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거창에서 만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비건 맛집 순례기

여행의 시작은 늘 설렘으로 가득하지만, 이번 거창 여행은 조금 특별했다. 단순히 새로운 풍경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내면의 평화를 찾고 건강한 음식을 맛보는 여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목적지는 바로 거창에 자리 잡은 비건 레스토랑, ‘베지나랑’이었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마치 비밀스러운 장소로 향하는 듯한 기분. 네비게이션이 없었다면 길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은 잠시, 저 멀리 푸른 하늘 아래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베지나랑은 여느 맛집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식당 건물 위에는 ‘행복한 절’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알고 보니 조계종 소속 해인사의 말사에서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세상에, 절에서 운영하는 비건 식당이라니! 묘한 궁금증과 함께, 이곳에서 맛볼 음식들은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식당은 마치 전원주택 단지처럼 조성된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는데, 마치 사찰과 관련된 공동체 마을처럼 느껴졌다. 다 함께 기도하고 수행하며 공동생활을 하는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졌다.

베지나랑으로 향하는 길
굽이진 길을 따라 오르면, 베지나랑이 모습을 드러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식당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하얀색 건물에 초록색 글씨로 쓰인 ‘vege나랑’ 간판이 눈에 띄었다. 깔끔하고 모던한 외관은 주변의 자연 풍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건물 앞에는 작은 정원이 꾸며져 있었는데, 아기자기한 화분들과 벤치가 놓여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아 보였다. 밤에는 조명이 켜져 더욱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낼 것 같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따뜻한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고, 창밖으로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벽 한쪽에는 “따뜻한 공양을 올립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는데, 절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덕분에 혼잡하지 않고 조용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따뜻한 공양을 올립니다
벽에 쓰여진 글귀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는 곳.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비건 요리 전문점답게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콩까스, 마파두부덮밥, 콩고기버섯덮밥, 아보카도롤, 샐러드, 누룽지탕, 볶음쌀국수 등, 정말이지 없는 게 없었다. 비건 요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운 메뉴 구성에 감탄했다. 콩까스는 기본으로 주문하고, 버섯샐러드와 아보카도롤을 추가로 주문했다. 왠지 가볍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주문한 메뉴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정갈한 প্লে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콩까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는데, 콩으로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튀김옷은 기름지지 않고 담백했으며, 소스 또한 과하지 않아 콩까스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버섯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와 다양한 버섯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는데, 드레싱 또한 상큼하고 깔끔해서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아보카도롤은 마치 참치마요 같은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를 자랑했는데, 비건 재료로 이렇게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버섯 샐러드
신선한 버섯과 채소가 가득한 샐러드.

사실 나는 대표적인 육식주의자다. 하지만 베지나랑의 음식들은 그런 나조차도 만족시킬 만큼 훌륭했다. 재료들은 하나같이 신선했고, 맛 또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자랑했다. 특히 식감이 좋았는데, 콩으로 만든 콩까스의 바삭함은 잊을 수 없을 정도였다. 사찰 음식이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린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푸르른 산과 맑은 하늘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좋은 친구와 함께 흔들의자에 앉아 겨울 햇살을 즐기며 풍경을 감상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베지나랑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창밖 풍경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은 덤.

베지나랑에서는 마늘, 파, 양파, 부추 등 자극적인 채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절에서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음식이 깔끔하고 소화도 잘 되는 것 같아 몸에 좋은 음식을 먹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와도 안심하고 먹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맛있게 식사했다는 후기도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베지나랑을 나섰다. 계산대 옆에는 콩까스를 따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선물용으로 몇 개 구입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면 정말 자주 방문할 텐데… 라는 아쉬움이 계속해서 남았다. 언젠가 다시 거창을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맛집이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지. 특히 버섯 누룽지탕은 약간 매콤하다고 하니,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베지나랑 외관
낮의 베지나랑은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베지나랑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건강한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힐링을 느낄 수 있었다. 거창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베지나랑에 들러 건강하고 맛있는 비건 요리를 맛보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채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고,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미각의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마음챙김 아카데미
베지나랑에서는 식사 뿐 아니라 마음챙김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듯 하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거창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베지나랑에서 얻은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일까. 다음 여행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맛집과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거창에서의 행복한 기억을 가슴속에 담아두었다.

밤의 베지나랑
밤에는 더욱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랑하는 베지나랑.
베지나랑 야경
조명이 켜진 베지나랑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 풍경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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