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여행길, 아들과 함께 찾은 보성은 푸근한 고향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었다. 드넓게 펼쳐진 녹차밭의 싱그러움에 취해 한참을 거닐다 보니, 어느새 허기가 몰려왔다. 뭘 먹을까 고민하던 찰나, 아들이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 이럴 땐 뜨끈한 추어탕이지! 보성에서 추어탕으로 유명한 곳을 검색하다 발견한 곳, 태평골 낚시터 가든이었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푸근함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았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니,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방문한 듯 정겨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낡은 듯하지만 정감 있는 황토집, 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 그리고 형형색색의 꽃들이 소박하게 피어있는 정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가게 앞에는 ‘추어탕 전문’이라는 간판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왠지 모를 기대감에 부풀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황토벽과 나무 테이블이 어우러져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커다란 창밖으로는 연잎이 가득한 연못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풍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예전에는 낚시터로 운영되었던 듯했지만, 지금은 메워진 상태라고 한다. 낚시를 즐길 수는 없었지만, 연못을 가득 채운 연꽃들이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추어탕 외에도 다양한 토종닭 요리와 튀김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미꾸라지 튀김. 혼자 방문한 탓에 아쉽게도 튀김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추어탕 두 그릇을 주문했다. 가격은 9,000원으로, 예전에 비해 조금 오른 듯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콩나물, 김치, 깍두기, 젓갈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갓 담근 듯 신선한 김치는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황토집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공기도 쾌적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어탕이 등장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던지. 숟가락으로 휘저으니, 시래기가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진하고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남원 추어탕에 비해 덜 달고, 칼칼한 맛이 더해져 더욱 내 입맛에 잘 맞았다. 텁텁함 없이 깔끔한 국물은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했다. 마치 집에서 엄마가 끓여주는 듯한, 정성이 가득 담긴 맛이었다.

아들도 맛있다며 연신 숟가락을 움직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뚝배기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역시, 추어탕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임에 틀림없다.
태평골 낚시터 가든의 추어탕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따뜻한 위로와 든든한 에너지를 주는 존재였다. 바쁜 일상에 지쳐 잃어버렸던 여유와 평온함을 되찾게 해주는, 그런 특별한 맛이었다. 친절함이 넘치는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음식 맛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곳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황토집과 연못이 어우러진 풍경은 더욱 아름다웠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을 눈에 담으며, 다음을 기약했다. 보성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 추어탕 한 그릇을 맛봐야지. 그때는 꼭 미꾸라지 튀김도 함께! 매월 첫 번째 토요일은 휴무라고 하니, 방문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은은한 추어탕 향기가 가득했다. 그 향기를 맡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듯했다. 보성에서의 추억과 함께, 태평골 낚시터 가든의 추어탕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맛으로 기억될 것이다. 보성 지역명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맛집으로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