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숨은 보석, 길동 수요미식회 맛집에서 만난 인생 마제소바

어느 날, 문득 잊고 지냈던 ‘미식’에 대한 갈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평소 면 요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나였기에, 이번엔 흔한 짜장면이나 라면 말고 조금 특별한 면 요리를 찾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폭풍 검색 끝에 내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길동에 위치한 마제소바 전문점, 멘야세븐이었다.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는 이야기에, 맛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멘야세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온통 마제소바 생각뿐이었다.
‘마제소바’라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그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잊지 못해 끊임없이 찾아다니게 되었으니, 나도 참 입맛 한번 제대로 들였다 싶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저 멀리 하얀색 간판에 검은 글씨로 ‘멘야세븐’이라고 쓰여 있는 아담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겉에서 보기에는 평범한 동네 식당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풍기는 ‘맛집’의 아우라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깔끔한 외관
심플하면서도 눈에 띄는 외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몇 개 없었고, 대부분 바(Bar) 형태의 좌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혼자 방문한 나에게는 오히려 부담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여서 마음에 들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 아래,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가 따뜻한 느낌을 더해주었다.
벽에는 일본풍의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걸려 있어, 마치 일본의 작은 라멘집에 와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마제소바 단일 메뉴에 매운맛과 보통맛 두 가지 옵션만이 존재했다.
메뉴 선택에 대한 고민은 짧았다.
매운맛을 워낙 좋아하는 나는 망설임 없이 카라이 마제소바, 즉 매운 마제소바를 주문했다.
왠지 오늘은 화끈하게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었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는 방식이었는데, 메뉴 사진들이 큼지막하게 나와 있어 고르기 편했다.

키오스크 메뉴
키오스크로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오픈 키친에서는 요리사 두 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웍을 돌리는 소리, 면을 삶는 소리, 양념을 섞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지며 식욕을 자극했다.
천장에는 독특한 모양의 조명들이 달려 있었는데, 은은한 빛을 발하며 가게 안을 따뜻하게 감싸는 느낌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다시마 식초와 마제소바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적힌 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꼼꼼하게 읽어보니, 마제소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나름의 ‘팁’들이 담겨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매운 마제소바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매운 마제소바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하는 매운 마제소바

그 비주얼은 정말이지 예술이었다.
탱글탱글한 면 위에는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다진 고기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노른자가 톡, 하고 올라가 있었다.
다진 파와 김 가루, 그리고 어분(魚粉)이 보기 좋게 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매운 향이 코를 찌르면서 침샘을 자극했다.
얼른 비벼서 한 입 가득 먹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젓가락을 들고, 드디어 마제소바를 비비기 시작했다.
면과 양념, 고명들이 골고루 섞이도록 정성껏 비볐다.
젓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매콤한 향이 더욱 강렬하게 퍼져 나갔다.
드디어, 인내의 시간이 끝나고 첫 젓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 맛은…!🤤”

입안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탱탱한 면발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매콤한 양념은 입안 전체를 강렬하게 휘감았다.
다진 고기의 고소함과 파의 알싸함, 김 가루의 짭짤함, 그리고 어분의 감칠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혀를 즐겁게 했다.
특히, 노른자를 톡 터뜨려 비벼 먹으니 매운맛이 중화되면서 더욱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황홀한 맛이었다.

마제소바 면
탱탱하고 쫄깃한 면발이 일품이다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신없이 면을 흡입했다.
매운맛이 점점 강해지면서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 매콤함, 이 중독성…!

면을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다시마 식초를 꺼내 들었다.
안내문에 적혀 있던 대로, 면에 살짝 뿌려 먹어보기로 했다.
다시마 식초를 뿌리자, 새콤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그리고 다시 한 입.

오…!😮

놀라운 변화였다.
다시마 식초의 새콤함이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면서,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을 만들어냈다.
마치 마법을 부린 듯, 전혀 다른 차원의 맛으로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만의 비법이 있는 법이다.
다시마 식초, 정말 신의 한 수였다.

면을 다 먹고 나니, 그릇에는 매콤한 양념이 잔뜩 남아 있었다.
이대로 남길 수는 없지.

마제소바 비빔
다양한 재료들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직원분께 밥을 조금만 달라고 부탁드렸다.
잠시 후, 따끈한 흰쌀밥이 담긴 작은 공기가 내 앞에 놓였다.
밥을 숟가락으로 퍼서, 남은 양념에 쓱쓱 비볐다.

…!!!🤩

이건 또 다른 시작이었다.
매콤한 양념과 고소한 밥알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맛의 향연을 펼쳐냈다.
면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밥알 하나하나에 양념이 깊숙이 배어 있어, 숟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마지막 한 톨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느껴지는 행복감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멘야세븐의 마제소바는, 내 인생 최고의 마제소바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멘야세븐은 음식 맛은 훌륭했지만,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나는 다행히 친절한 응대를 받았지만, 바쁜 시간대에는 직원분들이 조금 지쳐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맛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용서될 만한 곳이다.

아, 그리고 멘야세븐은 주차가 조금 불편하다.
가게가 좁은 골목 안에 위치하고 있어, 차를 가지고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멘야세븐 내부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내부

멘야세븐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한 끼 식사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이었다.

만약 당신이 특별한 면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멘야세븐에 꼭 한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웨이팅은 각오해야 한다.
멘야세븐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이기에, 식사 시간에는 줄을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훌륭한 맛을 선사할 것이다.

돌아오는 길, 멘야세븐에서 맛보았던 마제소바의 여운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조만간 다시 방문해서, 이번에는 보통맛 마제소바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꼭 친구들과 함께 와서, 이 맛있는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

멘야세븐, 나만의 맛집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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