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끝자락,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이었다. 나는 2025년 11월, 고성 통일전망대를 향하는 길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웅장한 자연을 마주하기 전에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싶어, 전날 저녁부터 현내면 대진항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문을 연 식당을 찾기가 어려웠다. 속초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서둘러 통일전망대로 향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찾아낸 한 줄기 빛, 바로 ‘부두식당’이었다.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감싸는 시간, 부두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대구탕, 도치탕, 생선구이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고민 끝에 나는 대구지리 2인분을 주문했다. 맑고 시원한 국물이 아침 식사로 제격일 것 같았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위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뽀얀 국물에 큼지막한 대구 살이 듬뿍 들어간 대구지리탕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맑은 국물 위에는 큼직하게 썰린 대파와 청양고추가 얹어져 있어 칼칼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와, 정말 시원했다! 갓 잡아 올린 대구로 끓여서인지,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깊고 깔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청양고추의 칼칼함이 더해져 느끼함 없이 개운하게 즐길 수 있었다. 대구 살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신선한 재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이 혀끝을 맴돌았다.

게다가 사장님의 푸짐한 인심 덕분에 가자미 구이도 서비스로 맛볼 수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가자미 구이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전날 저녁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던 터라,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부두식당에서는 대구탕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도치알탕이 인기 메뉴라고 한다. 묵은지를 넣어 끓인 얼큰한 도치알탕은 추위를 잊게 해주는 최고의 메뉴라고. 도치알은 도루묵알보다 작고 탄탄한 식감을 자랑한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한번 맛봐야겠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부 손님들은 주인장의 불친절한 태도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좌석을 배정하거나, 반찬을 더 달라는 손님에게 짜증을 내는 등 불쾌한 경험을 했다는 후기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그런 불쾌한 상황은 겪지 않았다.

부두식당의 메뉴는 계절에 따라, 또 그날 잡히는 생선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듯했다. 어떤 날은 싱싱한 생태탕이나 삼숙이탕을 맛볼 수도 있고, 문어비빔밥이나 백반 같은 숨겨진 메뉴를 만날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백반에는 고등어조림이 함께 나오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고.

부두식당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푸짐한 인심이다. 생선구이 백반을 시키면 거의 2인분 같은 푸짐한 양의 생선이 나오고, 모듬 생선조림 역시 두 명이서 다 먹기 힘들 정도로 양이 많다고 한다. 게다가 김치국은 어찌나 칼칼하고 시원한지,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밥을 더 달라고 하면 인심 좋게 듬뿍 퍼주는 사장님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 어떤 사람들은 부두식당의 음식이 특별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특히 생선조림에 들어가는 생선이 저가의 생선이라 실망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몇 년 사이에 가격이 많이 인상되어 예전처럼 가성비 좋게 한 끼 식사를 즐기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두식당에서의 아침 식사가 만족스러웠다. 싱싱한 대구로 끓인 시원한 지리탕은 여행의 시작을 활기차게 만들어주었다. 푸짐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 역시 부두식당의 매력을 더했다. 통일전망대를 방문하는 길에, 혹은 대진항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할 곳을 찾는다면, 부두식당에 한번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길을 나섰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동해 바다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나는 부두식당에서 얻은 기운을 받아, 힘차게 통일전망대를 향해 달려갔다. 고성의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이 함께한 이 날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부두식당은 새벽 6시부터 영업을 시작하여 저녁에는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하니, 방문 전에 꼭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제로페이는 사용이 불가능하며, 주변에 주차 공간은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다.

고성에서의 아침, 부두식당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따뜻한 정과 맛있는 음식이 함께하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또 고성을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부두식당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 때는 도치알탕을 꼭 맛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