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원에 계신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뭉클했다. 아버지는 늘 고향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하셨는데, 특히 젊은 시절 진안-임실 국도 공사 현장에서 땀 흘리셨던 추억을 자주 말씀하셨다. 그 시절, 그 험한 오지에서 고생하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겠지.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임실로 향하는 차 안에서, 왠지 모를 책임감과 함께 든든함이 느껴졌다. 점심은 아버지께 꼭 맛있는 순두부를 대접하고 싶었다.
임실 치즈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참나무집”이라는 순두부 전문점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 쓰인 ‘전통 가마솥 손두부’라는 문구가 왠지 모르게 정겹게 느껴졌다. since 1953이라는 문구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은,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며 발길을 더욱 이끌었다. 건물 외벽에는 TV조선 ‘백반기행’ 방영 맛집이라는 문구도 붙어있어 기대감을 높였다.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 안은 비교적 한산했다. 따뜻한 햇살이 창가 자리에 부드럽게 쏟아졌다. 메뉴판을 보니 해물 치즈 순두부, 해물 순두부, 치즈 순두부 등 다양한 순두부 메뉴가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어떤 걸 좋아하실까 잠시 고민하다가, “해물 치즈 순두부” 2인분을 주문했다. 100% 국산콩만을 사용하여 매일 아침 전통 재래방식으로 직접 순두부를 만든다는 문구가 믿음직스러웠다.

잠시 후,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해물 치즈 순두부가 식탁에 놓였다. 뚝배기 안에는 몽글몽글한 순두부와 함께 새우, 조개 등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 있었다. 붉은빛 국물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큐브 모양의 치즈가 순두부 위에 얹어져 있는 모습은 먹음직스러움을 더했다.

순두부찌개와 함께 나온 반찬은 콩나물, 깍두기, 김치, 젓갈 등 소박하지만 정갈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흰쌀밥도 넉넉하게 담겨 나왔다. 뚝배기째 들고 국물을 한 모금 마셔보니,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전통 재래방식으로 만든 순두부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신선한 해산물은 쫄깃한 식감을 더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두부의 담백함과 치즈의 고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점이었다. 얼큰한 국물에 녹아든 치즈는 느끼함 없이 부드러운 풍미를 더해주었다. 아버지도 연신 “맛있다”를 연발하시며 순두부찌개를 깨끗하게 비우셨다. 특히 뚝배기에서 건져 올린 탱글탱글한 새우를 밥 위에 얹어 드시는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식사를 하는 동안, 사장님께서 직접 담그신다는 김치에 자꾸만 손이 갔다. 적당히 익은 김치는 아삭한 식감과 함께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콩나물은 간이 세지 않아서 순두부찌개와 함께 먹기에 좋았다. 깍두기는 시원하고 달콤해서 입안을 개운하게 해줬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큐브 치즈의 양이 조금 적었다는 것이다. 치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더 푸짐하게 들어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순두부 자체의 맛이 워낙 훌륭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두부도 직접 만드시고 콩도 국산콩만 쓰신다며,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셨다. 친절하신 사장님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참나무집은 맛있는 순두부뿐만 아니라, 임실에서의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식사하는 동안, 아버지와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임실 호국원에 방문할 때면, 꼭 다시 들러 아버지와 함께 따뜻한 순두부찌개를 먹어야겠다.

식당 벽에는 ‘백반기행’ 출연 당시 사진과 더불어 방문객들의 메시지가 담긴 액자들이 걸려 있었다. 저마다의 추억과 감동이 묻어나는 글들을 읽으며, 참나무집이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선,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따뜻한 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참나무집에서 나와 임실 치즈마을을 잠시 둘러봤다. 알록달록한 조형물과 아기자기한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임실 치즈마차”라는 문구가 적힌 마차가 인상적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예전에는 이런 거 없었는데, 정말 많이 발전했네”라며 감탄하셨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함께 떠난 임실 여행은,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아버지와의 소중한 추억으로 가득했다. 특히 참나무집에서의 식사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추억하고, 아버지와 더욱 깊이 교감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임실은 아버지의 추억이 깃든 곳이자, 나에게도 잊지 못할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음번 방문 때는 꼭 수수부꾸미와 곤드레전병도 맛봐야겠다. 임실 맛집 참나무집에서 따뜻한 순두부 한 그릇 드셔보시길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