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설렁탕 한 그릇을 위해, 나는 망설임 없이 수원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권선동, 그곳에 자리 잡은 ‘한양설렁탕’이었다. 낡은 간판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은, 이 집의 깊은 맛에 대한 기대를 더욱 부풀렸다. 왠지 모르게 어릴 적 할머니 손맛이 느껴지는 그런 설렁탕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평일 점심시간, 역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문 앞에는 이미 몇몇 팀이 대기 중이었지만, 설렁탕이라는 메뉴의 특성상 회전율이 빨라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에 붙은 ‘ since 1988 ‘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저력은 과연 어떤 맛일까.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다소 비좁게 느껴졌지만, 이런 북적거림마저도 정겨운 느낌이었다. 메뉴는 단 하나, 설렁탕. 메뉴 선택의 고민 없이 곧바로 설렁탕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설렁탕과 함께 김치, 깍두기, 다진 파, 소면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듬뿍 올려진 설렁탕의 첫인상은, 소박하면서도 정갈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흔히 설렁탕에서 느껴질 수 있는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깊고 구수한 맛이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껏 끓여낸 사골 육수의 깊이를 그대로 담아낸 듯했다.

함께 제공된 소면을 설렁탕에 넣어 후루룩 먹으니, 부드러운 면발과 진한 국물이 어우러져 더욱 맛있었다. 넉넉하게 들어있는 고기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이 집의 숨은 주인공은 바로 김치와 깍두기였다. 직접 담근 듯한 김치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고, 깍두기는 아삭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설렁탕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나는 깍두기를 워낙 좋아해서 몇 번이나 리필을 부탁드렸는데, 그때마다 친절하게 가져다주시는 직원분들의 모습에 더욱 기분이 좋았다. 테이블마다 놓인 다진 마늘을 넣어 먹으니, 알싸한 마늘 향이 더해져 설렁탕의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개인적으로 마늘을 좋아해서 듬뿍 넣어 먹었는데,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정신없이 설렁탕을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던 건, 그만큼 설렁탕이 맛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왜 이 집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가게 앞에 몇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점심시간에는 거의 만차였다. 하지만, 맛있는 설렁탕 한 그릇을 위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한양설렁탕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수원의 역사와 추억을 담고 있는 공간이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노포의 저력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든든한 에너지를 선사할 것이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설렁탕 국물 덕분인지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꼭 깍두기 리필을 넉넉하게 부탁드려야겠다.

수원에서 맛있는 설렁탕 집을 찾는다면, 권선동 한양설렁탕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진한 국물과 푸짐한 고기, 그리고 최고의 김치와 깍두기는, 분명 당신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다. 다만, 점심시간에는 대기가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주변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을 고려해보자.

돌아오는 길, 나는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한양설렁탕, 그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따뜻한 추억과 깊은 맛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