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흐르는 봉평의 맛, 메밀꽃향기에서 만난 묵향 가득한 강원도 맛집

평창으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봉평에 다다랐을 때, 마음은 이미 메밀꽃밭에 와 있는 듯 설렜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 그 정취를 고스란히 담은 듯한 메밀꽃향기는 왠지 모를 아련함과 기대를 품게 했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식당을 바라보니, 기와지붕이 얹어진 고풍스러운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소설 속 풍경 같은 모습이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나무로 짜인 내부 구조와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게 나를 맞이했다. 넓은 홀은 테이블 간 간격이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벽 한켠에는 장작을 때는 벽난로가 놓여 있어, 겨울에는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을 자아낼 듯했다.

따스한 분위기의 벽난로
식당 한켠을 따뜻하게 밝히는 벽난로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메밀로 만든 다양한 요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메밀국수, 비빔국수, 전병, 묵 등… 고민 끝에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골동면과,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은 메밀 수제묵, 그리고 아이를 위해 수육을 주문했다. 키오스크에서 직접 주문하고 선결제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오히려 편리하게 느껴졌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타타리 수제 메밀묵. 묵을 시키니 명태회무침, 나물, 메밀싹, 그리고 특이하게도 타타리 메밀 가루가 함께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묵을 한 점 집어 들었다. 마치 푸아그라처럼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식감에 놀랐다. 흔히 생각하는 도토리묵과는 전혀 다른, 고급스러움 그 자체였다.

함께 나온 타타리 메밀 가루를 묵에 살짝 뿌려 먹으니, 바삭바삭한 식감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메밀 향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곁들여 나온 명태회무침은 매콤하면서도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었고, 묵과 함께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메밀묵과 곁들임 찬
타타리 메밀 가루와 함께 즐기는 수제 메밀묵

이어서 나온 골동면은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커다란 놋그릇에 담긴 메밀면 위로 수육, 백김치, 김, 채소 등 다양한 고명이 정갈하게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비비니, 은은한 들기름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면은 어찌나 얇은지,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럽게 끊어졌다.

골동면은 간이 세지 않고 은은한 맛이 특징이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입맛에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메밀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특히, 곱게 간 메밀로 만든 얇은 면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듯했다. 면을 다 먹고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동면 한 상 차림
다채로운 고명이 올라간 골동면

아이를 위해 주문한 수육도 기대 이상이었다. 야들야들한 수육은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렸다. 특히, 함께 나온 명태회무침과 곁들여 먹으니,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아이도 부드러운 수육을 어찌나 잘 먹던지,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메밀꽃향기에서는 물국수와 비빔국수도 맛볼 수 있다. 슴슴한 듯 감칠맛 있는 물국수와 새콤한 비빔국수는 거친 듯하지만 구수한 메밀면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특히 비빔국수를 시키면 함께 나오는 냉육수는, 매콤한 비빔국수를 먹다가 한 모금 들이켜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다음 방문 때는 꼭 물국수와 비빔국수를 맛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또 다른 메뉴인 메밀전병은 두 가지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취나물이 들어간 전병과 김치가 들어간 전병이 한 줄씩 나오는데,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전병 또한 다음 방문 시 꼭 먹어봐야 할 메뉴로 찜해두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감자떡을 내어주셨다. 쫀득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자떡은 달콤한 맛까지 더해져 완벽한 후식이었다. 사장님의 따뜻한 인심에 감동하며, 기분 좋게 식당을 나섰다.

먹음직스러운 골동면
다시 봐도 군침이 도는 골동면의 자태

메밀꽃향기는 음식 맛뿐만 아니라, 주변 분위기까지 완벽한 곳이었다. 식당 바로 옆에는 이효석 생가가 있어, 식사 후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봉평에서, 메밀 음식을 맛보며 소설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후기에서 언급된 것처럼, 골동면의 단맛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단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주문 전에 미리 덜 달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메밀꽃향기는 평창에 간다면 꼭 방문해야 할 맛집임에 틀림없다. 묵, 국수, 전병 등 다양한 메밀 요리를 맛보며, 봉평의 정취를 느껴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평창 여행에서도 나는 어김없이 메밀꽃향기를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다시 한번, 메밀의 향긋함과 따뜻한 정을 느끼고 싶다.

메밀꽃향기 식당 전경
정갈함이 느껴지는 메밀꽃향기 외관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푸른 산과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메밀꽃향기에서의 식사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봉평 지역명의 메밀은 역시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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