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를 설렘이 느껴지는 도시다. 근대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거리 풍경, 그리고 그 중심에 자리 잡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방문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그곳을, 시간이 흘러 다시 찾게 되었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 빵지순례의 성지가 된 이성당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이할까. 기대와 함께 설레는 마음을 안고 군산으로 향했다.
기차에서 내려 군산역 광장을 나서는 순간, 도시 특유의 정취가 물씬 풍겼다. 오래된 건물들과 좁은 골목길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이성당으로 향하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렸다. 어릴 적 기억 속의 이성당은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이었지만, 지금은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과연 그 명성만큼 변함없는 맛과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을까.
이성당 본점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긴 대기 줄이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횡단보도까지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기다림쯤이야, 맛있는 빵을 맛볼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줄을 서 있는 동안, 매장 안에서 쉴 새 없이 빵을 진열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갓 구워져 나온 빵들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했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매장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빵 진열대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가득했다. 단팥빵, 야채빵은 물론이고 크루아상, 소보로, 고로케 등 없는 게 없었다. 트레이와 집게를 들고 빵을 고르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였다. 나 역시 빵들의 향긋한 냄새에 취해 정신없이 빵을 담기 시작했다.
이성당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시그니처 메뉴, 바로 단팥빵과 야채빵이다. 단팥빵은 겉은 윤기가 흐르면서도 기름지지 않고, 빵 결이 부드럽게 찢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한 입 베어 물면 팥앙금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과하게 달지 않고 은은한 단맛과 팥 특유의 깊은 맛이 느껴졌다. 얇은 빵피 안에 가득 찬 팥앙금은 촉촉하고 부드러워, 정말 쉴 새 없이 입으로 들어갔다.
야채빵은 처음 먹어보는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한 번 맛보면 묘하게 중독되는 매력이 있다. 양배추, 당근, 양파 등 다채로운 야채를 마요네즈에 버무려 넣은 짭짤한 소는 고소한 빵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아삭아삭 씹히는 야채의 식감과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단팥 하나, 야채 하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나 역시 어느새 두 빵을 트레이에 담고 있었다.

단팥빵과 야채빵 외에도 다른 빵들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카레 고로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빵 속에 가득 찬 카레는 은은한 향신료 향과 함께 감칠맛을 더했다. 겉면에 뿌려진 빵가루는 바삭함을 극대화했고,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느껴지는 식감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생크림 앙금빵은 부드러운 빵 속에 달콤한 팥앙금과 신선한 생크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빵이었다. 팥앙금의 달콤함과 생크림의 부드러움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팥앙금의 단맛을 생크림이 부드럽게 감싸 안아 줘서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메론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달콤한 멜론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빵이었다. 빵 윗부분에 덮인 쿠키는 바삭하면서도 달콤했고, 빵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워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멜론 향은 은은하게 퍼져 빵의 풍미를 더했고,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기분 좋은 달콤함이 느껴졌다.
계산대 앞에는 선물 포장용 빵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알록달록 예쁜 상자에 담긴 빵들은 선물용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나 역시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선물할 빵을 몇 상자 골랐다. 빵을 한 아름 안고 나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뿌듯했다.
매장 바로 건너편에는 이성당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있었다. 2층과 3층으로 이루어진 넓고 쾌적한 공간은 빵과 함께 커피나 음료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2층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갓 사온 빵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 앉아 빵을 맛보는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빵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과 맛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성당은 단순히 빵을 파는 곳이 아니라, 추억과 행복을 함께 파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당 카페에서는 특별한 모닝세트도 판매하고 있었다. 갓 구운 빵과 신선한 샐러드, 계란후라이, 토마토 수프, 그리고 아메리카노 또는 우유로 구성된 모닝세트는 8,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었다. 나는 다음 날 아침, 이 모닝세트를 맛보기 위해 다시 이성당을 찾았다.
아침 8시, 이성당 카페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닝세트를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카페 안은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잠시 후, 따뜻한 모닝세트가 나왔다.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고, 샐러드는 신선하고 상큼했다. 계란후라이는 반숙으로 익혀져 있어, 노른자를 톡 터뜨려 빵과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토마토 수프는 따뜻하고 부드러워 아침 식사로 제격이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카페를 나서는 길, 왠지 모르게 기분이 상쾌했다. 이성당에서의 아침 식사는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군산에 온다면, 이성당 카페의 모닝세트는 꼭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이성당은 군산 시민들에게는 추억의 장소이자 자부심이고, 관광객들에게는 꼭 방문해야 할 명소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한 맛과 변함없는 정성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말에는 워낙 사람들이 많아 줄을 오래 서야 하고, 빵을 고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주차 공간도 협소하여 주변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성당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군산에는 이성당에서 오랫동안 빵을 만들던 분들이 독립하여 차린 빵집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군산은 전체적으로 빵 맛이 좋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군산에는 숨은 빵집과 개성 있는 베이커리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시 이성당을 찾는다. 화려한 변주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맛,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에서 나오는 안정감, 이것이 바로 이성당의 매력일 것이다.

오랜만에 찾은 이성당은 “추억 보정”이 아니라, 지금 먹어도 충분히 맛있는 빵집이었다. 군산을 방문한다면, 혹은 빵을 좋아한다면,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는 곳. 사람 많아도, 줄이 길어도, 한 봉지 들고 나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가 분명히 있는 곳이 바로 이성당이다. 다음에는 평일에 방문하여 좀 더 여유롭게 빵을 즐겨봐야겠다.
군산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역시 이성당이었다. 빵 봉투를 한 아름 들고 기차에 오르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든든했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맛있는 빵을 선물할 생각에 기분이 좋았고, 어린 시절 추억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군산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해 준 도시로, 그리고 이성당은 그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특별한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군산에서 맛보는 빵지순례, 이성당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