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으로 향하는 길, 창밖 풍경은 점점 더 푸르러졌다. 콘크리트 빌딩 숲에서 벗어나 드넓은 논밭과 낮은 산들이 펼쳐지는 풍경을 마주하니, 마음속까지 청량해지는 기분이었다. 목적지는 의성에서도 작은 시골 마을, 그곳에 자리 잡은 수제맥주 공방 겸 펍, ‘호피홀리데이’였다.
사실 의성은 내게 낯선 곳이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이라는 다소 안타까운 이야기를 접했을 뿐이었다. 그런 의성에 젊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호피홀리데이’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망설임 없이 의성행을 결정한 이유였다.
굽이굽이 이어진 시골길을 따라 도착한 ‘호피홀리데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힙하고 감각적인 공간이었다. 하얀색 벽돌 건물에 검은색 프레임의 창문, 그리고 아담한 야외 테이블까지, 마치 유럽의 작은 브루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 하얀 건물이 더욱 돋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함께 포근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짙은 녹색 타일로 포인트를 준 벽면과 스테인리스 카운터, 그리고 앤티크한 소품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맥주 양조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어, 이곳이 단순한 펍이 아닌, 맥주에 대한 진심을 담은 공간임을 짐작게 했다. 이미지 속 녹색 타일은 공간에 깊이감을 더하고, 구리색 맥주 추출 장치는 시각적인 따뜻함을 선사한다.
마침 방문했을 때, 맥주 양조 체험 수업이 한창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맥주병과 각종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사람들은 사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맥주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도 미리 신청했더라면 함께 참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카운터에 앉아 맥주 메뉴를 살펴보았다. 바이젠, 페일에일, 스타우트, IPA 등 다양한 종류의 수제맥주가 준비되어 있었다. 의성에서 직접 재배한 홉으로 만든 맥주라는 설명에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어떤 맥주를 마실까 고민하고 있자,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맥주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나는 평소 IPA를 즐겨 마시는 편이라, ‘호피홀리데이 IPA’를 추천받았다.
잠시 후, 투명한 잔에 담긴 IPA가 내 앞에 놓였다. 황금빛 액체 위로 섬세한 거품이 피어오르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잔을 들어 코를 가져다 대니, 싱그러운 홉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망설임 없이 한 모금 들이켜니, 입안 가득 풍부한 풍미가 느껴졌다. 쌉쌀하면서도 청량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곳에서 맛본 IPA는, 내가 지금까지 마셔본 IPA 중 단연 최고였다.

맥주와 함께 곁들일 안주로는 ‘홍스바베큐’와의 콜라보 메뉴인 바베큐 플래터를 주문했다. 잠시 후, 커다란 접시에 푸짐하게 담긴 바베큐 플래터가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기와 소시지, 그리고 신선한 채소들이 보기 좋게 담겨 있었다. 바베큐는 훈연 향이 은은하게 느껴졌고, 육질은 무척 부드러웠다. 곁들여 나온 소스와 함께 먹으니, 풍미가 더욱 살아났다. 맥주와 바베큐의 조합은, 역시 환상적이었다.
‘호피홀리데이’에서는 맥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직접 딸기밭에서 딸기를 따고, 이를 이용해 수제 딸기 맥주를 만드는 체험이었다. 아쉽게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딸기 철이 아니어서 체험할 수 없었지만, 다음에는 꼭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만든 딸기 맥주는 어떤 맛일까? 상상만으로도 설렜다.

맥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니,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드넓은 논밭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그리고 그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강물까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잠시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호피홀리데이’에는 귀여운 마스코트견 ‘포실이’도 있다. 풍산견 믹스견인 포실이는, 사람을 무척 좋아하고 순한 강아지였다. 내가 마당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자, 포실이가 다가와 내 옆에 엎드렸다.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주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포실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니, 더욱 힐링 되는 기분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호피홀리데이’를 나섰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붉게 물든 노을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노을 아래 펼쳐진 시골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노을을 감상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호피홀리데이’에서의 시간은, 마치 꿈을 꾼 듯한 기분이었다. 맛있는 맥주와 음식,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호피홀리데이’가 단순한 펍을 넘어,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청년들이 모여 함께 맥주를 만들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모습은, 무척 보기 좋았다. ‘호피홀리데이’는, 쇠퇴해가는 시골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희망의 불씨였다.
의성에서 맛본 수제맥주의 여운은, 꽤 오래도록 지속될 것 같다. 도시로 돌아온 후에도, 문득 ‘호피홀리데이’의 맥주 맛이 그리워질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나는 의성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꺼내 보곤 한다. 사진 속 ‘호피홀리데이’는, 여전히 그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나는 언젠가 다시, ‘호피홀리데이’를 방문할 것이다. 그곳에서 다시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때는, 꼭 맥주 양조 체험에도 참여해봐야겠다.

‘호피홀리데이’는, 단순한 맥주 맛집을 넘어, 의성 지역의 활력을 불어넣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청년들의 유입을 촉진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호피홀리데이’의 성공은, 작은 시골 지역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의성의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맑고 깨끗한 밤하늘이었다.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호피홀리데이’에서의 시간을 되새겼다. 의성 여행은, 내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호피홀리데이’는, 내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의성 맛집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