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에서 찾은 손맛, 봉화묵집: 추억을 담은 노포기 맛집 순례기

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찾았던 시골 장터의 풍경이 문득 떠오르는 날이었다. 왁자지껄한 사람들, 따뜻한 국밥 한 그릇, 그리고 정겨운 웃음소리….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 잊고 지냈던 그 푸근함이 그리워, 나는 서울 정릉에 숨겨진 맛집, 봉화묵집으로 향했다. 몬스타엑스 셔누가 출연한 노포기 추천 맛집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정릉으로 향하는 길, 창밖 풍경은 어느새 도시의 콘크리트 숲에서 벗어나 푸른 나무들이 우거진 숲길로 바뀌어 있었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봉화묵집은 정릉 초입, 오래된 주택가 골목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낡은 간판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에서부터 이곳의 깊은 역사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마치 고향집에 돌아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이 지긋하신 주인 할머니께서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어서 오세요.” 정겨운 목소리에 마음까지 따스해지는 기분이었다. 내부는 한옥을 개조한 듯, 나무 기둥과 흙벽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다소 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좁은 공간이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테이블 위에는 손님들이 남긴 낙서와 메모들이 가득 붙어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봉화묵집 메뉴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메뉴판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메밀묵, 손만두국, 파전, 배추전, 조밥 등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건진국수’라는 메뉴였다. 서울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봉화 지역의 향토 음식이라고 했다. 메뉴판 한켠에는 몬스타엑스 셔누의 사인이 붙어있었다. 노포기 촬영 당시 방문했었나보다. 나는 메밀묵과 손만두, 그리고 배추전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할머니께서는 직접 담근 김치와 동치미를 내어주셨다. 붉은 빛깔의 김치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김치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것이, 조미료 없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듯했다.

잠시 후, 기다리던 메밀묵이 나왔다. 뽀얀 메밀묵 위에 잘게 썬 김치와 김 가루, 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맑고 시원한 육수를 들이키니, 더위가 싹 가시는 듯했다. 메밀묵은 시중에서 파는 묵과는 달리, 뚝뚝 끊어지는 식감이 독특했다. 메밀 함량이 높은 탓인지, 특유의 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부드러운 메밀묵에 개운한 육수, 참기름 향과 깨가 풍미를 더하고, 김치가 맛을 한 계단 올려주는 완벽한 조화였다. 특히 묵사발에 조밥을 말아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봉화묵집 메밀묵
정갈하게 담겨 나온 메밀묵

다음으로 나온 것은 손만두였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기 안에는, 큼지막한 만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만두피는 얇고 쫄깃했고, 속은 돼지고기와 야채로 가득 차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만두 속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했다. 마치 할머니가 직접 빚어주신 듯한,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맛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배추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배추의 달콤함과 메밀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정말 환상적인 맛을 냈다. 특히 갓 구워져 나온 따끈한 배추전을 간장에 찍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슴슴한 듯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것이, 정말 묘한 매력이 있었다. 배추전은 동동주와 곁들이기에도 너무 좋았다.

봉화묵집 배추전
겉바속촉 배추전

식사를 하는 동안, 할머니께서는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셨다. “맛있게 드셨어요?”, “뭐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할머니의 따뜻한 배려에,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식당 한쪽 벽면에는 손님들의 감사 메시지와 사진들이 가득 붙어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닌, 정(情)이 넘치는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유명인들의 사인도 눈에 띄었는데, 몬스타엑스 셔누의 사인도 있었다.

계산을 하려고 하자, 할머니께서는 “멀리서 오셨는데, 조금이라도 더 드리고 싶네.”라며, 조밥을 서비스로 내어주셨다.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봉화묵집에서는 음식뿐만 아니라, 따뜻한 정(情)까지 함께 맛볼 수 있었다.

유명인들의 사인
벽면을 가득 채운 손님들의 메시지

봉화묵집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봉화묵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봉화묵집에서 느꼈던 따뜻함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다.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 지쳐 있을 때, 봉화묵집은 나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는 공간이 되어줄 것이다. 다음에 다시 정릉에 가게 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봉화묵집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꼭 수육을 미리 예약해서 맛봐야겠다.

봉화묵집 부추전
향긋한 부추전

봉화묵집은 조미료에 익숙해진 입맛에 제대로 힐링을 선사하는 곳이다. 정갈하게 썰어놓은 김치모양에서부터 이 집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묵사발에 접시에 나온 고추양념을 올리니 고소하고 감칠맛이 났다.

식당 내부가 낡고 좁다는 점 외에는 단점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푸근한 사장님의 서비스도 좋았고, 특히 어머니의 맛이 느껴지는 김치는 아주 좋았다. 이런 노포 식당들이 오래오래 운영되기를 소망한다.

봉화묵집 손만두
정성이 느껴지는 손만두

봉화묵집은 지하철 길음역과도 가까워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성이 좋다. 오래된 느낌의 외관이지만, 간판을 찾기는 쉬웠다. 메밀묵 메뉴에 밥을 추가하면 묵밥으로 즐길 수 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 담백하고 따뜻한 할머니가 해주시는 맛이다. 따뜻하고 양도 많고, 배추전도 맛있는데 남겨서 죄송했다. 다음에 또 가야겠다.

봉화묵집 칼국수

메밀묵도 압권이지만, 정말 집에서 빚은 손만두와 메밀배추전도 엄지척이다. 메뉴 가운데 수육은 도착하기 2, 3시간 전에 전화로 예약을 해야만 한다. 주인장께 그 이유를 물으니, 주문을 받으면 근처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와 삶는다고 한다.

대학교 때 4년 내리 농활을 갔던 곳도 경북 봉화여서 더욱 정감이 든다. 다 먹고 나와서 바로 옆에 있는 <정릉맥주도가>에서 수제맥주도 샀다. 정릉맥주도가는 봉화묵집과 맞닿아 있다. 너무 가까워서 헷갈릴 정도다.

봉화묵집 김치

정릉에 위치한 봉화묵집은 슴슴함한 맛이 주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냉묵밥으로 주문했는데, 육수 간도 강하지 않아서 메밀묵 자체의 맛을 온전히 느끼게 된다. 다른 묵에 비해 쫀득함은 덜하지만 메밀 자체가 주는 묵직함으로 즐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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