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이어진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문득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곰소항에 다다랐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원래는 젓갈을 사러 들를 생각이었지만, SNS에서 워낙 핫하다는 슬지제빵소의 명성이 자꾸만 발길을 잡아끌었다. 염전 바로 앞에 빵집이라니, 왠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자마자, 웅장한 규모에 입이 떡 벌어졌다. 하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마치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벽돌 벽 한쪽에는 “THIS PLACE DOESN’T APPEAR ON ANY MAP. TRUE PLACES NEVER DO”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1999년부터 시작된 이곳의 역사가 2017년을 넘어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고소한 빵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넓고 쾌적한 공간은 우드톤 인테리어로 아늑함을 더했고, 통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실내를 따뜻하게 감쌌다.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빵을 고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언뜻 보아도 7번이나 TV에 소개되었다는 명성이 헛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빵 진열대 앞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다행히 회전율이 빠른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빵을 고를 수 있었다. 슬지제빵소의 대표 메뉴는 단연 찐빵이었다. 팥, 쑥, 고구마 등 다양한 찐빵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소금찐빵이었다. 1인당 2개로 판매 제한까지 걸려있는 걸 보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고민 끝에 대파크림치즈 찐빵과 팥 음료, 그리고 소금찐빵을 선택했다. 쟁반에 빵을 담고 계산대로 향하는 길,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슬지제빵소에서 운영하는 편집숍이라고 했다. 빵뿐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주문한 빵과 음료를 들고 야외 테라스로 향했다. 드넓은 정원은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했고, 곳곳에 사진을 찍기 좋은 스팟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마치 작은 정원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정원 한켠에는 곰소염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루프탑도 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곰소염전을 바라보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듯했다.
가장 먼저 대파크림치즈 찐빵을 맛보았다. 쫄깃한 찐빵 속에 부드러운 크림치즈와 향긋한 대파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속이 꽉 차 있었다. 크림이 다소 많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팥 음료를 맛보았다. 흔히 맛볼 수 있는 팥 음료와는 차원이 달랐다. 팥 알갱이가 그대로 살아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은은한 단맛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단맛이었다. 팥을 싫어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소금찐빵을 맛보았다. 겉은 짭짤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묘한 매력이 있는 빵이었다. 빵이라기보다는 찐빵에 가까운 식감이었는데,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왜 사람들이 소금찐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지 알 수 있었다. 다만, 짠맛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물을 찾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슬지제빵소를 나섰다. 빵맛은 물론, 아름다운 분위기까지 갖춘 곳이었다. 부안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다른 찐빵들도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 곰소염전을 잠시 들렀다. 하얗게 펼쳐진 염전은 마치 설원과도 같았다.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소금이 세상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슬지제빵소의 소금찐빵에는, 바로 이 곰소염전의 소금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집으로 돌아와, 슬지제빵소에서 사온 빵들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다들 맛있다고 칭찬일색이었다. 특히 부모님은 팥 찐빵이 입에 맞으신다며, 다음에는 더 많이 사 오라고 하셨다. 슬지제빵소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맛을 지닌 곳이었다.
슬지제빵소는 단순히 빵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여 만든 빵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었고, 아름다운 공간은 사람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있었다. 빵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부안에 간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슬지제빵소는 아침 10시 30분에 오픈하지만, 늦게 가면 빵이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소금찐빵은 12시에 나오니, 시간을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주차장은 넓지만,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부족할 수도 있다. 또한, 빵과 음료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지만, 그만큼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고 하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슬지제빵소를 나서며, 문득 김갑철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슬지제빵소 창업주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슬지제빵소가 있을 수 있었으리라. 2018년 11월 29일에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는 안내판을 보니, 더욱 존경심이 들었다.

슬지제빵소는 내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맛있는 빵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슬지제빵소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부안에 다시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