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솥뚜껑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풍경이 떠오르는 날이었다. 왠지 모르게 푸근하고 정겨운, 그런 밥상이 그리워졌다.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 잊고 싶어 무작정 차를 몰아 포천으로 향했다. 47번 국도를 따라 금강로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서파검문소 교차로 부근, 그곳에 오늘의 목적지인 “원조우렁쌈밥순두부”가 자리하고 있었다.
넓은 공터에 주차를 하고 내리니, 오래된 듯하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식당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마치 시골 장터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한쪽에는 각종 반찬과 장류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직접 만든다는 문구가 왠지 믿음직스러웠다.

메뉴는 쌈밥을 기본으로 우렁 제육, 우렁 더덕 쌈밥 등 세 가지가 전부. 오히려 선택의 고민을 덜어줘서 좋았다. 나는 우렁 제육 쌈밥을 주문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순두부 한 냄비가 먼저 나왔다. 뽀얀 국물에 몽글몽글한 순두부가 떠다니는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쌈밥 한 상이 차려졌다. 큼지막한 대접에 담긴 보리밥과 비빔밥용 채소, 그리고 각종 쌈 채소가 푸짐하게 놓였다. 고사리, 콩나물, 무생채 등 집에서 직접 만든 듯한 반찬들도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싱싱한 쌈 채소였다. 쌈 채소는 신선함이 생명인데, 이곳은 텃밭에서 갓 따온 듯 싱싱한 채소들로 가득했다. 쌈 채소만 봐도 이 집의 음식에 대한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우렁을 넣은 된장국도 함께 나왔다. 된장, 고추장, 청국장 모두 직접 담근다고 하니 그 맛이 더욱 기대됐다. 된장찌개는 뜨끈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시판용 된장과는 확연히 다른, 집에서 만든 된장 특유의 구수함이 느껴졌다.

드디어 우렁 제육볶음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제육볶음 위에 오동통한 우렁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제육볶음은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잘 배어 있어 입맛을 돋우었다. 우렁이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어 제육볶음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쌈을 싸 먹을 차례. 먼저 보리밥에 각종 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슥슥 비벼 비빔밥을 만들었다. 밥알 하나하나에 양념이 골고루 배도록 정성껏 비볐다. 잘 비벼진 비빔밥을 싱싱한 쌈 채소 위에 올리고, 그 위에 우렁 제육볶음을 듬뿍 올려 크게 한 쌈 싸서 입으로 가져갔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맛! 신선한 쌈 채소의 아삭함, 매콤달콤한 제육볶음의 감칠맛, 쫄깃한 우렁이의 고소함, 그리고 구수한 보리밥의 조화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쌈을 어찌나 많이 싸 먹었는지, 턱이 아플 지경이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쌈을 싸 먹을 때마다 입안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맛의 향연에 푹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쌈을 싸 먹고 있는데, 막걸리 한 병이 서비스로 나왔다. 운전을 해야 했기에 아쉽지만, 맛만 살짝 보기로 했다. 톡 쏘는 탄산과 시원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줬다. 막걸리 한 잔에 쌈밥 한 입,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터질 듯 불렀다. 하지만 기분 좋은 포만감이었다. 왠지 모르게 건강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쌈 채소를 워낙 많이 먹어서 그런가. 식당을 나서기 전, 직접 담근 된장을 한 통 샀다. 집에 가서도 이 맛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원조우렁쌈밥순두부”는 화려하거나 세련된 맛집은 아니다. 하지만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건강한 밥상은, 도시 생활에 지친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과 푸짐한 인심은 덤이었다. 포천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부모님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분명 잊지 못할 따뜻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곳은 식사시간에는 손님들로 가득하다고 하니, 조금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은 휴무이며,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니 방문 시 참고하는 것이 좋다.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주차 걱정은 없을 것이다.


“원조우렁쌈밥순두부”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포천을 다시 찾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곳을 다시 방문할 것이다. 그때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맛있는 쌈밥을 나누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