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온 전라도, 그중에서도 나주는 왠지 모르게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도시였다. 드넓은 평야와 유서 깊은 문화유적지, 그리고 무엇보다 풍성한 먹거리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특히 나주 맛집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한정식에 대한 기대는 여행 전부터 내 마음속에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여러 곳을 검색하며 고민한 끝에, 나는 ‘예향’이라는 한정식집을 목적지로 정했다. 이름부터가 예스러운 아름다움을 풍기는 곳, 과연 어떤 맛과 멋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도착하기 전, 사진으로 보았던 ‘예향’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모습이었다. 기와지붕을 얹은 낮은 건물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들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자아냈다. 마당 한켠에는 작은 정원이 꾸며져 있었는데, 앙증맞은 다리와 푸릇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식사 전부터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마치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과 정겨움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나무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따뜻한 조명 아래 드러난 나무 테이블과 의자는 정갈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4팀 정도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넓은 방으로 안내받았는데, 테이블 간 간격이 넉넉해서 다른 손님들과 마주칠 걱정 없이 오롯이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벽에는 섬세한 나무 조각이 걸려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사슴과 나무를 형상화한 그림이었다.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공간에서, 나는 곧 맛볼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워나갔다. 참고)
메뉴판을 받아 들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굴비정식도 눈에 띄었지만, 역시 전라도 나주까지 왔으니 제대로 된 한정식을 맛봐야 하지 않겠나. 나는 특한정식 4인분을 주문하고,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낙지탕탕이와 낙지소고기탕탕이도 추가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하나 둘씩 음식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형형색색의 전채요리였다. 곱게 채 썬 당근과 오이를 곁들인 샐러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잡채,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녹두전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으로, 나는 젓가락을 들기 전 잠시 감탄사를 내뱉었다.

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의 아삭한 식감과 상큼한 드레싱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잡채는 쫄깃한 면발과 달콤 짭짤한 양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고, 녹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식감을 자랑했다. 특히 녹두전은 함께 나온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그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전채요리를 맛보는 사이, 메인 요리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얇게 저민 소고기를 신선한 부추 위에 올려낸 육전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집어 들어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소고기와 향긋한 부추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육전 위에 살짝 뿌려진 깨소금이 고소함을 더해주는 건 물론이었다. 참고)
탱글탱글한 새우 위에 톡톡 터지는 날치알을 듬뿍 올린 새우찜은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하는 메뉴였다. 새우의 신선함은 물론이고, 날치알의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재미를 더했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입안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맛의 향연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달콤한 호박찜과 부드러운 애호박전도 빼놓을 수 없었다. 호박찜은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었고, 애호박전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애호박전은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맛과 비슷해서, 먹는 내내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전복찜은 쫄깃한 식감과 은은한 바다 향이 매력적이었다. 젓가락으로 한 입 크기로 잘라 입에 넣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특히 전복 내장의 깊은 풍미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참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낙지탕탕이가 등장했다. 싱싱한 낙지와 고소한 육회의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젓가락으로 잘 섞어 김에 싸 먹으니, 쫄깃한 낙지와 부드러운 육회가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풍미를 더해주어,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낙지소고기탕탕이는 여기에 톡 쏘는 매운맛이 더해져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맛있는 음식들을 즐기는 사이, 어느덧 배는 포만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굴비와 함께 다양한 반찬들이 추가로 차려졌는데,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워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윤기가 흐르는 굴비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밥 위에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덧 식사가 마무리될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숭늉을 마시니, 속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4만원 상당의 특한정식에 낙지탕탕이까지 추가해서 넉넉하게 즐긴 식사, 가격은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향’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전라도의 맛과 멋을 경험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정갈하고 깔끔한 음식들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한옥 건물과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음식을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정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예향’에서의 추억을 곱씹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따뜻한 정이 어우러진 완벽한 경험이었다. 나주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예향’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꼭 굴비정식을 맛봐야지.

‘예향’ 근처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들도 많다고 하니,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다음 일정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지만, ‘예향’에서의 따뜻한 기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전라도 나주에서 잊지 못할 한 끼 식사를 경험하고 싶다면, ‘예향’을 강력 추천한다. 푸짐한 전라도 한정식과 아름다운 한옥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