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가평 여행,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소박하지만 정겨운 풍경이 감도는 ‘식당 운학정’이었다. 간판은 마치 손으로 직접 쓴 듯한 투박함이 느껴졌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자연 속에 숨겨진 맛집의 분위기를 더욱 자아냈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자연을 만끽하고 싶었던 내게, 이곳은 완벽한 선택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창밖으로는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는데, 그 풍경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평온해졌다. 메뉴판은 칠판에 분필로 직접 쓴 듯한 정겨운 모습이었다. 산채정식, 산채비빔밥, 불고기전골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산채정식을 주문했다. 가평까지 왔으니 건강하고 신선한 산나물을 맛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잠시 후,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산채정식이 눈앞에 펼쳐졌다. 뽕잎나물, 취나물, 고사리나물, 가지나물 등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듯한 다양한 나물들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놋그릇에 담긴 반찬들은 그 빛깔마저 곱고, 정갈함이 느껴졌다. 젓가락을 들기 전, 나는 마치 임금님 수라상이라도 받은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가장 먼저 뽕잎나물을 맛보았다.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뽕잎 특유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은 덤이었다. 취나물은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깊은 산의 향기를 머금고 있었다. 고사리나물은 쫄깃쫄깃한 식감이 재미있었고, 가지나물은 촉촉하고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나물 외에도 조기구이와 김치전이 함께 나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조기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김치전은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아 막걸리가 절로 생각나는 맛이었다. 아, 아쉽게도 운전 때문에 막걸리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종이컵을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컵에 끼워 놓은 작은 배려였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눈을 즐겁게 했다. 붉은 단풍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운 접시들을 보니, 괜스레 뿌듯함이 느껴졌다. 건강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을 먹으니 몸과 마음이 모두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가게 앞을 거닐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니, 운학정은 정말 자연 속에 폭 안긴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운학정을 나서며,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에 가평에 오게 된다면 반드시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 운학정. 그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