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드나들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경양식집의 기억. 낡은 메뉴판, 묵직한 냅킨 홀더, 스프를 담아 내어주던 오목한 그릇까지… 잊고 지냈던 그 풍경들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오늘, 나는 그 시절의 향수를 찾아, 보령 동대동에 자리한 피사로 향했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보령 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이곳은, 한결같은 맛과 푸근한 서비스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보령 맛집이라고 한다.
월요일은 정기 휴무라는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방문했음에도, 괜스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한 설렘과, 혹시나 변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이 뒤섞인 묘한 감정이었다. 드디어 마주한 피사의 외관은, 세월의 더께가 앉은 듯 정겹다. 낡은 간판에는 빛바랜 글씨로 상호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고, 그 옆으로는 ‘Since 1988’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했던 대로 레트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짙은 색 나무 테이블과 푹신한 가죽 소파, 앤티크한 소품들이 놓여 있는 모습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준다. 천장에는 독특한 모양의 조명이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벽면에는 오래된 그림과 사진들이 걸려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더한다. 테이블에 놓인 메뉴판을 펼쳐보니, 돈가스, 라이스, 파스타 등 다양한 메뉴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메뉴판을 훑어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돈가스라고 들었지만, 왠지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어졌다. 잠시 고민 끝에, 나는 피사 돈가스와 함께 점심 특선 메뉴인 부대찌개를 주문했다. 점심 특선에는 돈가스가 함께 나온다는 말에,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부대찌개를 선택한 것이다.
주문 후,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식전 수프가 나왔다. 뽀얀 빛깔의 수프는 보기만 해도 부드러워 보인다. 한 입 맛보니, 은은한 단맛과 함께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 가득 퍼진다. 후추를 살짝 뿌려 먹으니, 풍미가 더욱 깊어지는 듯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돈가스가 나왔다. 커다란 접시 가득 돈가스와 밥, 샐러드가 담겨 나온 모습은 보기만 해도 푸짐하다. 돈가스 위에는 갈색의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고, 샐러드 위에는 케첩과 마요네즈가 섞인 드레싱이 뿌려져 있다.
돈가스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입에 넣으니, 바삭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튀김옷은 과하지 않고 적당히 얇아, 돼지고기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는 듯하다. 소스는 달콤하면서도 약간 새콤한 맛이 나는데, 어릴 적 먹었던 경양식 돈가스 소스와 비슷한 맛이다. 밥 위에 돈가스를 얹어 함께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다. 샐러드는 신선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고, 드레싱은 돈가스와 밥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돈가스를 먹고 있는 사이, 부대찌개가 나왔다. 큼지막한 냄비에 햄, 소시지, 두부, 김치, 라면사리 등이 푸짐하게 담겨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햄과 소시지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하고, 두부는 부드럽고 담백하다. 김치는 아삭아삭하고, 라면사리는 쫄깃쫄깃하다. 밥 위에 부대찌개 국물을 듬뿍 적셔 함께 먹으니,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다. 특히 점심 특선에는 돈가스가 함께 나와, 더욱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어느덧 돈가스와 부대찌개를 깨끗하게 비웠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은,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친절하신 사장님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계산대 옆에는 각종 술안주 메뉴도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저녁에는 술 한잔 기울이기에도 좋을 것 같다.
피사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과 푸근한 서비스는, 이곳이 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보령에서 맛있는 돈가스를 맛보고 싶다면, 혹은 추억의 경양식집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피사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피사의 메뉴는 다양하다. 대표 메뉴인 피사 돈가스 외에도 떙돈가스, 고구마치즈돈가스, 생선가스 등 다양한 돈가스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돈가스 외에도 해물볶음밥, 김치볶음밥, 쟁반쫄면 등의 라이스 메뉴와 새우크림스파게티, 해물스파게티, 치즈스파게티 등의 파스타 메뉴도 즐길 수 있다. 샌드위치와 피자 메뉴도 준비되어 있어, 간단한 식사나 간식을 즐기기에도 좋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혜자스러운 가격의 런치 특선 메뉴를 제공하고 있어, 가성비 좋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변함없는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사. 어쩌면 이곳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보령 시민들의 추억과 향수를 간직한 소중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피사 방문 꿀팁:
*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 휴무일: 매주 월요일
* 주차: 가게 앞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주변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 추천 메뉴: 피사 돈가스, 점심 특선 부대찌개
* 참고사항: 가게 내부가 다소 오래되었지만, 맛과 서비스는 변함없이 훌륭하다.
오늘 피사에서 맛본 돈가스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변함없이 이 자리를 지켜온 피사.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령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맛집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다음에는 저녁에 방문해서, 맛있는 안주와 함께 술 한잔 기울여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