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역 9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싱그러운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치는 듯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기분을 느끼다니, 오늘 방문할 곳에 대한 기대감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목적지는 바로 ‘선어.도’, 뼈 없는 세꼬시와 시원한 미역국으로 입소문 난 곳이었다. 며칠 전부터 회백반이 어찌나 당기던지, 점심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가게 앞에 세워진 배너에는 ‘도다리 세꼬시 전문점’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그 옆에는 점심 메뉴인 회백반과 곁들여 먹기 좋은 회 추가 메뉴 안내가 눈에 띄었다. 짙푸른 색 잉크로 정갈하게 쓰인 글씨체에서, 왠지 모를 장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마치 붓으로 한 획, 한 획 정성스레 써 내려간 듯한 느낌이랄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했던 횟집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산뜻하고 모던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흔히 떠올리는 왁자지껄한 분위기 대신, 은은한 조명 아래 차분함이 감도는 공간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카페를 개조한 듯한 하얀 인테리어는, 여느 횟집과는 다른 깨끗한 인상을 주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세꼬시와 숙성회, 해산물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나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점심 특선 회백반! 15,000원이라는 가격이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깔끔한 구성과 맛을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특이하게 회와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점심시간이라 가볍게 패스했지만, 다음에는 꼭 와인과 함께 숙성회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회백반이 눈앞에 펼쳐졌다. 놋그릇에 담긴 정갈한 음식들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뽀얀 쌀밥과 뜨끈한 미역국, 그리고 앙증맞은 크기의 반찬들이 보기 좋게 놓여 있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채 썬 무와 함께 소담하게 담겨 나온 세꼬시였다.

젓가락을 들어 세꼬시 한 점을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신선함에 мигом 탄성이 터져 나왔다. 뼈 없이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도 일품이었다. 평소 세꼬시는 잔가시 때문에 즐겨 먹지 않았는데, 이곳의 세꼬시는 그런 걱정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쌈장도 직접 만들어서 제공한다고 하는데, 시판 쌈장과는 차원이 다른 깊은 맛이 느껴졌다.
미역국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다. 뽀얀 국물에서는 깊은 생선 육수의 풍미가 느껴졌다. 마치 남해안 바닷가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으로 끓인 듯,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었다. 뜨끈한 미역국을 한 입, 두 입 마실 때마다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기 전, 쌈 채소와 곁들여 먹을 채 썬 무를 한가득 집어 들었다. 싱싱한 깻잎 위에 세꼬시와 무, 그리고 쌈장을 듬뿍 올려 한입에 넣으니, 향긋한 깻잎 향과 아삭한 무의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회를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는, 남은 회를 밥에 넣어 슥슥 비벼 먹었다. 짭짤한 쌈장과 고소한 참기름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선사했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세꼬시의 식감은, 밋밋할 수 있는 회덮밥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와서 점심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종근당 근처에 위치한 덕분인지, 회사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식사를 하러 온 듯했다. 깔끔한 분위기에서 혼밥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식사에 집중하고 있는데, 문득 냉장고 안의 와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횟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주, 맥주 대신 다양한 종류의 와인들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 꽤나 신선했다. 실제로 옆 테이블에서는 숙성회에 와인을 곁들여 마시는 손님들도 있었다. 다음에는 저녁에 방문해서, 꼭 와인과 함께 회를 즐겨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벽면에 붙어있는 메뉴판이 눈에 띄었다. 세꼬시 한 접시가 3만원, 육전이 2만 8천원이라는 가격이 적혀 있었다. 점심 메뉴인 회백반 외에도, 저녁에는 다양한 안주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후의 행복감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하지만 곧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을 알기에, 발걸음은 가벼웠다. 충정로에서 맛있는 맛집을 발견했다는 기쁨과 함께,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서울의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를 걸으며, 오늘 맛본 회백반의 여운을 곱씹었다. 신선한 세꼬시와 시원한 미역국, 그리고 깔끔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점심 식사였다. 앞으로 회백반이 생각날 때면, 주저 없이 ‘선어도’를 찾게 될 것 같다. 충정로에서 특별한 점심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총점: 5/5
* 맛: 5/5 (신선한 재료와 정성스러운 손맛이 느껴지는 맛)
* 분위기: 5/5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 편안한 분위기)
* 가격: 4/5 (점심 회백반은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음, 저녁 메뉴는 가격대가 있는 편)
* 서비스: 5/5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
추천 메뉴:
* 점심 회백반
* 세꼬시
* 숙성회
* 육전
* 지리탕
꿀팁:
*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 와인과 함께 회를 즐기고 싶다면, 저녁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 혼밥을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