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새벽, 짙은 안개가 앞을 가리는 고속도로를 뚫고 경북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감곡IC를 빠져나오자, 졸음운전을 쫓아낼 만큼 강렬한 허기가 밀려왔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문을 여는 식당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중, 한눈에 들어오는 간판이 있었으니, 바로 ‘하누연 스찌개’였습니다. 촌스러우면서도 정감 가는 이름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차를 돌렸습니다.
식당 앞에 차를 세우니, 새벽 공기 속에 희미하게 섞인 소고기 육향이 코를 간질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테이블이 가지런히 놓인 홀과, 두 개의 큰 방이 마련되어 있어 단체 손님도 거뜬히 맞이할 수 있을 듯했습니다. 천장에는 나무 소재로 포인트를 준 인테리어가 따뜻한 느낌을 더했고, 은은한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몇몇 테이블에서는 아침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활기찬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스찌개’였습니다. 스지(소 힘줄)와 도가니, 그리고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해장국이라니, 그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았습니다. 얼큰한 맛과 맑은 맛,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설명에 잠시 고민했지만, 얼큰한 국물로 밤새 뭉쳐있던 피로를 날려버리고 싶어 얼큰탕으로 주문했습니다. 곁들여 먹을 메뉴를 찾다가, 한우 육회도 맛볼 수 있다는 말에 작은 사이즈로 하나 추가했습니다.
주문을 마치자,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차려졌습니다. 깍두기, 콩나물무침, 김치 등 소박하지만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습니다. 특히, 잘 익은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젓가락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찌개가 등장했습니다. 뚝배기 안에는 스지와 도가니,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배추, 쑥갓 등 푸짐한 재료들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붉은 국물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휘감는 듯했습니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밤새 묵혀둔 피로를 단숨에 날려주는 듯했습니다. 과하지 않은 매운맛은 오히려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스지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고, 도가니는 쫀득쫀득 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스지에 붙어있는 고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습니다. 팽이버섯과 느타리버섯은 쫄깃한 식감과 은은한 향으로 스찌개의 풍미를 더했습니다.

스찌개에는 다진 마늘을 넣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는 정보를 입수, 곧바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숟가락으로 듬뿍 떠서 넣으니, 알싸한 마늘 향이 코를 찔렀습니다. 국물 맛은 더욱 깊고 풍부해졌습니다. 마늘의 알싸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다진 마늘은 테이블마다 비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따로 요청해야 한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처음부터 넣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스찌개를 어느 정도 먹고 있을 때, 육회가 나왔습니다. 신선한 붉은 빛깔의 육회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습니다. 얇게 채 썬 배와 새싹채소가 함께 곁들여져 나왔습니다. 육회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신선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쫄깃한 식감도 훌륭했습니다. 배와 함께 먹으니, 달콤한 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습니다.

스찌개와 육회를 번갈아 가며 먹으니, 어느새 뚝배기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새벽부터 과식을 한 탓에 배는 불렀지만, 속은 더없이 편안했습니다. 몸속 깊은 곳부터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맛에 사람들이 해장국을 찾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향했습니다. 계산대 옆에는 커피 머신이 놓여 있었습니다. 영수증을 가지고 2층 카페로 가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습니다. 커피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서둘러 경북으로 내려가야 했기에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습니다.
식당을 나서며, 다시 한번 간판을 올려다봤습니다. ‘하누연 스찌개’, 특허까지 받았다는 독특한 해장국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음성 지역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러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새싹육회비빔밥이 맛있다는 후기를 봤는데, 다음에는 꼭 한번 먹어봐야겠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출발.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졸음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틀린 게 하나 없습니다. 새벽의 고요함을 깨우는 얼큰한 스찌개 한 그릇은, 이번 음성 맛집 기행의 완벽한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