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역을 지나 부산역에 내린 건, 오직 하나의 식당, ‘바보면’ 때문이었다. 600일 만의 방문이라니, 시간이 참 덧없이 흘렀다. 혹시나 휴가 기간일까, 아니면 나를 기억 못 하시면 어쩌나 하는 작은 걱정들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지만, 발걸음은 이미 부용동 옛 법원 옆, 소방서 근처의 그 익숙한 골목길로 향하고 있었다.
가게 문을 열자, 후끈한 온기와 함께 정겨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메뉴판은 조금 바뀌었지만, 가격은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착했다. 5,500원이라는 가격에 돈가스와 밀면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니,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가게 안은 여전히 활기 넘쳤고, 주인 내외분은 변함없는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를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주시는 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랜만이네요.” 라는 따뜻한 인사에, 600일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마치 어제 왔던 것처럼 편안한 기분. 이런 푸근함이 ‘바보면’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자리에 앉아 비빔밀면과 돈가스를 주문했다. 잠시 후,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붉은빛 비빔밀면과 샐러드를 곁들인 돈가스가 나왔다. 얇게 썰린 돈가스 위에는 달콤한 소스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다. 돈가스를 자르라고 함께 나온 검은색 손잡이의 커다란 가위가 왠지 모르게 정겹게 느껴졌다.

먼저 비빔밀면을 맛보았다. 쫄깃한 면발에 매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퍼지는 맛. 예전에는 단맛이 강하게 느껴졌던 양념이, 이번에는 고추장의 진한 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살짝 아쉬운 마음에 양념을 조금 더 넣어 비볐다.
돈가스는 얇았지만, 튀김옷이 얇아 바삭한 식감이 좋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얇은 돈가스 특유의 매력이 느껴졌다. 솔직히 엄청나게 맛있는 돈가스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밀면과 함께 5,5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샐러드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덜하고, 신선한 느낌까지 더해졌다.

사실 ‘바보면’의 진짜 매력은 돈가스에 있다고 생각한다. 웬만한 돈가스 전문점보다 맛있다고 극찬할 정도는 아니지만, 서비스로 제공되는 돈가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5,500원이라는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의 돈가스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뜻한 온육수는 깊은 구수함이 느껴졌다. 멸치 육수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국물은, 매콤한 비빔밀면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면을 다 먹고 남은 양념에 육수를 부어 마시니,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함께 나온 김치는 잘 익어서 살짝 새콤했다. 젓갈 향이 강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라, 밀면과 돈가스 모두와 잘 어울렸다. 솔직히 김치 맛은 평범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살펴보니, 칼국수도 6,000원에 돈가스와 함께 제공된다고 한다. 예전에는 사골만두전골도 판매했던 것 같은데, 메뉴판에서 사라진 것을 보니 아쉬움이 남았다. 겨울에 ‘바보면’에 간다면, 꼭 사골만두전골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여전히 친절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 라는 질문에, “네, 정말 맛있었어요.” 라고 대답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바보면’은 정말 착한 식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면’은 맛도 맛이지만, 왠지 모르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 구성은, 마치 40년 전 학교 앞 매점에서 먹던 짜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곳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옛 변호사 사무실이 함께 있던 곳이기도 하다. 식당 한 켠에 걸린 노란 바람개비는, 그 시절의 추억을 더욱 아련하게 만들어준다.

‘바보면’은 내게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푸근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그리고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 부산에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그런 곳이다. 그때까지 변치 않고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그리고 주인 내외분의 건강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부산 부용동에서 가성비 좋은 맛집을 찾는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보면’을 방문해보세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따뜻한 인심까지,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입니다. 특히 밀면과 돈가스를 함께 즐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