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에서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지인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던 철원의 한 두부요리 전문점이 문득 떠올랐다. 마침 늦은 점심시간,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차를 몰아 그곳으로 향했다.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답게, 화요일에는 문을 닫는 곳이 많다더니, 다행히 내가 찾은 곳은 불빛을 환하게 켜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아담한 백색 건물. 외벽에는 정겨운 하트 그림이 그려져 있어,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한 느낌을 자아냈다. 건물 앞에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서니, 예상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은 편안한 의자식으로 바뀌어 있어 한결 여유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을 듯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두부구이, 두부전골, 청국장 등 다양한 두부 요리가 눈에 띄었다. 특히, 지금은 맛볼 수 없는 콩국수는 ‘내 인생 최고의 콩국수’라는 극찬까지 있을 정도라니, 여름에 다시 한번 방문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고민 끝에,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두부전골과, 곁들여 먹을 메밀전병을 주문했다.

주문 후, 밑반찬이 하나둘씩 테이블에 놓였다. 콩나물, 무생채, 볶음김치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고추장을 넣고 들기름을 둘러 쓱쓱 비벼 먹는 비빔밥은, 두부 요리가 나오기 전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셨던 바로 그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부전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뽀얀 국물 위로 큼지막하게 썰린 두부와 표고버섯, 콩나물, 파가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테이블에 놓인 버너에 불을 켜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은은한 버섯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국자로 살짝 떠 맛을 보았다. 맑고 시원한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냈다. 표고버섯의 향긋함과 두부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두부는 직접 만든 손두부라 그런지, 시판 두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입 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식감 또한 일품이었다.

두부전골과 함께 주문한 메밀전병도 맛보았다. 얇고 쫄깃한 메밀피 안에 매콤한 소가 가득 차 있어, 두부전골의 시원함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즐기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벽면에는 화가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식당 주인이 직접 그린 그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갤러리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손님이 단체 손님 때문에 빨리 식사를 해야 했다는 불만을 토로한 것을 보니, 혼잡한 시간에는 서비스가 다소 미흡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공기밥 추가에 다소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아쉬움을 덮을 만큼 두부전골의 맛은 훌륭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건강한 맛은, 내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마치 철원 청정 자연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맑고 깨끗한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맛있는 두부전골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예술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철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곳에서 건강하고 맛있는 두부 요리를 맛보며, 잠시나마 여유를 만끽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맑은 국물의 표고두부전골은 추운 날씨에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소화도 잘 되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차에 시동을 걸었다. 철원에서의 맛있는 추억을 가슴에 품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