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제주도 여행.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상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현지인처럼’. 유명 관광지보다는 숨겨진 명소를 찾아다니고, 화려한 레스토랑보다는 동네 주민들이 즐겨 찾는 맛집을 탐방하기로 했다. 특히, 제주 흑돼지는 꼭 맛봐야 할 필수 코스!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칼호텔 근처의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동그라미”. 이곳은 2010년부터 제주도를 방문할 때마다 꼭 들르는 나만의 숨겨진 단골집이다. 화려한 간판이나 세련된 인테리어는 없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발길을 이끈다. 식당 옆 작은 밭에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채소들이 제주도의 시골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활기찬 목소리의 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테이블은 이미 현지 주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메뉴판을 보니 흑돼지, 무항생제 돼지고기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나의 선택은 언제나 점심 특선 고기 모듬이다.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과거 6천원이었던 가격이 물가 상승으로 인해 9천원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훌륭한 가성비를 자랑한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한 숯불이 들어왔다. 불판 위에 올려진 흑돼지는 선명한 분홍빛을 뽐내며, 신선함을 자랑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숯불의 은은한 향이 코를 간지럽히며 식욕을 자극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정갈한 밑반찬이다. 마치 할머니가 차려주시는 듯한 푸짐한 인심이 느껴졌다. 김치, 콩나물무침, 멸치볶음 등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긴 맛깔스러운 반찬들은 흑돼지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특히, 제주도 토속 음식으로 만들어진 반찬들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드디어 흑돼지가 노릇노릇하게 익어갔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흑돼지를 보니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잘 익은 흑돼지 한 점을 멜젓에 푹 찍어 입안에 넣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육즙, 그리고 멜젓의 짭짤한 맛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상추에 흑돼지, 김치, 콩나물무침, 마늘을 올려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흑돼지의 풍부한 육즙과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흑돼지 한 점, 반찬 한 입, 번갈아 가며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흑돼지를 다 먹고 난 후에는, 남은 숯불에 김치찌개를 끓여 먹었다.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는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일품이었다. 밥에 김치찌개를 쓱쓱 비벼 먹으니, 마지막까지 든든하고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사장님께서 푸근한 미소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하니, 사장님께서는 덤으로 요구르트 하나를 건네주셨다.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동그라미”는 단순한 식당이 아닌, 제주도의 따뜻한 인심과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흑돼지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갈한 밑반찬과 친절한 서비스는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다.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식당을 나서, 따스한 햇살 아래 잠시 숨을 고른다. 배부른 포만감과 함께 마음까지 풍족해지는 기분이다. 역시 제주도 여행은 언제나 옳다. 다음에는 또 어떤 숨겨진 맛집을 찾아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