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늦가을, 뜨끈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문득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태백산 등반 후 먹었던 물닭갈비가 떠올랐다. 어린 입맛에도 잊을 수 없었던 그 얼큰하고 시원한 맛! 서울 근교에서 그 추억을 되살릴 만한 곳을 찾다가, 시흥 은계지구에 숨겨진 맛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름하여 ‘태백애 물닭갈비’. 그래, 오늘 저녁은 바로 여기다.
설레는 마음으로 차를 몰아 은계지구에 도착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거리를 지나, 멀리서도 눈에 띄는 ‘태백애 물닭갈비’ 간판을 발견했다. 큼지막한 글씨로 적힌 ‘태백 물닭갈비’라는 문구가 어릴 적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점심특선 메뉴를 알리는 입간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닭갈비 2인분에 밥, 그리고 전까지 포함된 구성이 1인당 12,500원이라니,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정말 가성비 좋은 가격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메뉴판을 보니, 역시 대표 메뉴는 물닭갈비였다. 닭곰탕과 볶음밥도 눈에 띄었지만, 오늘은 물닭갈비에 집중하기로 했다. 2인분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파김치였다. 큼지막하게 썰어낸 파가 붉은 양념에 버무려져 보기만 해도 입맛이 다셔졌다. 젓가락으로 길게 뻗은 파김치를 집어 맛보니, 적당히 익은 김치의 아삭함과 매콤함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졌다. 곰치 장아찌도 독특했다. 곰치 특유의 향긋함과 짭짤한 간장 양념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밥 도둑이 따로 없었다. 시원한 물김치도 칼칼한 물닭갈비와 완벽한 궁합을 자랑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물닭갈비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넓적한 철판 냄비에 붉은 육수가 자작하게 담겨 있고, 그 위로 닭고기와 함께 푸짐한 채소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쑥갓, 깻잎, 배추 등 신선한 채소들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특히 하얀 팽이버섯이 넉넉하게 올라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닭고기를 집어 맛보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닭고기 자체의 품질도 좋아 보였다. 국물은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손수 만드신다는 사장님의 말씀처럼, 인위적인 단맛이나 텁텁함 없이 자연스러운 감칠맛이 느껴졌다. 보통맛으로 주문했는데도 칼칼함이 느껴져,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에게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딱 좋았다.
싱싱한 채소와 닭고기를 함께 먹으니, 풍성한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깻잎의 향긋함이 닭갈비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팽이버섯의 쫄깃함도 닭갈비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어느 정도 닭갈비를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추가했다. 남은 국물에 밥과 김치, 김 가루 등을 넣고 볶아주는데, 그 비주얼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볶음밥을 한 입 먹으니, 역시나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닭갈비 양념이 밥알 하나하나에 깊숙이 배어들어, 정말 꿀맛이었다. 볶음밥을 긁어먹는 동안,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닭곰탕도 맛보고 싶어졌다. 닭곰탕을 주문하자, 뽀얀 국물에 닭고기가 듬뿍 들어간 닭곰탕이 나왔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닭 육수의 풍미가 느껴졌다. 닭고기도 부드러워서 술술 넘어갔다. 닭곰탕 한 그릇을 비우니,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셨다. 태백 출신이시라는 사장님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사장님께 어릴 적 태백에서 먹었던 물닭갈비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니, 환하게 웃으시며 고향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섰다. 시흥 은계지구에서 맛본 태백식 물닭갈비는 어릴 적 추억을 완벽하게 되살려주는 맛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더해져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백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태백애 물닭갈비’, 시흥에서 꼭 가봐야 할 맛집으로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