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역에서 내려 중앙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정겨운 풍경이 펼쳐지는 곳. 그 좁은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우리분식’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간판은 빛이 바랬지만, 그 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따뜻한 기운은 변함없이 나를 끌어당겼다.
문득 학창 시절, 친구들과 용돈을 모아 ‘우리분식’에서 짬뽕라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 그 맛이 여전할까? 낡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몇 개 놓여 있지 않았지만, 정겹고 소박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에서, 나는 잠시 추억에 잠겼다.

벽 한쪽에는 낙서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마치 타임캡슐처럼, 그 시절 학생들의 풋풋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듯했다. 나도 한때 저 낙서들 중 하나를 남겼겠지,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메뉴는 단출하다. 짬뽕라면과 탕수육. 이곳의 대표 메뉴이자, 나의 추억을 자극하는 음식들. 짬뽕라면은 일반과 원조 두 종류가 있는데, 바지락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의 차이라고 한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나는 원조 짬뽕라면을, 그리고 탕수육 1인분을 주문했다. 가격은 여전히 착하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주문 후,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장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탕수육을 튀기시는 사장님과 라면을 끓이시는 사모님. 두 분의 손발이 척척 맞는 모습에서 오랜 세월 함께 해온 부부의 정이 느껴졌다. 탕수육 튀김옷이 기름 속에서 바삭하게 튀겨지는 소리와, 짬뽕라면의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하며 식욕을 돋우었다.
잠시 후, 드디어 짬뽕라면과 탕수육이 나왔다. 뽀얀 김을 뿜어내는 짬뽕라면 위에는 잘게 썰린 야채와 오징어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탕수육은 옛날 스타일 그대로, 케첩이 들어간 붉은 소스가 듬뿍 뿌려져 나왔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먼저 짬뽕라면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신라면을 베이스로 한 국물에 바지락과 야채가 더해져 깊은 맛을 냈다. 면은 꼬들꼬들하게 잘 삶아져 후루룩 넘어가는 식감이 좋았다. 매운 고추가 들어가 꽤 매콤했지만,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계속해서 국물을 들이켰다.

다음으로 탕수육을 맛보았다. 갓 튀겨져 나온 탕수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튀김옷은 과하지 않고 적당히 바삭해서 좋았다. 탕수육 소스는 어릴 적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케첩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달콤한 소스는, 묘하게 계속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탕수육과 소스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탕수육 위에 양파와 당근 등 야채도 듬뿍 올려져 있어 함께 먹으니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짬뽕라면 한 젓가락, 탕수육 한 조각 번갈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뜨겁고 매운 라면 국물에 입 안이 얼얼해질 때쯤, 달콤한 탕수육으로 달래주니 최고의 조합이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이곳은 아직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다. 현금 또는 계좌이체만 가능하다고 한다. 다행히 현금을 챙겨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낭패를 볼 뻔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우리분식’은 맛도 맛이지만,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탕수육 1인분에 3,000원, 짬뽕라면은 4,000원~4,500원 정도이니,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정말 ‘갓성비’ 넘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곳이다 보니 위생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노포 분위기가 오히려 정겹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깨끗하고 세련된 식당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곳에서 소박한 음식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분식’은 익산 중앙시장 골목 안에 위치해 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익산역에서 멀지 않고 중앙시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1시간 무료 주차도 가능하니, 크게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우리분식’ 옆에도 비슷한 메뉴를 파는 분식집이 하나 더 있다. 두 곳 모두 맛은 괜찮다고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우리분식’에 더 끌린다. 아마도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 원조의 힘이 아닐까 싶다.

‘우리분식’에서 짬뽕라면과 탕수육을 먹고 나오니,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었던 행복했던 기억.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맛과 분위기는, 나에게 잊지 못할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익산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익산 중앙시장 맛집 ‘우리분식’에 들러 짬뽕라면과 탕수육을 꼭 한번 맛보길 추천한다. 화려하고 세련된 맛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맛이 당신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나마 어린 시절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익산역 앞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우리분식’에서의 추억을 되새겼다. 다음에는 누구와 함께 이곳을 방문할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