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온 군산, 굽이치는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식사 시간이 훌쩍 다가와 있었다. 여행의 묘미는 역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숨겨진 맛집을 발견하는 데 있지 않겠는가. 스마트폰 검색 대신,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마주친 “태화 생선구이”라는 간판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왠지 모르게 풍겨져 나오는 노포의 향기가 발길을 이끌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기름과 연기가 자욱한 주방에서는 연신 생선 굽는 소리가 들려왔고, 테이블마다 놓인 푸짐한 생선구이와 반찬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이미지에서 보았던 외관처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소박한 분위기였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모듬구이가 가장 인기 있는 듯했다. 고등어, 삼치, 조기, 꽁치 등 다양한 생선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장점에 이끌려 모듬구이 2인분을 주문했다. 혼자 여행 온 나에게 2인분은 조금 과한 양이었지만, 이 맛있는 냄새를 맡고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아쉽게도 혼자 온 손님에게는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한다.)
주문을 마치자, 순식간에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콩나물국을 필두로 김치, 나물, 젓갈 등 정갈하게 담긴 열 가지가 넘는 반찬들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특히 어머니가 끓여준 듯한 얼큰한 콩나물국은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 생선구이가 등장했다. 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 삼치, 조기, 꽁치가 한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그 양이 정말 푸짐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생선들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가장 먼저 젓가락이 향한 것은 고등어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고등어는 입에 넣자마자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것이, 마치 숙련된 장인이 구워낸 듯한 완벽한 맛이었다. 함께 나온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더욱 살아났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삼치였다. 삼치는 고등어보다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맛이었다. 꽁치는 특유의 쌉쌀한 맛이 매력적이었고, 조기는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돋보였다.
생선구이를 먹는 중간중간, 콩나물국을 곁들이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콩나물국은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흔히 맛볼 수 있는 콩나물국과는 차원이 다른,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콩나물국과 반찬만 있어도 밥 두 그릇은 거뜬히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평소에 생선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다. 비린 맛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화 생선구이의 생선들은 정말 신선하고 깔끔했다.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왜 이곳이 군산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인지, 왜 많은 사람들이 인생 생선구이 집이라고 칭찬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하지만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남은 생선들을 해치우기 위해 다시 밥 한 공기를 추가했다. 결국, 2인분의 생선구이와 밥 두 공기를 모두 먹어 치우고 나서야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정말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포만감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했다. 모듬구이 2인분에 24,000원.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 정도 퀄리티의 생선구이를 이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가성비 또한 훌륭한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주변 길가에 주차해야 하는데, 워낙 붐비는 곳이라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걸어오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혼자 방문하는 경우에는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태화 생선구이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밖은 어둑해져 있었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군산의 밤거리를 걸었다. 오늘 저녁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군산에 다시 온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군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태화 생선구이를 꼭 한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싱싱한 생선구이와 시원한 콩나물국, 그리고 푸짐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30분 (매주 화요일 휴무)
메뉴: 모듬구이 (1인) 12,000원, 김치고등어찌개 (1인) 12,000원
주차: 주차 공간 없음 (인근 길가에 주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