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부산 깡통시장 노포, 구포집에서 맛보는 회비빔밥의 향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왁자지껄한 시장 골목을 누비던 어린 시절의 기억. 그 시절, 시장 한켠에서 맛보았던 따뜻한 추어탕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포근한 추억의 일부로 남아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문득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구포집’이라는 이름이 뇌리를 스쳤다. 1959년부터 이어져 왔다는 노포의 명성, 그리고 회비빔밥과 추어탕의 조화로운 이야기에 이끌려 부산 깡통시장으로 향했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활기가 넘치는 풍경이 펼쳐졌다.  상인들의 우렁찬 목소리와 오가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 형형색색의 물건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북적거림 속에서 ‘구포집’을 발견했을 때,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옅은 베이지색 건물 외벽에는 “since 1959″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고, 검은색 간판에 흰 글씨로 쓰인 “구포집” 세 글자가 오랜 역사를 묵묵히 증명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메뉴를 적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추어탕, 복국, 회비빔밥 등의 메뉴가 정갈한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구포집 외관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간직한 구포집의 정겨운 외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는 모습, 가족 단위 손님들이 함께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정갈하게 놓인 식기들이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회비빔밥과 추어탕이 가장 눈에 띄었다.  오랜 고민 끝에, 구포집의 대표 메뉴라는 회비빔밥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김치, 콩나물무침, 멸치볶음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밑반찬들은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보였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회비빔밥이 나왔다.  싱싱한 채소와 쫄깃한 회가 푸짐하게 담긴 회비빔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채소의 신선함이 눈으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회 위에는 붉은 양념장이 얹어져 있었는데, 그 색깔만으로도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상상되었다.

회비빔밥
싱싱한 회와 채소가 듬뿍 담긴 회비빔밥의 향긋한 자태

젓가락으로 회와 채소를 골고루 비벼 한 입 맛보았다.  신선한 회의 쫄깃함과 아삭아삭한 채소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양념장은 과하지 않고 은은하게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내어 회와 채소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특히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더해져, 회비빔밥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다채로운 식감과 풍성한 맛은, 왜 이곳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부산 맛집인지 단번에 이해시켜 주었다.

회비빔밥과 함께 나온 작은 뚝배기의 추어탕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추어탕은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숟가락으로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 넣어 만든 추어탕은,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산초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어 먹으니, 향긋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더해져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회비빔밥과 추어탕
회비빔밥과 함께 제공되는 추어탕 한 그릇은 잊을 수 없는 감동

회비빔밥을 먹는 중간중간 추어탕을 곁들이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매콤한 회비빔밥과 따뜻하고 구수한 추어탕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서로를 보완하며 최고의 맛을 만들어내는 듯했다.  어떤 이는 회 맛에서 수돗물 맛이 느껴진다고도 하지만, 내게는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 깔끔함으로 다가왔다.

식사를 하면서 문득, 30여 년 전에는 점심시간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인심 때문이 아닐까.  회비빔밥의 양이 조금 아쉽다는 의견도 있지만, 신선한 재료와 정성 가득한 맛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회비빔밥을 시키면 함께 나오는 추어탕은, 덤으로 주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일어서니,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따뜻한 인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졌다.  오랜 시간 동안 이곳을 지켜온 노포의 따뜻함과 정겨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구포집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함께 파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련되고 화려한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어쩌면 굳이 멀리서 찾아올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겐 부산 깡통시장의 활기찬 에너지와 구포집의 따뜻한 정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맛집 경험을 선사했다.

푸짐한 한 상 차림
정갈한 밑반찬과 회비빔밥, 추어탕까지 푸짐한 한 상 차림

다음에 깡통시장에 가게 된다면, 주저 없이 구포집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회정식이나 파전도 맛보고 싶다. 특히 동래파전처럼 계란을 얹어 구워낸다는 파전의 이야기는, 벌써부터 다음 방문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따뜻한 추어탕 한 그릇과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싶다. 구포집은 내게 단순한 식당이 아닌,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구포집에서 나와 다시 깡통시장 골목을 걸었다.  여전히 활기 넘치는 시장 풍경은, 왠지 모르게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시장을 누비던 어린 시절의 기억, 그리고 구포집에서 맛보았던 회비빔밥과 추어탕의 따뜻함이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회비빔밥 근접샷
신선한 채소와 쫄깃한 회, 그리고 매콤달콤한 양념장의 완벽한 조화
구포집 메뉴판
추어탕, 복국, 회비빔밥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구포집
깔끔한 밑반찬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밑반찬들은 집밥 같은 따뜻함을 선사한다.
구포집 외부 모습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구포집의 외부 모습은 정겨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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