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의 고즈넉한 풍경을 뒤로하고,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오랫동안 벼르고 별렀던 작은 레스토랑, ‘미소짓는돼지’였다. 도시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먼,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자리 잡은 이곳은 이미 입소문을 통해 ‘고창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과연 어떤 특별한 맛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핸들을 잡았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미소짓는돼지’는 예상보다 훨씬 더 아늑하고 정겨운 모습이었다. 붉은 기와지붕과 아치형 창문이 인상적인 건물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처럼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푸른 잔디밭과 아기자기한 정원이 레스토랑을 감싸고 있었고, 그 풍경은 마치 그림엽서의 한 장면 같았다. 과 6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하게 퍼지는 따뜻한 조명과 감미로운 음악이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 인테리어는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었고,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에서 슬쩍 보이는 오픈 키친에서는 요리하는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
자리에 앉자, 노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예약하셨어요?”
다행히 미리 예약을 해둔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곳은 예약이 필수라고 한다. 특히 주말에는 예약 없이는 식사하기가 힘들다고 하니, 방문 전 꼭 예약을 하는 것이 좋겠다. 테이블 위에는 깔끔하게 세팅된 식기류가 놓여 있었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반짝이는 은색 스푼과 포크, 나이프가 정갈하게 놓여 있는 모습에서부터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돈가스. 특히 동그란 모양의 독특한 돈가스가 유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파스타와 피자 역시 맛있다는 평이 많아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결국, 고민 끝에 시그니처 메뉴인 ‘치즈 품은 돈가스’와 해물 파스타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식전 빵이 나왔다. 갓 구워낸 듯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고소한 버터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식욕을 돋우었다. 빵을 음미하며 잠시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초록빛으로 물든 들판과 나지막한 산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야말로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요리가 나왔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치즈 품은 돈가스’였다. 에서 보았던 것처럼, 둥근 공 모양의 돈가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돈가스 위에는 붉은빛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옆에는 신선한 채소 샐러드와 다양한 종류의 과일이 함께 나왔다. 샐러드에는 오렌지, 자몽, 천도복숭아, 청포도 등 다채로운 과일이 들어 있어 상큼함을 더했다. 또한, 설탕을 넣지 않은 단호박 스프도 함께 제공되었다. 집에서 직접 만든 듯한 소박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칼로 돈가스를 반으로 가르자, 뜨거운 김과 함께 하얀 치즈가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고기와 치즈, 그리고 청양고추의 조합이라니!
돈가스에서는 흔히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조화였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으며, 고기는 육즙이 가득했다. 특히, 튀김옷 안에 숨어있는 청양고추가 느끼함을 잡아주어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돈가스 소스 또한 직접 만드신 듯 시판 소스와는 차원이 다른 깊은 맛을 자랑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곁들여진 샐러드는 돈가스의 느끼함을 덜어주고 입안을 상큼하게 만들어주었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해물 파스타였다. 파스타는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 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면은 알맞게 삶아져 쫄깃했고, 소스는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특히, 조개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져 더욱 만족스러웠다. 돈가스와 마찬가지로 파스타 역시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후식으로 커피, 요거트, 아이스크림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선택했다. 커피를 마시며 잠시 여유를 즐겼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고, 따뜻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시간이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서비스가 좋지 않으면 불쾌한 기억으로 남기 마련인데, 이곳은 음식 맛은 물론이고 주인 내외분의 친절함 덕분에 더욱 만족스러웠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수제 쿠키를 선물로 주셨다. 작은 쿠키 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이 감동적이었다. ‘미소짓는돼지’는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닌, 따뜻한 마음과 정이 느껴지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선운사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보석 같은 곳, ‘미소짓는돼지’. 이곳은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따뜻한 정이 함께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경험이었다.
고창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다. 단, 예약은 필수!
돌아오는 길,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미소짓는돼지’에서의 행복한 기억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다음에 또 고창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다시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그땐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