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땀방울이 스민, 창녕 이방시장 골목 안 백년가게에서 맛보는 수구레국밥 한 그릇의 행복

이른 아침, 짙은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창녕 땅을 밟았다. 목적지는 이방시장, 그 좁다란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이방식당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섰던 5일장의 북적거림,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아련히 떠오르는 듯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간판은 빛이 바래 있었지만, 그 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따뜻한 기운은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시장통을 가로지르는 바람은 차가웠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맛집’이라는 단어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이야기가 있는 곳. 그런 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방식당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이방식당의 간판.

식당 문을 열자, 낡은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소박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7개 남짓한 테이블은 정겨운 시골 식당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벽 한쪽에는 ‘백년가게’ 인증서와 방송 출연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유인촌 씨의 방문 사진도 눈에 띄었다.

수구레국밥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찬찬히 둘러봤다.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 분주하게 움직이는 주인장의 손길, 쿰쿰하면서도 구수한 국밥 냄새까지, 모든 것이 정겹게 느껴졌다.

드디어 기다리던 수구레국밥이 나왔다. 뽀얀 김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뚝배기 안에는 넉넉한 양의 수구레와 선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슴슴한 듯하면서도, 묘하게 당기는 감칠맛이 있었다.

수구레국밥 한 상 차림
푸짐한 수구레국밥 한 상 차림.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 입맛을 돋운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살코기 사이의 아교질 부위라고 한다. 겉모습은 비계와 비슷하지만, 기름기는 적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이방식당의 수구레는 특히 근막이 느껴지지 않아 더욱 좋았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오는 것이, 마치 소의 양을 먹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다만, 물렁한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들어있는 선지는 어찌나 크고 신선한지, 숟가락으로 툭 건드니 탱글탱글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한 입 베어 무니, 역한 피 냄새는 전혀 없고 고소한 맛만이 입안 가득 퍼졌다. 평소 선지를 즐겨 먹지 않는 나조차도, 이방식당의 선지는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국밥에 곁들여 먹는 부추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 살짝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국밥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만, 부추김치의 간이 센 날에는 국밥에 조금만 넣어야 밸런스가 맞을 것 같았다.

한참을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를 훔치며,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워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온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수구레국밥과 반찬
수구레국밥과 함께 제공되는 정갈한 밑반찬들. 특히 부추김치는 국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메뉴판에 수구레국밥 외에도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다. 수구레국수, 수구레양념볶음, 연탄석쇠불고기, 순대국밥 등, 하나같이 맛깔스러워 보이는 메뉴들이었다. 특히 연탄불고기를 시키면 수구레국이 함께 나온다고 하니, 수구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았다.

이방식당 메뉴
이방식당의 메뉴. 수구레국밥 외에도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방식당은 이방시장 공영주차장을 끼고 있어서 주차도 편리했다. 다만, 아침 일찍 영업을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문을 열지 않는 날도 있는 듯했다. 방문 전에 미리 전화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화번호는 (055) 532-5075이다.

식당을 나서며, 벽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살코기도 아니요! 비계도 아니다!! 수구레는 비계가 아니고, 소 한 마리당 2kg 정도만 나오는 특수부위 수구레는 소의 목덜미 아래 특수부위로서 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납니다!” 라는 문구가 수구레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수구레 설명
벽에 붙어 있는 수구레에 대한 설명. 수구레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방식당은 깔끔한 분위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7개의 허름한 테이블과 전형적인 시골 식당 분위기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맛과 정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창녕 이방시장은 과거 대구 구지, 고령, 합천 등과 인접해 있어 거래가 활발한 장소였다고 한다. 지금은 인적이 드문 창녕 전통 5일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방식당은 바로 이 이방면 소재지 장터에 위치한 수구레국밥 원조집이다. 백년가게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여러 방송에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우포늪으로 향하기 전, 부모님을 모시고 이방식당에 들렀다는 한 방문객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처음 수구레국밥을 드신다는 부모님께서 너무나 맛있게 드셨다는 것이다. 창녕에 온다면, 꼭 한번 맛봐야 할 음식으로 수구레국밥을 추천한다는 이야기도 함께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다. 일부 방문객들은 수구레 특유의 냄새가 조금 난다고 느끼기도 하고, 고기의 상태가 좋지 않은 날도 있는 듯했다. 또, 카드 결제 시 소주 가격이 현금가보다 비싸다는 점도 참고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방식당의 수구레국밥은 충분히 맛볼 가치가 있는 음식이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식감과 깊은 국물 맛은,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나는 이방식당에서 수구레국밥을 먹으며,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어떤 ‘이야기’를 맛본 것 같다. 오랜 세월 이방시장을 지켜온 사람들의 삶, 땀방울, 그리고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한 맛이었다.

장날 풍경
이방시장 장날의 활기 넘치는 풍경. 70년 전통의 수구레국밥을 맛볼 수 있다.

창녕 이방시장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한번 이방식당에 들러 수구레국밥 한 그릇을 맛보길 권한다. 진정한 경남 지역 맛집의 깊은 풍미를 경험하는 것은 물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창녕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든든하게 채워진 배만큼이나, 마음 또한 풍요로워진 기분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창녕에서의 짧지만 행복했던 미식 여행을 마무리했다.

이방식당 안내문
“이방식당”은 여기가 진짜! 1년 365일 새벽부터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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