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드라이브, 목적지는 양평이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배는 몹시 고팠지만,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제대로 된’ 한 끼를 먹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다 문득 떠오른 곳이 있었다. 이북식 손만두로 유명한, 용문의 ‘회령손만두국’. 평소 만두를 즐겨 먹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었다.
식당 앞에 다다르니 큼지막한 간판이 눈에 띄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왠지 모를 푸근함을 안겨줬다. 간판에는 ‘회령만두’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하늘을 향해 뻗은 하얀색 기둥 간판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따뜻한 기분. 망설임 없이 차를 돌려 식당 맞은편 주차장에 차를 댔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주차장은 꽤 붐볐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풍경이 펼쳐졌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니, 늦은 점심을 즐기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테이블은 좌식과 입식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나는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좌식 테이블을 선택했다.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만두국, 떡만두국, 만두전골 등 다양한 만두 요리가 눈에 띄었다. 이북식 만두 전문점답게, 메뉴 하나하나에서 만두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고민 끝에 나는 회령손만두국과 녹두빈대떡을 주문했다. 왠지 이 집의 대표 메뉴를 맛보지 않고 가면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손만두국, 떡만두국, 뚝배기 외에도 전골, 빈대떡 등의 메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가격은 손만두국과 뚝배기가 11,000원, 빈대떡이 11,000원으로, 아주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맛만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격이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기본 반찬이 나왔다. 큼지막하게 썰어 담근 깍두기와 시원한 물김치가 그것이었다. 뽀얀 배추와 맑은 국물이 인상적인 물김치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깍두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 있었고, 붉은 양념이 보기 좋게 배어 있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반찬들은 깔끔하고 정갈했다.

먼저 물김치부터 맛을 봤다. 살얼음이 살짝 낀 국물을 들이켜니,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톡 쏘는 탄산은 아니었지만, 은은하게 느껴지는 청량감이 일품이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은, 과연 이 집이 왜 김치 맛집으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시켜 줬다. 아삭아삭 씹히는 배추는 신선했고, 적당히 익은 정도도 딱 좋았다. 만두가 나오기도 전에 물김치 한 사발을 거의 비워버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손만두국이 드디어 나왔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만두국은,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맑은 육수 위로 동그랗고 큼지막한 만두 다섯 알이 옹기종기 떠 있었다. 파 송송 썰어 넣은 것 외에는 다른 고명은 없었지만, 왠지 그런 소박함이 더 정감 있었다.

국물부터 한 숟갈 떠 맛을 봤다. 맑고 깔끔한 국물은,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흔히 먹는 사골 육수나 멸치 육수와는 다른,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맛이었다. 마치 평양냉면 육수처럼 맑고 깨끗한 느낌이랄까. 인위적인 조미료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은은하게 퍼지는 고기 육향이 입맛을 돋웠다.
만두는 젓가락으로 살짝 들어보니,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겉은 얇고 속은 꽉 찬, 진정한 손만두였다. 한 입 베어 무니, 부드러운 두부와 돼지고기, 숙주, 야채 등 다양한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두부의 함량이 높은 듯,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간은 세지 않았지만, 슴슴한 국물과 함께 먹으니 딱 좋았다. 만두피는 어찌나 얇은지,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만두를 먹다가 살짝 느끼하다 싶을 땐, 깍두기를 하나씩 집어 먹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깍두기는,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푹 익은 무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은, 단순한 깍두기를 넘어 하나의 요리처럼 느껴지게 했다. 만두와 깍두기의 조합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번에는 만두를 반으로 갈라, 국물에 적셔 먹어봤다. 뜨끈한 국물이 만두 속까지 스며들어, 더욱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만두 자체도 맛있었지만, 국물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다.
손만두국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녹두빈대떡이 나왔다. 커다란 접시에 담겨 나온 빈대떡은, 겉은 노릇노릇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큼지막하게 썰린 양파와 고추가 함께 나왔는데, 빈대떡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다고 했다.

빈대떡을 젓가락으로 찢어 한 입 먹어봤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녹두 특유의 고소한 맛과 함께, 돼지고기와 숙주, 김치 등 다양한 재료들이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냈다. 특히 돼지 비계가 적절히 들어가 있어,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양파와 고추를 곁들여 먹으니, 살짝 느끼할 수 있는 맛을 깔끔하게 잡아줬다. 빈대떡 또한, 정말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에는 인자한 미소를 띤 할머니께서 앉아 계셨다. 할머니께서는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으시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셨다. 왠지 모르게, 고향집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식당 한켠에는 만두를 빚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할머니 한 분이 앉아, 능숙한 솜씨로 만두를 빚고 계셨다. 얇게 펴진 만두피 위에 속을 듬뿍 넣고, 재빠르게 만두를 빚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인의 손길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뭉클해졌다.
회령손만두국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닌, 따뜻한 정과 추억을 함께 파는 곳이었다. 슴슴한 만두국과 시원한 물김치, 그리고 인자한 할머니의 미소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에 양평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떡만두국과 만두전골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이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고 싶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양평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이 가득한 회령손만두국. 이곳은, 내 마음속 양평 맛집 리스트에 영원히 저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