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왠지 모르게 딸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주말, 딸아이가 월급을 탔다며 맛있는 저녁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딸의 첫 월급 기념 외식이라니, 감회가 새로웠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양재점에서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려 화포식당 노원점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백화점 노원점 바로 뒤편 골목 안에 위치해 있어 찾기도 쉬웠다. 4호선 노원역 2번 출구에서 খুব 가까운 거리라 대중교통 접근성도 훌륭했다.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난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웨이팅이 길지 않아 금세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10일 이상 저온 숙성한 고기를 전문 서버분들이 직접 구워주는 시스템이라는 설명이 들려왔다. 메뉴판을 보니 숙성 삼겹살 1인분에 18,000원. 가격만 보면 수입산 소고기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숙성된 돼지고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컸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한 켠에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놓이고 그 위로 맑은 국물의 해물탕이 등장했다. 홍합, 새우, 조개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해물탕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국물을 마시니 몸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뚝배기 가득 담긴 해물탕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갓김치, 깻잎 장아찌, 백김치 등 다른 삼겹살집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반찬들이 눈에 띄었다. 짭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삼겹살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씻은지는 정말 최고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숙성 삼겹살 2인분이 나왔다. 서버분이 직접 구워주시는데, 숙성된 돼지고기의 붉은 빛깔이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불판 위에 올려진 삼겹살은 치이익 소리를 내며 맛있게 익어갔다. 숙련된 솜씨로 구워주시는 덕분에, 우리는 편안하게 기다리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왜 이곳이 노원역 맛집으로 유명한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딸아이도 “정말 맛있다”며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치 소고기를 먹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풍부한 풍미를 자랑했다.(물론 한우 오마카세는 제외다.)

나는 씻은지에 삼겹살을 싸서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이곳의 씻은지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삼겹살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존재였다. 갓김치 역시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고, 깻잎 장아찌는 향긋한 풍미를 더해주었다.
순식간에 삼겹살 2인분을 해치우고, 우리는 항정살 2인분을 추가로 주문했다. 화포식당의 항정살은 다른 고깃집과는 다르게 커다란 덩어리째로 나왔다. 서버분은 두툼한 항정살을 불판 위에 올린 후, 능숙한 솜씨로 구워주셨다. 겉면이 노릇하게 익어갈 때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시는데, 그 모습이 정말 Professional해보였다.

항정살은 쫄깃하면서도 탱글탱글한 식감이 정말 좋았다. 삼겹살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부위였다. 기름기가 적당히 섞여 있어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쌈 채소에 싸서 먹으니 더욱 풍성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우리는 시원한 물냉면 한 그릇을 추가로 주문해서 나눠 먹었다.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는 더위를 싹 가시게 해주는 청량감을 선사했다. 쫄깃한 면발과 아삭한 오이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이곳은 쌀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듯했다. 밥알에 윤기가 흐르고 찰기가 넘쳐, 밥만 먹어도 맛있었다. 좋은 쌀을 사용하는 덕분에, 고기의 맛이 더욱 살아나는 듯했다.
아쉬웠던 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된장찌개의 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깊고 진한 맛보다는 살짝 밍밍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딸아이는 상추 겉절이 말고 일반 상추쌈을 원했는데,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고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신선한 재료와 숙성된 고기의 풍미,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서버분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서비스는 정말 편리했다. 우리는 편안하게 앉아서 맛있는 고기를 즐길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배가 너무 불러서 힘들었지만, 숙성 삼겹살과 항정살의 맛은 잊을 수 없었다. 최근에 먹었던 고기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노원 지역에서 삼겹살이 당긴다면, 화포식당 노원점을 강력 추천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다만, 서버분들이 몇 개의 테이블을 맡아서 직접 구워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굽는 속도가 빠르지 않을 수 있다. 음식을 빨리 먹는 습관을 가진 분들은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는 점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맛보는 숙성 삼겹살의 맛은 그 모든 불편함을 잊게 해줄 만큼 훌륭하다.

이번 외식은 딸아이 덕분에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쏟아낼 수 있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다음 월급날에는 또 어떤 노원 맛집을 탐방하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