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왠지 모르게 이국적인 향신료가 온몸을 감싸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인도 커리의 강렬한 맛을 찾아, 안양일번가 한복판에 숨겨진 작은 보석 같은 곳, ‘수버인도식당’으로 향했다. 안양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이곳만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깊은 풍미를 선사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거리의 소음이 잦아들 무렵, 드디어 그곳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흑설탕을 녹인 듯 달콤하면서도 묘한 향신료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TV에서는 낯선 인도 채널이 흘러나오고, 벽에는 화려한 색감의 인도풍 장식들이 걸려 있어, 마치 순간 이동을 한 듯 인도 현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묘한 즐거움과 함께, ‘아,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다양한 커리 종류와 탄두리 치킨, 볶음면 등 다채로운 인도 요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1인 세트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 혼자 왔지만, 이것저것 맛보고 싶은 욕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런치와 디너 모두 15,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도 매력적이었다. 오늘은 세트로 즐기고, 다음에는 개별 메뉴에 도전해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1인 세트를 주문했다.
잠시 후,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메뉴가 하나둘씩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큼지막한 탄두리 치킨. 겉은 붉은 빛깔을 띠며 윤기가 흐르고, 속은 촉촉함을 머금고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향신료의 풍미와 부드러운 닭고기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퍽퍽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촉촉한 식감에, 향신료의 향긋함이 더해져, 정말 입 안에서 황홀한 축제가 펼쳐지는 듯했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메인 요리인 커리. 치킨 커리와 양고기 커리 중에서 고민하다, 평소에 접하기 힘든 양고기 커리를 선택했다. 큼지막하게 썰린 양고기가 듬뿍 들어간 커리는, 특유의 잡내 없이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특히, 다른 곳과는 다르게 단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묘하게 자꾸 당기는 맛이었다. 밥에 슥슥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커리와 함께 나온 난은 플레인 난과 버터 난 중에서 고민하다 버터 난을 선택했다. 은은한 버터 향이 코를 간지럽히고,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얇지 않고 쫄깃쫄깃해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커리를 듬뿍 찍어 먹으니, 정말 환상의 조합이었다.

세트 메뉴에는 사모사 짜트와 그린 샐러드, 라씨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모사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만두 같은 음식이었는데, 묘하게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그린 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와 상큼한 드레싱이 어우러져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라씨는 요거트 음료였는데, 시판용 요거트 맛이 살짝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마셨다.

식사를 하는 동안,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인도 사장님은, 주문을 받는 동안에도,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불편함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셨다. 덕분에 더욱 편안하고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수버인도식당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인도 음식점처럼 보이지만, 음식을 맛보는 순간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현지인이 직접 요리하는 정통 인도 커리의 깊은 풍미와,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안양일번가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는다면, 수버인도식당을 강력 추천한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인도 문화와 풍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지의 느낌을 살린 인테리어와 특유의 향신료 향이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점은 참고해야 할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온몸에 밴 향신료 향이 마치 인도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안양에서 이런 숨은 맛집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뿌듯함마저 느껴졌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다양한 인도 요리를 맛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수버인도식당은 밤 10시 30분까지 영업을 하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퇴근 후, 혹은 늦은 저녁, 인도 커리가 간절하게 생각난다면, 안양일번가 수버인도식당으로 향해보자.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문득 갈릭 난의 풍미가 아른거렸다. 버터 난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하니, 다음 방문 때는 꼭 갈릭 난을 맛봐야겠다. 그리고, 카레에 소주를 곁들이는 ‘소주 도둑’ 조합에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엉뚱한 상상과 함께, 안양에서의 이국적인 미식 여행은 기분 좋게 마무리되었다. 안양 맛집 탐방은 언제나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