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굴젓의 향긋한 유혹, 서천에서 찾은 추어탕 인생 맛집

어쩌다 서천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행운이었다. 볼일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길, 늦은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북적이는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한오백년 추어탕’. 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마음에 홀린 듯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식당 안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나무 테이블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추어탕을 비롯해 어리굴젓, 돌솥밥, 튀김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가장 기본적인 돌솥밥 추어탕을 주문하고, 굴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어리굴젓도 함께 시켜보기로 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잘 차려진 한정식처럼 푸짐한 상차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돌솥밥과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 그리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어리굴젓까지. 놋그릇에 담긴 정갈한 밑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뽀얀 김이 솟아오르는 돌솥 안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이 가득 담겨 있었다. 밥알 사이사이에는 검은 콩이 박혀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돌솥밥과 추어탕, 다양한 밑반찬이 차려진 테이블
돌솥밥과 추어탕, 그리고 정갈한 밑반찬들이 풍성하게 차려진 모습

먼저 뜨끈한 추어탕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깊고 진한 국물은 입 안 가득 퍼져 나갔고, 텁텁함 없이 깔끔한 뒷맛이 인상적이었다. 후추 향이 살짝 느껴지는 것이, 마치 오랫동안 끓여낸 해장국을 먹는 듯 속이 시원하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추어탕 안에는 미꾸라지와 함께 시래기, 부추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있었다. 특히 미꾸라지는 국산만을 사용한다고 하니, 더욱 믿음이 갔다.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기 전, 추어탕 맛있게 먹는 법을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벽에 붙어있는 안내문에는 추어탕에 부추와 고추, 들깨를 넣고 국수를 말아 먹으면 더욱 맛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시키는 대로 듬뿍 넣어 한 입 맛보니, 이전과는 또 다른 풍성한 맛이 느껴졌다. 향긋한 부추와 칼칼한 고추, 고소한 들깨가 어우러져 추어탕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듯했다.

쫄깃한 면발은 뜨끈한 국물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면을 다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그 또한 일품이었다. 뜨거운 밥알이 국물에 스며들어 더욱 깊은 맛을 내는 듯했다.

들깨와 부추가 듬뿍 올라간 추어탕
들깨와 부추가 듬뿍 올라간 추어탕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이 집의 숨은 주인공은 바로 어리굴젓이었다. 젓갈 특유의 쿰쿰한 냄새는 전혀 없고, 신선한 굴의 향긋함만이 코를 간지럽혔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붉은 양념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었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집어 맛을 보니,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환상적이었다. 특히 굴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져, 마치 바다를 통째로 삼킨 듯한 기분이었다. 양념은 살짝 달달한 편이었는데, 굴의 풍미를 해치지 않을 정도의 은은한 단맛이라 더욱 좋았다.

갓 지은 돌솥밥에 어리굴젓을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따뜻한 밥과 시원한 굴젓의 조화는 상상 이상이었다. 짭짤한 굴젓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어리굴젓은 어찌나 맛있는지, 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다양한 밑반찬과 어리굴젓
놋그릇에 담겨 나온 정갈한 밑반찬들과 윤기가 흐르는 어리굴젓의 모습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훌륭했다. 깍두기, 배추김치, 콩나물무침 등 하나하나 정갈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특히 겉절이는 갓 담근 듯 신선했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어리굴젓이 워낙 맛있어서 다른 반찬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맛을 보니 왜 손님들이 많은지 알 수 있었다.

돌솥밥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누룽지였다. 밥을 모두 퍼낸 후,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먹으니 속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기분이었다. 구수한 누룽지의 향기와 부드러운 식감은,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었다. 숭늉에 겉절이를 올려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깔끔함만이 남았다.

돌솥에 눌어붙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만든 숭늉
돌솥에 눌어붙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숭늉은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완벽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어, 어리굴젓과 추어탕을 포장하기로 했다.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이 맛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포장을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보니 연인,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았다. 혼밥을 즐기러 온 손님도 눈에 띄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집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니,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서울에서 왔다는 나에게,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며 샘플용 누룽지 두 개를 건네주셨다. 예상치 못한 친절에 감동받아, 더욱 기분 좋게 식당을 나설 수 있었다.

서천 맛집 ‘한오백년 추어탕’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이었다. 깊고 진한 추어탕과 향긋한 어리굴젓의 조화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고, 푸짐한 인심과 친절한 서비스는 감동 그 자체였다. 서천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주저 없이 ‘한오백년 추어탕’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추어튀김과 우렁된장도 꼭 한번 맛봐야겠다. 서천 지역 주민들이 왜 이 곳을 맛집이라고 부르는지, 직접 경험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어리굴젓의 향긋한 냄새가 가득했다. 괜스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서천에서 찾은 이 작은 행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

돌솥밥, 추어탕, 돈까스 등 다양한 메뉴가 차려진 푸짐한 상차림
돌솥밥과 추어탕 외에도 돈까스 등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맛깔스러운 밑반찬
맛깔스러운 밑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진다.
추어탕에 다진 마늘을 넣어 먹는 모습
취향에 따라 다진 마늘을 넣어 먹으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상다리가 휘어질 듯 푸짐한 한 상 차림
상다리가 휘어질 듯 푸짐한 한 상 차림은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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