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성큼 다가온 겨울의 문턱,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따뜻한 국물 요리가 간절해진다. 특히, 어머니가 손수 빚어주시던 정성 가득한 만두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런 그리움을 달래줄 만한 곳이 있다고 해서 행당동으로 향했다. 소문난 만두 맛집, ‘만두전빵’이라는 곳이었다.
행당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만두전빵은, 평일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칫 추위에 떨 뻔했지만, 다행히 가게에서 마련한 아늑한 웨이팅 공간에서 뻥튀기를 먹으며 기다릴 수 있었다. 이런 작은 배려가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일까.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내 이름이 불리고,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식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만두전골과 아롱사태 수육만두전골이 가장 눈에 띄었다. 큼지막한 아롱사태 수육이 들어간 전골도 궁금했지만, 오늘은 기본에 충실하고 싶어 만두전골을 선택했다. 그리고 만두전골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는 녹두전도 함께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테이블 위에는 정갈한 밑반찬들이 놓였다. 장아찌, 김치, 그리고 열무김치. 하나하나 맛을 보니, 만두와 곁들여 먹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특히 열무김치는 시원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밑반찬을 맛보는 사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만두전골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만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그 주위로 배추, 단호박, 버섯 등 다양한 채소들이 알록달록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잘 차려진 꽃밭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이었다. 뽀얀 육수가 끓기 시작하자, 은은한 채소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만두전골이 끓는 동안, 녹두전이 먼저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녹두전은, 젓가락으로 찢는 순간 고소한 향이 온 식당 안에 퍼져 나갔다. 한 입 베어 무니, 겉바속촉의 정석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기름기는 쫙 빠지고, 녹두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정말 훌륭했다. 넷이서 한 조각씩 나눠 먹으니 양도 딱 적당했다.

녹두전을 음미하는 사이, 만두전골도 어느덧 맛있게 끓고 있었다. 국자로 국물을 한 입 떠먹어 보니,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배추와 청양고추가 들어가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추위에 얼었던 몸을 사르르 녹여주는 듯했다. 특히, 인위적인 조미료 맛이 아닌, 채소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러운 감칠맛이 인상적이었다.
만두를 반으로 갈라보니, 속이 꽉 찬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부, 김치, 채소 등 다양한 재료들이 듬뿍 들어간 만두는,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만두피는 적당히 얇아 부드러웠고, 만두소는 너무 슴슴하지도, 너무 짜지도 않은 딱 알맞은 간이었다. 특히, 만두 속의 두부 비율이 높아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자랑했다.

만두와 함께 들어있는 배추를 찢어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다. 특히, 푹 익은 배추는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만두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곁들여 나온 간장 소스에 만두, 버섯 등을 찍어 밥과 함께 먹으니, 든든함이 배가 되는 듯했다.
만두전골에는 칼국수 사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만두와 채소를 어느 정도 건져 먹은 후, 칼국수 사리를 넣어 끓여 먹으니,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쫄깃한 면발에 국물이 잘 배어, 정말 맛있었다. 칼국수 면과 함께 열무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입안이 더욱 개운해지는 듯했다.
만두전골을 먹는 동안, 찹쌀동동주도 함께 곁들였다. 살짝 산미가 느껴지는 동동주는, 녹두전과 만두전골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섞지 않고 윗부분만 따라 마시니, 청주와 같은 맑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도수가 12도라 꽤 높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만두전빵에서는 만두전골 외에도 코다리 회냉면도 판매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꼭 회냉면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슴슴한 만두전골과 매콤달콤한 회냉면의 조합은,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포장 메뉴도 판매하고 있었다.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두전골을 즐길 수 있도록 깔끔하게 포장해 준다고 하니, 다음에는 포장해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두만 따로 포장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만두전빵은 동네 주민들뿐만 아니라, 안성재 셰프도 인정한 숨겨진 행당동 맛집이라고 한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훌륭한 맛까지,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곳이었다. 특히, 자극적이지 않고 삼삼한 맛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기가 많은 탓에 웨이팅이 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라고 한다. 또한, 가게 앞에 주차 공간이 4-5대 정도밖에 없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주차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만두전빵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만두전빵에서 맛본 만두전골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따뜻한 정과 그리움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이었다. 어머니가 손수 빚어주시던 만두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특별한 경험이었다. 앞으로 추운 날씨에는 어김없이 만두전빵을 찾게 될 것 같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만두전골 덕분에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행당동에서 만난 이 작은 만두 맛집은, 내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다음에는 아롱사태 수육만두전골과 코다리 회냉면을 맛보러 다시 방문해야겠다. 그때는 웨이팅이 짧기를 바라며…



