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길 발걸음은 자연스레 샤로수길로 향했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그 순대 전골의 마법 같은 맛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름달’이라는 정감 넘치는 이름의 식당 앞,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이 마치 나를 부르는 듯했다.
가게 문을 열자, 따뜻하고 활기찬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테이블 사이사이 정겹게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묘하게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넓은 매장 안은 이미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다행히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고, 벽 한쪽에는 낙서처럼 쓰인 손님들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나의 선택은 언제나처럼 ‘순대 전골’이었다. 그리고 왠지 오늘은 모듬 순대도 함께 맛보고 싶어, 망설임 없이 추가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친절한 직원분이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기본 반찬을 가져다주셨다.
반찬은 깍두기, 양파 장아찌, 쌈무, 새우젓, 쌈장 등 순대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잘 익은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맛이랄까. 메인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깍두기 한 접시를 거의 비워버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 순대가 등장했다. 접시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다양한 종류의 순대가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찹쌀 순대, 피순대, 야채 순대 등 다채로운 구성은 마치 예술 작품을 연상케 했다.
젓가락을 들어 찹쌀 순대부터 맛보았다. 쫄깃한 찹쌀의 식감과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한 맛은 왜 이곳이 순대 맛집으로 유명한지 단번에 알 수 있게 했다. 이어서 피순대를 맛보았다. 특유의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이 혀를 감쌌다. 쌈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깊어졌다.

모듬 순대를 즐기고 있을 때, 드디어 메인 메뉴인 순대 전골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냄비 안에는 깻잎, 버섯, 들깨 등 신선한 채소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고, 그 아래에는 순대가 넉넉하게 숨어 있었다. 붉은 육수는 보기만 해도 얼큰함이 느껴졌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전골. 냄비 안에서 피어오르는 매콤한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진하고 깊은 맛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술을 부르는 맛이었다. 들깨가 톡톡 터지는 식감은 재미를 더했고, 깻잎의 향긋함은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줬다.

전골 안에 들어있는 순대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국물이 잘 배어 있어, 그냥 먹어도 맛있고 쌈무에 싸 먹어도 훌륭했다. 특히 들깨가 듬뿍 들어간 국물은 순대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줬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는, 중독성 강한 맛이었다.

전골을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빼놓을 수 없는 볶음밥을 주문했다. 남은 국물에 김가루와 참기름을 넣고 볶아주는 볶음밥은 정말 최고의 마무리였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숟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향했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봐 주셨다. “네, 정말 맛있었어요! 역시 최고예요!”라고 대답하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보름달에서의 식사는 언제나 만족스럽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친절한 서비스와 편안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기 때문이다. 특히 순대 전골은 이곳의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순대 자체도 잡내 없이 깔끔하고, 신선한 채소와 들깨가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
샤로수길에서 맛있는 순대 전골을 맛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보름달’을 방문해 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어느새 밤은 더욱 깊어져 있었다. 하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던 사장님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 따뜻함 덕분에, 오늘 하루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조만간 또 방문해서, 이번에는 순대 국밥에 도전해 봐야겠다. 벌써부터 기대되는걸! 샤로수길 맛집, 보름달! 나의 인생 순대 전골 가게로 등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