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낮 시간을 이용해 미뤄뒀던 맛집 탐방에 나섰다. 목적지는 15년 전부터 인천에 살면서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늘 긴 대기 줄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부암갈비. 드디어 오늘, 그 유명한 생갈비를 맛보러 간다.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발걸음, 과연 어떤 맛이 기다리고 있을까?
가게 앞에 도착하니, 역시나 예상대로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웨이팅이 있었다. 하지만 예전만큼 붐비지는 않는 듯, 대기실에서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대기실 벽면에 붙은 ‘Since 1978’이라는 문구와 허영만 화백의 ‘식객’, 백종원의 ‘삼대천왕’ 등 다양한 방송 출연 인증 마크들이 이곳의 오랜 역사와 명성을 짐작하게 했다. 기다리는 동안 흘끗 보이는 주방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고기를 손질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다. 70년대부터 이어져 온 노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낡은 인테리어와 다소 협소한 공간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그것 또한 맛집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더하는 요소였다. 테이블마다 설치된 환풍기에는 오랜 시간 쌓인 기름때가 묻어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갔다. 이런 곳이야말로 진짜 맛집일 거라는 확신.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분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메뉴는 단촐했다. 돼지 생갈비 단일 메뉴에 젓갈볶음밥, 계란말이, 된장찌개 정도가 전부였다. 고민할 필요 없이 생갈비 2인분을 주문했다. 이 곳은 특이하게도 인원수대로 고기를 먼저 주문받는다고 한다. 잠시 후, 숯불이 들어오고 밑반찬이 세팅되었다. 갓김치, 고추지, 갈치속젓 등 하나같이 간이 센 밑반찬들이 나왔다. 돼지갈비의 느끼함을 잡아주기 위한 구성인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생갈비가 나왔다. 큼지막하게 썰린 돼지갈비는 신선해 보였다. 직원분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시는 시스템이라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불판 위에 올리고, 쉴 새 없이 뒤집고 자르는 모습에서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졌다.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참을 수 없는 식욕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다 익었습니다. 드셔보세요.”
직원분의 말에 드디어 첫 입을 맛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야말로 완벽한 생갈비였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 또한 일품이었다. 왜 사람들이 이곳 생갈비를 인생 갈비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직원분은 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갓김치에 싸서 먹거나, 고추장아찌와 함께 먹거나, 갈치속젓에 찍어 먹는 등 다양한 조합을 추천해주셨다. 나는 특히 갈치속젓에 구운 꽈리고추를 곁들여 먹는 것이 가장 맛있었다. 쿰쿰하면서도 매콤한 갈치속젓과 아삭한 꽈리고추의 조화가 돼지갈비의 느끼함을 완벽하게 잡아주었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직원분이 불판 한쪽에 계란물을 부어주셨다. 몽글몽글 익어가는 계란말이를 보니 어릴 적 추억이 떠올랐다. 뜨겁게 익은 계란말이를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마지막으로 젓갈볶음밥을 주문했다. 최현석 셰프가 극찬했다는 젓갈볶음밥. 쿰쿰한 젓갈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향이었다. 볶음밥을 한 입 먹어보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젓갈 특유의 감칠맛이 밥알 하나하나에 배어 있어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볶음밥을 뚝배기에 눌어붙게 만들어 긁어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생갈비 1인분에 19,000원, 젓갈볶음밥 3,000원, 계란말이 2,000원, 된장찌개 1,000원. 둘이서 5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맛과 서비스, 분위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부암갈비에서의 식사는 기대 이상의 만족스러웠다. 돼지 생갈비라는 흔치 않은 메뉴를 훌륭한 퀄리티로 제공하는 점,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오랜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만, 웨이팅이 길고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암갈비를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이 맛있는 생갈비를 함께 즐기고 싶다.

돌아오는 길, 콧속을 간지럽히는 숯불 향과 입안에 맴도는 젓갈의 감칠맛이 자꾸만 생각났다. 인천에서 돼지 생갈비를 맛보고 싶다면, 부암갈비를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잊지 못할 맛의 경험을 선사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