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산동, 그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곳. 지리산의 정기를 품은 듯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붉게 익어가는 산수유 열매처럼 설렘을 가득 안고 ‘고궁’이라는 식당을 찾아 나섰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니, 마치 숨겨진 보석처럼 아늑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돌 바닥이 발을 맞이했다. 테이블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붉은 산수유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마치 가을을 통째로 삼킨 듯한 풍경에 넋을 놓고 있는데,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어주신 물 한 잔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테이블 위에 놓인 물통은 평범한 플라스틱이 아닌, 세련된 디자인의 유리 물병이었다. 컵에 물을 따르니, 은은한 풀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알고 보니, 식당에서 직접 우려낸 허브티라고 했다. 이런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고궁’에서의 식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밑반찬은 총 여섯 가지. 하나하나 맛을 보니, 어찌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운지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특히, 황태 정식에 함께 나온 제육볶음 맛이 나는 달콤한 풍미의 황태찜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입에 넣는 순간, 은은한 불향과 함께 퍼지는 달콤 짭짤한 양념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황태의 식감은, 마치 섬세한 연인의 입맞춤처럼 황홀했다.

황태찜을 한 입 먹고 나니, 따뜻한 숭늉이 간절해졌다. 마침 테이블 한 켠에 숭늉이 준비되어 있어, 직접 가져다 마실 수 있었다. 은은한 숭늉의 구수함이 입안을 감싸 안으며, 황태찜의 매콤함을 부드럽게 달래주었다. 숭늉 한 모금을 마시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고궁’은 구례 산동면 주민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맛집이라고 한다. 메뉴는 황태찜 외에도 흑돼지 생삼겹살, 김치찌개, 뼈다귀탕, 감자탕 등 다양하다. 특히 흑돼지 생삼겹살은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이번 방문에서는 맛보지 못했다. 다음번 구례 여행 때는 꼭 흑돼지 생삼겹살을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 옆에는 커다란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메뉴 이름과 가격이 정겹게 적혀 있었다. 묵은지닭볶음탕, 감자탕, 뼈해장국, 흑돼지김치찌개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끌었다. 가격도 대체로 착한 편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그 따뜻한 미소에, ‘고궁’에서의 행복했던 기억이 더욱 깊이 새겨졌다.
‘고궁’은 지리산온천랜드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 온천욕을 즐긴 후 식사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넓은 주차장도 완비되어 있어, 차를 가지고 방문하기에도 편리하다. 다만, 아침 식사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구례 산동으로 아침 여행을 떠나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식당 내부는 깔끔하고 정갈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벽면에는 다양한 사진들이 걸려 있었는데, 아마도 ‘고궁’을 다녀간 손님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인 듯했다.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고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인지 알 수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주방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스테인리스 조리대와 각종 조리 도구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모습에서, 식당의 청결함과 위생에 대한 믿음이 갔다.
‘고궁’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구례의 아름다운 자연과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산수유의 붉은 빛깔처럼, 내 마음속에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따뜻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고궁’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산수유 열매는 더욱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길을 나섰다. ‘고궁’에서의 행복했던 기억을 가슴에 품은 채,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맛집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법이다. 구례 여행에서 만난 ‘고궁’이 내게 그런 곳이었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 따뜻한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곳. 구례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고궁’에 꼭 다시 들러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싶다.
‘고궁’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구례의 정과 맛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또 방문할 것을 기약하며, 나는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구례 산동의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 ‘고궁’. 그곳에서 나는 잊지 못할 남도 음식의 향연을 경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