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새벽, 아직 잠에서 덜 깬 도시의 풍경이 낯설면서도 묘한 설렘을 안겨준다. 서면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던 찰나, 문득 전날 밤 사미헌 갈비탕을 먹고 지나가면서 눈여겨봤던 한 식당이 떠올랐다. 아침 9시부터 문을 연다는 그곳,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 ‘회국수할매집’이었다. 24시간 영업하는 개미집도 잠시 고민했지만, 오늘은 왠지 할매의 손맛이 느껴지는 따뜻한 국수가 더 당겼다.
서면역 9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회국수할매집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는 듯 편안한 첫인상을 풍겼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흰색 건물에 큼지막하게 적힌 “회국수할매집”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커피’라는 폰트가 귀여운 글자를 보니, 예전에는 다방이었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하게 된다. 리모델링을 거쳤는지 외관은 깔끔했지만, 왠지 모르게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친절한 남자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혼밥을 즐기기에도, 여럿이 함께 식사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한쪽 벽면에는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회국수를 비롯해 비빔국수, 물국수, 충무김밥, 감자수제비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메뉴판 옆에는 ‘회국수할매집’이라고 귀여운 폰트로 상호가 적혀 있다. 그림으로 표현된 국수 이미지는 친근감을 더했다. 잠시 고민 끝에, 이 집의 대표 메뉴인 회국수와 충무김밥을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한 멸치 육수가 먼저 나왔다. 멸치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새벽의 쌀쌀함을 녹여주는 듯했다. 멸치 손질을 잘못하면 쓴맛이 날 수도 있다는데, 다행히 쓴맛없이 깔끔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회국수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회국수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쫄깃한 면발 위에 싱싱한 회와 채소가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고, 매콤달콤한 양념장이 식욕을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면과 회, 채소를 골고루 비벼 한 입 맛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쫄깃한 면발과 오독오독 씹히는 회의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고, 신선한 채소가 아삭아삭 씹히는 맛도 좋았다. 회는 가자미회인 듯했는데, 밋밋한 기본 양념에 추가 양념장을 더 넣으니 비빔냉면처럼 매콤하게 즐길 수 있었다. 다만, 회를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약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국수와 함께 주문한 충무김밥도 기대 이상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알은 촉촉했고, 넉넉하게 발린 참기름 향이 고소하게 풍겼다. 특히, 다른 곳의 충무김밥과는 달리 속이 푸짐해서 밥만 남는 경우가 없었다. 통영에서 먹었던 충무김밥보다 훨씬 혜자스러운 느낌이랄까.

회국수와 충무김밥을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솔직히 양이 조금 적은 듯했지만, 가격이 저렴하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20대 여성이라면 회국수 3그릇은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다른 손님들이 많이 시키는 감자수제비나 우동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특히, 멸치 육수를 사용한 따뜻한 국물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문득 오래된 맛집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들은 이곳이 백종원의 3대 천왕이나 허영만의 식객에 나올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예전의 쫄깃한 면발이 사라지고 떡진 국수가 아쉽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회국수의 회가 너무 적고, 양념장이 특별하지 않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회국수할매집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고, 24시간 영업한다는 장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특히, 새벽이나 야간에 갑자기 국수가 먹고 싶을 때, 이곳은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서면에서 간단하게 혼밥을 즐기고 싶거나, 늦은 시간 출출함을 달래고 싶을 때, 회국수할매집에 한번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오는 길에, 한 손님이 주인 할머니에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할머니는 환한 미소로 “또 오세요”라고 답했다. 그 따뜻한 인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졌다. 회국수할매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오가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회국수를 먹어야겠다. 부모님도 분명 이곳의 정겨운 분위기를 좋아하실 것 같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풍족해졌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던 회국수할매집에서의 아침 식사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맛본 회국수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맛보게 될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방문을 기약해본다. 서면 맛집 탐방은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