밥상은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버스를 이용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또한, 식사 시간에는 손님들이 몰려 웨이팅이 발생할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따뜻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아버지의 콧노래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다연밥상에서의 따뜻한 식사는, 아버지의 생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다음에는 부모님 모시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 기울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