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낮, 텅 빈 시간을 마주했다. 무작정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발길은 자연스레 구리역 방향으로 향했다. 오래전 친구들과 왁자지껄 술잔을 기울이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곳. 그 시절, 우리의 아지트 같았던 ‘돌다리집’이 문득 그리워졌다.
구리역 롯데백화점 건너편, 복잡한 골목길을 헤쳐 나가니, 낯익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여전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정돈된 느낌이었다. 예전 십원집이었던 간판은 이제 ‘돌다리집’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이름처럼, 나는 추억을 찾아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문을 열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라 그런지, 내부는 한산했다. 테이블 몇 곳에서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이 보였다. 한쪽에서는 직원분들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잠시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어 “식사 되나요?”라고 여쭈니, 친절하게 맞이해주셨다.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어봤다. 예전과 달리 점심 메뉴와 저녁 메뉴가 구분되어 있었다. 점심 메뉴는 저녁 메뉴보다 가격이 3천 원 저렴했지만, 고기 양이 적고 계란찜이 서비스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잠시 고민했지만, 푸짐하게 즐기고 싶어 저녁 메뉴인 파불고기를 주문했다.
주문이 끝나자, 빠르게 기본 찬들이 차려졌다. 잡채, 된장 고추 무침, 콩나물국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예전에 비해 반찬 가짓수가 줄었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혼자 먹기에는 충분했다. 스테인리스 물통이 아닌 투명한 플라스틱 물통에 담겨 나온 물을 마시며,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델몬트 유리병이 떠올랐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파불고기가 등장했다. 연탄불에 초벌 되어 나온 돼지불고기 위에는 신선한 파채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은박지가 깔린 사각 불판 위에 올려진 파불고기를 보니, 군침이 절로 돌았다.

빨갛게 달아오른 연탄불 위에서 파불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코를 찌르는 연탄 향과 달콤한 불고기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파채 숨이 죽을 때쯤, 돼지불고기와 함께 볶아 한 입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불향이 정말 끝내줬다.
불고기는 전체적으로 단맛이 강했지만, 파채의 신선함과 아삭함이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쌈 채소에 불고기와 파채, 그리고 고추를 얹어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마늘이 없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파불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서비스로 제공되는 계란찜이 나왔다. 부드럽고 촉촉한 계란찜은 매콤한 파불고기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뜨거운 계란찜을 후후 불어가며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공깃밥은 별도로 주문해야 했지만, 흑미밥이라 더욱 만족스러웠다. 밥 한 숟가락 크게 떠서 파불고기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콩나물국도 시원해서, 중간중간 입가심하기 좋았다.
정신없이 파불고기를 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을 드러냈다. 마지막 한 점까지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볶음밥을 먹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계산을 하려고 일어서니,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하며, 다음에는 꼭 친구들과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다리집을 나오니, 온몸에 은은한 연탄 향이 배어 있었다. 옷에 밴 고기 냄새는 어쩔 수 없었지만, 그마저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돌다리집은 완벽한 맛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부담 없는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연탄불 향이 가득한 파불고기는 술안주로 제격이다. 다음에는 꼭 저녁에 방문하여 친구들과 함께 파불고기에 소주 한 잔 기울여야겠다. 그때는 꼭 고추장 불고기도 함께 시켜서 맛봐야지.
돌다리집은 예전 십원집의 추억을 간직한 채, 새로운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맛은 여전히 좋았고, 가격도 여전히 저렴했다. 비록 예전만큼 친절한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나는 앞으로도 종종 돌다리집을 방문하여 추억을 되새기며 맛있는 파불고기를 즐길 것이다.
돌아오는 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맛집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추억과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곳이라는 것을. 돌다리집은 나에게 그런 곳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