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으로 향하는 길, 설렘과 기대감이 뒤섞인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오래된 시장 골목, 그 좁다란 길모퉁이에서 풍겨져 나올 따뜻한 밥 냄새를 상상하며, 나는 마치 보물 지도를 든 탐험가처럼 발걸음을 재촉했다. 목적지는 예천전통시장, 그곳에서도 현지인들의 입소문으로만 전해 내려온다는 작은 식당이었다. 화려한 간판도, 세련된 인테리어도 없지만, 소박한 정과 푸짐한 인심으로 가득하다는 그곳. 드디어 숨겨진 맛집을 찾아 나서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예천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즈넉하고 정겨운 도시였다. 낡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시장으로 향하는 동안, 굽이굽이 이어진 골목길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낮은 지붕 너머로 보이는 푸른 하늘, 담벼락에 기대어 핀 이름 모를 들꽃들, 그리고 왁자지껄한 시장 상인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드디어 예천전통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활기 넘치는 사람들, 형형색색의 물건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갓 튀겨낸 꽈배기의 달콤한 냄새, 짭짤한 젓갈 냄새, 그리고 싱싱한 해산물의 비릿한 냄새가 뒤섞여 오감을 자극했다. 나는 시장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지도 앱을 켜고, 주변 상인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드디어 찾았다. 간판조차 제대로 없는, 허름한 식당. 하지만 그 앞에서 서성이며 메뉴를 고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곳이 진짜 ‘맛집’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투박한 나무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주인 아주머니의 넉살 좋은 목소리가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작은 공간이었지만, 훈훈한 온기와 정겨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메뉴판은 벽에 붙은 하얀 종이가 전부였다. 나물 땡초국밥, 황태 해장국, 김치찌개, 돼지찌개 등 소박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나는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돼지찌개와 잔치국수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주인 아주머니는 능숙한 솜씨로 밑반찬을 차려주셨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놓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 콩나물무침, 김치, 시금치나물,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을 가진 해초 무침까지. 특히 톳과 비슷한 해초를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반찬은 처음 맛보는 것이었는데, 쌉싸름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반찬들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해주는 집밥처럼 푸근하고 정겨운 느낌을 주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찌개가 나왔다. 큼지막한 뚝배기 안에는 돼지고기와 두부, 김치, 그리고 각종 채소가 듬뿍 들어 있었다. 빨갛게 끓고 있는 찌개를 보니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찌개는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서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국물을 한 숟갈 떠서 맛을 보았다. 진하고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김치의 시원함과 고기의 고소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국물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했고, 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돼지고기는 푹 익어서 야들야들했고,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돼지찌개를 먹는 동안, 잔치국수도 나왔다. 멸치 육수의 은은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스테인리스 대접에 담겨 나온 잔치국수 위에는 김 가루와 애호박, 당근 고명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면발은 탱글탱글했고, 육수는 깔끔하고 시원했다. 돼지찌개의 얼큰함과 잔치국수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나는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돼지찌개의 돼지고기를 건져 밥 위에 올려 먹고, 잔치국수를 후루룩 들이켰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줄도 몰랐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손님들도 모두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푸짐한 인심이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손님들이 반찬을 다 먹을 때마다 “더 드릴까요?”라며 살갑게 물어보셨다. 밥이 부족하면 더 주셨고, 심지어 옆 테이블 할아버지에게는 몰래 계란 프라이를 하나 더 올려주시는 모습도 보았다. 이런 따뜻한 정이 바로 이 식당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덧 뚝배기는 바닥을 보이고, 잔치국수도 깨끗하게 비워졌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나는 식당 문을 나서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화려한 레스토랑의 멋진 코스 요리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소박하고 정겨운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계산을 하면서 메뉴판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아침 식사 메뉴로 나물 땡초국밥, 황태 해장국, 미역국 등이 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식사 메뉴는 청국장, 김치찌개, 돼지찌개, 삼겹살 등이 있었는데, 가격은 8,000원에서 12,000원 사이였다. 돼지찌개는 2인분에 10,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메뉴판 한쪽에는 계절 메뉴로 매생이 떡국, 닭개장, 잔치국수가 적혀 있었다. 잔치국수는 여름 메뉴로 6,000원(중), 8,000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오징어볶음은 2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주류는 소주와 맥주가 4,000원, 막걸리가 3,000원, 음료수가 2,000원에 판매되고 있었고, 공기밥은 1,000원이었다. 메뉴판 하단에는 “저희 업소는 배추, 쌀, 고춧가루는 국내산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식당을 나와 다시 예천전통시장을 거닐었다. 아까보다 더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나는 시장에서 간단한 기념품을 몇 개 사고, 예천을 떠나기 전에 잠시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예천은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었다. 나는 시간이 부족해서 많은 곳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잠깐 동안이라도 예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식당 뒤뜰에 있던 장독대였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들은 마치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예천에서의 짧은 여행은 나에게 큰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특히 예천전통시장에서 맛보았던 돼지찌개와 잔치국수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혹시 예천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이 식당에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맛, 그리고 푸짐한 인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나는 예천에서 느꼈던 따뜻한 정과 맛있는 음식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는 꼭 가족들과 함께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천은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준 아름다운 도시였다. 그리고 예천전통시장의 작은 식당은, 그 추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곳이었다. 이 예천의 작은 맛집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