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완연한 여름으로 접어들던 7월의 어느 날, 오래전부터 벼르고 별렀던 안산의 작은 텐동집, ‘그노이에’를 찾아 나섰다. 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기찻길 옆 좁은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 ‘유럽’이라는 간판을 달았던 자리에, 2024년 봄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얼마나 기대했던가. 드디어 ‘그노이에’라는 나무 간판이 눈에 들어왔을 때, 묘한 설렘이 온몸을 감쌌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늑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오픈형 주방에서는 사장님께서 분주하게 요리 준비를 하고 계셨다. 밖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텐동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기본 텐동부터 에비 텐동, 장어 텐동까지.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장어 텐동을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 큼지막한 장어 한 마리가 통째로 튀겨져 나온다는 설명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일반 텐동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다음에는 일반 텐동도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주방을 슬쩍 엿보았다. 사장님께서는 능숙한 솜씨로 튀김을 튀겨내고 계셨는데, 그 모습에서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으면서도 바삭함을 유지하는 비법이 궁금해졌다. 오픈형 주방이라 그런지, 더욱 믿음이 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어 텐동이 눈앞에 나타났다. 튀김 덮밥 위로 솟아오른 튀김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큼지막한 장어튀김을 중심으로, 새우, 가지, 버섯, 꽈리고추 등 다채로운 튀김들이 빈틈없이 밥을 덮고 있었다. 튀김옷은 황금빛으로 바삭하게 튀겨져 있었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타래 소스가 튀김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텐동을 실제로 마주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과 에서 보았던 그 압도적인 비주얼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튀김 위로 솟아오른 짙은 색감의 김 튀김과, 쨍한 초록색의 꽈리고추 튀김은 텐동의 화려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젓가락을 들고, 가장 먼저 장어튀김을 맛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장어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해서, 장어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전혀 눅눅하지 않고, 기름 쩐내도 나지 않았다. 신선한 기름을 사용하시는 듯했다. 새우튀김 역시 훌륭했다. 탱글탱글한 새우 살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새우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은은한 단맛이 감돌았다. 이 집 튀김, 정말 제대로다. 에서 클로즈업된 새우튀김의 모습처럼, 튀김옷은 얇고 섬세했으며, 새우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다른 튀김들도 하나씩 맛보았다. 가지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는데, 너무 뜨거워서 입 안을 데일 뻔했다. 다음에는 사장님께 미리 반으로 잘라달라고 부탁드려야겠다. 버섯튀김은 쫄깃한 식감이 좋았고, 꽈리고추튀김은 살짝 매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특이하게도 김을 튀긴 것이 있었는데, 바삭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묘하게 중독성 있었다. 튀김 자체에는 소스가 거의 없어서, 튀김 본연의 바삭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텐동과 함께 나온 미소 장국도 인상적이었다. 보통의 미소 장국과는 달리, 살짝 매콤한 맛이 감돌았다. 느끼할 수 있는 튀김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짭짤하면서도 은은한 유자 향이 감도는 단무지도 텐동과 잘 어울렸다.
밥 위에는 반숙으로 익힌 수란이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톡 터뜨려 밥과 함께 비벼 먹으니,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타래 소스가 짜지 않고 적당히 달콤해서, 밥과 튀김, 수란의 조화가 완벽했다.

솔직히 말해서, 장어 텐동의 양은 꽤 많았다. 성인 남자가 먹어도 배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워낙 맛이 좋아서,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느끼함을 덜어줄 수 있는 꽈리고추나 다른 야채 튀김이 조금 더 추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섰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기찻길 옆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따뜻한 햇살 아래, 한가롭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그노이에’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경험이었다.
‘그노이에’, 이곳은 맛, 가격, 분위기 모두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사장님의 정성이 느껴지는 튀김 요리는, 여태껏 먹어봤던 텐동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훌륭했다. 특히 튀김옷이 두껍지 않으면서도 바삭함을 유지하는 것이, 이 집만의 비법인 듯했다.
다만,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기찻길 주변에 주차를 하고, 잠시 걸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걷는 동안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가게 외관은 에서 볼 수 있듯이,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이다.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였고, 나무로 만든 간판이 따뜻한 인상을 주었다. 에서 보이는 입간판 역시, 가게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5월에 저녁 7시 반쯤 방문했을 때 재료 소진으로 인해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혹시 저녁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미리 전화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7월에 방문했을 때는 장국 맛이 살짝 매콤하게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더 맛있어진 것 같았다.
‘그노이에’는, 안산에서 텐동 맛집을 찾는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맛있는 텐동과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의 미소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에비 텐동과 다른 종류의 튀김도 함께 맛봐야겠다.
‘그노이에’에서의 텐동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기찻길 옆 작은 텐동집에서 맛본 특별한 경험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안산 맛집 기행, 다음 목적지는 어디로 향할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노이에’는, 앞으로도 나의 안산 최애 맛집 리스트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