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미식의 정수, 광주 학동에서 만난 깊고 진한 김가원김치찌개 맛집 홍어 향연

광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춘천에 살고 있는 나에게 광주는 늘 멀고 낯선 곳이었지만, 형님의 강력한 추천과 흑산도 홍어에 대한 짙은 갈망은 망설임을 단숨에 잠재웠다.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오직 한 곳, 광주 동구 학동에 위치한 김가원김치찌개였다. 전남대학교 병원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정보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지만, 묘하게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세상에 없어서 못 먹고, 비싸서 더욱 귀하게 여겨지는 흑산도 홍어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은 여행 내내 나를 들뜨게 했다.

기차에서 내려 김가원김치찌개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나는 마치 오래된 연인을 만나러 가는 사람처럼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졌다.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식당은, 세련된 간판과 깔끔한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상상하는 전통적인 한식집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현대적이면서도 정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무결이 살아있는 벽면에 걸린 메뉴판에는 돼지김치찌개, 제육볶음, 동태탕 등 친숙한 메뉴들과 함께 홍어회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박혀 있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홍어를 맛볼 시간이 다가왔음을 실감하며,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식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메뉴
나무결이 살아있는 벽면에 걸린 메뉴판

문을 열고 들어선 식당 내부는 외부에서 풍기는 인상처럼 깔끔하고 쾌적했다. 은은한 조명이 테이블을 비추고, 정갈하게 놓인 식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요리 연구소 같은 인테리어가 독특하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망설임 없이 홍어삼합을 주문했다. 삭히지 않은 홍어회도 궁금했지만, 역시 홍어는 묵은지와 수육과 함께 먹어야 제맛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놓이기 시작했다. 콩나물, 김치, 깻잎 장아찌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따뜻하게 부쳐진 계란 프라이였다. 반숙으로 익혀진 노른자를 톡 터뜨려 밥에 비벼 먹으니,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밑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맛은,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정갈한 밑반찬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은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홍어삼합이 모습을 드러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홍어회와 촉촉하게 삶아진 수육, 그리고 묵은지의 조합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얇게 썰린 홍어회는 뽀얀 속살을 드러내며 신선함을 뽐냈고, 수육은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한 모습이었다. 묵은지는 먹기 좋게 잘려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나는 젓가락을 들어 홍어회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코를 톡 쏘는 암모니아 향이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홍어삼합 한상차림
황금빛 쟁반에 담겨 나온 홍어, 수육, 묵은지의 조화

나는 홍어회와 수육, 묵은지를 한꺼번에 집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톡 쏘는 홍어의 향과 부드러운 수육, 새콤한 묵은지가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맛을 냈다. 특히 버터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묵은지는 홍어의 톡 쏘는 맛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삭힌 정도가 딱 알맞은 홍어는,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적절한 자극으로 입안을 즐겁게 했다. 쫄깃한 식감 또한 일품이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홍어삼합을 맛보았다.

홍어삼합을 먹는 동안, 막걸리 한 잔이 간절하게 생각났다. 나는 곧바로 막걸리를 주문했다. 시원하게 들이켠 막걸리는, 홍어의 톡 쏘는 맛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나는 비로소 광주에 온 이유를 깨달았다. 이토록 완벽한 홍어삼합을 맛보기 위해, 나는 기꺼이 먼 길을 달려온 것이다.

홍어회, 묵은지, 수육
황금빛 쟁반 위에 놓인 홍어회는 신선함을 자랑했다.

홍어삼합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홍어애탕이 궁금해졌다. 평소 홍어애탕을 즐겨 먹는다는 형님의 추천도 있었지만, 왠지 이 집만의 특별한 홍어애탕이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나는 홍어애탕을 추가로 주문했다. 잠시 후,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홍어애탕이 등장했다. 뚝배기 안에는 홍어 내장과 미나리, 콩나물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국물은 맑고 시원해 보였다.

국물 한 숟가락을 떠서 입안으로 가져갔다. 진하고 강렬한 맛이 온몸을 휘감았다. 홍어 내장의 독특한 풍미와 시원한 국물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했다. 특히 이 집 된장의 깊은 맛은 홍어애탕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다른 곳에서는 보리 대신 쑥을 넣어주기도 한다는데, 이 집은 콩나물을 넣어 시원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었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멈추지 못했다. 홍어애탕 한 그릇에는, 이 집만의 깊은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전혀 아깝지 않았다. 흑산도 홍어라는 귀한 식재료와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 그리고 깔끔한 식당 분위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제값을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홍어 마니아인 장인어른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홍어회
홍어 특유의 톡 쏘는 맛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식당을 나서며, 나는 김가원김치찌개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신선하고 맛있는 홍어회를 맛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나를 배웅해 주셨다. 식당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나는 따뜻한 환대를 받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광주에서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춘천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김가원김치찌개에서 맛보았던 홍어삼합과 홍어애탕의 여운을 곱씹었다. 입안 가득 퍼졌던 홍어의 향과 묵은지의 풍미, 그리고 사장님의 친절한 미소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광주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김가원김치찌개를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또 한 번 잊을 수 없는 맛의 향연을 경험하고 싶다.

이번 광주 여행을 통해, 나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화와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김가원김치찌개는 단순한 식당이 아닌, 광주의 맛과 멋을 대표하는 공간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여 그곳의 음식과 문화를 경험하고,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광주를 방문하여 김가원김치찌개에서 홍어삼합을 맛보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김가원김치찌개 외부
밤에도 빛나는 김가원김치찌개의 간판

돌아오는 길, 광주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본 ‘김가원김치찌개’라는 간판이 묘하게 겹쳐 보였다. 혹시 같은 집일까? 간판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곳일까? 지금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했다. 춘천에서 광주까지, 결코 짧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김가원김치찌개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그 모든 피로를 잊게 할 만큼 강렬했다. 광주 학동 맛집, 김가원김치찌개. 그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하는 공간이었다.

홍어회 클로즈업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홍어회의 질감
홍어
싱싱한 홍어 한 점이 선사하는 행복
홍어 한상차림
정갈한 테이블 세팅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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